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다현
잠비아전 사고 장면 (출처 | 한국축구협회)
지난 3월, U-20 4개국 축구대회 아프리카 챔피언 잠비아와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선수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가 있었다. 후반 35분경 4대1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정태욱이 골대 앞에서 공중에 뜬 볼을 차지하기 위해서 헤딩을 하다가 잠비아 선수와 부딪치면서 머리에 충격을 받고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힘 없이 쓰러진 정태욱을 보고, 옆에 있던 동료 선수들은 가벼운 부상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 자리에서 반대편에 있던 선수들까지 모두 모여들었다. 그리곤 다급히 손짓을 하며 의료진을 불렀다. 김덕철 심판도 호루라기를 여러 번 불면서 경기를 급히 중단했고, 혹시나 있을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정태욱으로부터 동료 선수들을 떼어냈다. 이상민은 정태욱의 목을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하고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쓰러진 지 35초 만에 의료진들이 들것을 들고 현장으로 달려나왔다.
의료진들은 부상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정태욱의 목을 보호대로 고정시키고 들것으로 옮겼다. 뒤에 있던 잠비아 선수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모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히 정태욱은 의식을 회복을 했다. 정태욱이 팔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자 경기장 안의 관중들은 큰 부상이 아니기를 기원하면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4분정도 경과 후, 정태욱 선수를 실은 앰뷸런스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검사 결과 정태욱은 건강상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행히 정태욱은 현재 신태용 감독의 20세 대표팀 멤버에 뽑혀 FIFA 20세 이하 월드컵 본선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축구는 여러 종목 중에서도 가장 부상이 잦은 종목 중 하나이다. 다른 종목에 비해서 선수들 간의 몸 싸움이 많고, 보호 장비도 없기 때문이다. 정태욱의 사고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응급처치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운동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을 지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심·폐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 정신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나 또는 내 가족이, 친구나 이웃이 쓰러질 수 있다. 그리고 옆에 있을 누군가는 응급처치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은 OECD선진국 중 응급처치 처방에 관해 최하위권에 속한다. 위급시 119를 불렀을 때 앰뷸런스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평균 7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5분 이상 심정지가 지속되었을 때 뇌에 손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일반인의 응급처치가 중요시 되고 있는 이유이다.
대한전문응급처치협회 총재 강경순 교수와의 인터뷰를 갖고 전문가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았다.
- 이상민 선수의 응급처치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 가장 좋았던 점은 환자 발생 시 동료들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도움이었습니다. 주변의 빠른 행동 대처는 환자를 구하는데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고 동영상을 자세히 보니, 환자의 가슴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호흡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환자는 머리의 충격으로 의식을 소실하였기 때문에 심장마비보다는 뇌의 일시적인 충격으로 의식을 잃은 것입니다. 인공호흡을 하기 전에 충분하게(6초-10초) 환자의 의식을 확인하여 호흡과 몸의 움직임이 있는지, 입을 벌리는 것보다는 기도유지 방법을 이용한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먼저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호흡과 몸의 움직임이 없다면, 신속하게 가슴압박 소생술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됩니다.
-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응급처치 수준은 어떠한가요?
▲ 선진국은 응급처치 보급률이 국민의 30~80% 정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8~12%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응급처치 보급률의 적정선은 최소 국민의 25% 정도로 보고 있는데, 많은 시간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 U-20 정태욱 선수가 쓰러지고 이송되는데 까지 4분 이상의 시간이 걸려, 응급처치가 미흡하다는 평을 접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환자 발생 후 즉각적인 응급구조요원 투입과 구급차 이송이 필요한데, 동영상을 보니 응급구조요원 투입 및 구급차 진입에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 것으로 보면 응급구조 시스템상 문제점이 있다고 봅니다. 응급구조요원과 구급차가 즉각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교육을 받게 되면 실제로 위급시 도움이 되나요?
▲ 대한전문응급처치협회에서 교육을 수료하신 분들 중에 다수의 국민을 응급처치를 실시하여 소생한 적이 있습니다.
수영장에서 물에 빠져 의식이 없는 익수자를 즉각적인 대응으로 전문적인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여 현장에서119가 도착하기 전에 의식이 회복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 현재 심폐소생술 교육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가요?
▲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교육이 강화되어 현재 전국적으로 심폐소생술 및 응급처치 교육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 수강생들은 안전교육에 만족하나요?
▲ 교육을 받고 난 후, 교육생들의 인식 변화와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많아졌으며 계속적인 보수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육시간이 1시간~3시간 정도로 아주 짧은 교육으로 양질의 교육을 기대하기에는 조금은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나마 교육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고 보고 있습니다. 계속적인 보수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의도 경찰지구대 의무경찰 구조 및 응급처치 교육 (출처 | 대한전문응급처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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