글 / 김도현
리그 우승 후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기뻐하는 첼시 선수들 (출처 : 네이버 첼시 팬카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인 FC첼시의 팬이 된지 10년이 넘었다. 정확히 말하면 러시아 석유재벌가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인수하고 정식 구단주가 되었던 2003-04시즌부터이다. 축구광이었던 로만은 첼시를 세계 최고의 팀으로 만들기 위하여 몸값이 높은 여러 스타선수들을 사들였다. 조 콜, 더프, 크레스포,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의 정석‘ 마케렐레 등 그 당시 최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했다. 첼시는 바로 리그 2위, 챔피언스리그 4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로만은 성에 차지 않았는지 당시 감독이었던 라니에니를 경질하였다.
그리고 FC포르투를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시킨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을 첼시로 데려온다. 무리뉴는 첼시의 지휘봉을 잡자마자 체흐, 카르발류, 로벤,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디디에 드록바 등의 영입생들과 기존멤버였던 ‘레전드’ 존 테리와 램파드 등과 함께 첼시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첫 시즌인 2004-05시즌에 프리미어리그 출범이후 최다승점인 95점과 최소실점인 15골만을 내주며 완벽한 리그우승을 하였고 챔피언스리그는 4강까지 진출하였다.
다음시즌인 2005-06시즌에는 ‘들소’ 에시앙을 영입하며 중원을 강화하였다. 마케렐레 - 에시앙 - 램파드로 이어지는 중원은 숨이 막힐 정도였고 최강의 팀으로 위용을 떨치며 첼시 구단 역사상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2연패를 달성하였다. 이 당시의 첼시가 로만 인수 이후 최전성기로 평가받는다. 2006-07시즌이 시작되기 전, 구단주인 로만은 당시 4대 스트라이커 중 하나인 ‘득점기계’ 셰브첸코와 ‘전차군단’ 독일의 캡틴, 미하엘 발락과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왼쪽풀백인 애슐리 콜을 영입해주었다. 그 시즌 첼시는 리그우승은 놓쳤지만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과 7시즌 만에 FA컵 우승을 차지하였다.
첼시는 유럽에서 가장 강한 팀들 중 하나로 부상하였고 감독인 조세 무리뉴와의 관계는 영원할 줄 알았다. 그러나 첼시와 무리뉴의 로맨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무리뉴는 성적부진 및 로만과의 마찰 등의 이유로 2007-08시즌 중에 경질되고 아브람 그랜트가 감독대행을 맡았다. 그 시즌 리그는 2위를 하고 챔피언스리그는 승부차기에서 존 테리가 미끄러지며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다.
2008-09시즌에 첼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우승팀 브라질을 이끈 스콜라리 감독이 정식감독이 되었다. 하지만 그도 성적부진으로 오래가지 못하였다. 감독대행을 맡은 감독은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은 거스 히딩크였다.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역사상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펩 과르디올라의 바로셀로나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주심의 역대급 오심 판정들로 인해 결승진출이 좌절된다. FA컵은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을 마무리한다.
2009-2010시즌에는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가 감독을 맡아서 프리미어리그 출범이후 최다득점(103골)을 기록하며 리그우승을 차지하고 FA컵도 우승하였다. ‘파란 얘들이 뛰어다니다가 이기는 축구‘가 이 시즌에 나온 말이다. 매 경기 5~6골을 폭격시키며 무자비한 강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말루다-드록바-아넬카로 이어지는 ’3톱‘은 무시무시했었다.
그러나 다음시즌인 2010-11시즌 중 겨울이적시장에서 당시 프리미어리그 최고액(900억)을 주고 영입한 ‘슈퍼스타’ 페르난도 토레스가 심각한 부진에 시달리며 결국 안첼로티는 성적부족의 이유로 경질된다.
2011-2012 시즌에는 ‘리틀 무리뉴’라고 불리던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가 첼시감독이 되었다. 후안 마타를 영입하여 그를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시도하려 했지만 노장선수들이 많은 첼시에서 30대의 보아스 감독은 팀 기강을 잡지 못하고 결국 경질된다. 그러나 이 때부터 반전이 시작되었다. 과거 첼시선수였던 디 마테오가 감독대행을 맡았는데, 기적적으로 FA컵과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이다. 첼시는 그 당시에 세대교체가 실패한 상태였기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였지만 드록바, 램파드, 존 테리, 애슐리 콜, 체흐 등 노장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하였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시즌을 보낸 환상적인 시즌이었다.
유럽 챔피언이 된 첼시는 2012-13 시즌 아자르라는 최고의 유망주를 영입하며 세대교체의 출발을 알렸다. 아자르와 마타를 필두로 FA컵과 유로파를 우승하며 세대교체를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2013-14 시즌은 무리뉴가 다시 컴백한 시즌이다. 비록 무관을 하였지만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리그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지지 않는 경기를 펼치며 다음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무리뉴는 역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두 번째 시즌인 2014-15시즌에 파브레가스와 디에고 코스타 등을 영입하며 첼시에서의 통산 3번째 리그우승을 차지한다.
하지만 2015-16시즌에 첼시는 무리뉴가 원하는 선수들을 영입해주지 못하였고 우승멤버들의 하락세 및 컨디션 난조 등의 이유로 성적부진에 시달리다 무리뉴는 결국 첼시에서 두 번째 경질된다. 소방수로 히딩크 감독이 투입되어 시즌을 마무리 하였지만 결국 첼시는 10위로 시즌을 마감한다. 첼시가 앞으로 암흑기를 겪을 것 이라는 비난과 우려들이 쏟아져 나왔다.
로만은 망가진 첼시를 구원하기 위해 ‘이탈리아 혁명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데려온다. 그는 오자마자 첼시의 문제점을 재빨리 파악해 팀을 재정비하고 은골로 캉테와 다비드 루이스 등을 영입한다. 첼시선수들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여 최적의 포메이션을 구상하던 콘테는 ‘3백’이라는 전술을 메인전술로 채택하여 결국 2016-17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린다. 지난 시즌 10위에 머물렀던 팀을 빠른 시간 내에 회복시키고, 정신적으로 나태해진 선수들에게 위닝 멘탈리티를 되찾게 하여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그것도 프리미어리그 출범이후 최다승 인 30승을 기록하며 우승하였다.
첼시는 이렇게 매 시즌 뭐하나 특별하지 않았던 시즌이 없었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존재한다. 이것이 내가 첼시를 좋아하는 이유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래도 매 시즌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고 있으며, 실력이 뛰어난 스타선수들을 영입하여 시즌마다 색다른 매력의 축구를 구사한다. 그러나 감독들이 자주 바뀌면서 첼시 고유의 색깔을 잃는 것 같은 느낌도 있다. 이제는 첼시만의 정체성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확립해줄 감독이 필요하다. 그 감독이 바로 현 감독인 콘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가 ‘감독들의 무덤’인 첼시에서 오래오래 집권하길 바란다.
콘테는 부임 첫 시즌인 이번시즌에 과르디올라(맨시티), 무리뉴(맨유), 클롭(리버풀), 포체티노(토트넘) 등 여러 쟁쟁한 명장들이 이끄는 팀들 사이에서 첼시의 리그우승을 이뤄냈기 때문에 로만 구단주도 그를 믿고 지원해줘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콘테 감독은 대단히 열정적인 감독이고, 승부욕이 강하며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휘어잡을 줄 안다. 선수들은 존경심을 갖고 그를 따르며, 콘테는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고치로 이끌어 낼 줄 아는 감독이다. 콘테 감독이 부디 오랫동안 첼시감독으로서 첼시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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