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문삼성
마라톤 대회 모습 (출처 : pixabay)
대한민국 마라톤은 현재 최악의 상황이다. 20여년간 정상을 유지하던 이봉주 이후 대표적인 선수가 등장하지 않고 반짝 스타로 2시간10분 이내의 기록을 보여주었던 한 두 명의 선수는 있지만 그 선수들마저도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때 마라톤 선수의 꿈을 키웠던 필자는 대한민국 마라톤의 문제점을 본질적으로 다루어볼까 한다. 1시간대 진입을 바라보며 놀랍게 기량이 발전하는 요즘, 대한민국 마라톤은 거꾸로 달려가고 있다. 현재의 위기는 과거 훈련 방법을 고집하는 지도자들의 문제도 지적할 수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선수자체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겠다. 무언가 과감하게 말하려면 명분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필자는 현재 엘리트선수들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싶다. 선수들 입장에서 강하게 반발하겠지만 너무 고깝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편하게 돈 벌고 신나게 논다.’ 두 번째 ‘본인 의사표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엘리트마라토너로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필자와 같은 세대의 선후배들이다. 가까이에서 이들을 봤기 때문에 쉽게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엘리트 선수들의 삶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1차 목표가 고2, 고3 때 전국규모대회에서 입상해 대학 또는 실업팀 및 시, 군청 소속으로 입단하는 것이다.
90%이상의 선수들이 1차 목표가 선수시절 최종목표라고 할 수 있다. 1차 목표를 달성하였으면 2차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많은 선수들이 그런 목표의식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20살의 나이에 잘 못 뛰어도 평균연봉 2500~3000만을 받는 선수들이 있을 정도이다. 일반 학생이 4년제 대학 졸업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서 이 정도의 연봉을 받기가 쉽지 않지만 선수기준으로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좋은 조건을 누릴 수 있다. 경제관념 없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불성실하게 놀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다.
대학에 입학한 선수들도 성인으로 부모님께 용돈 받으며, 생활하는 것은 똑같다. 필자가 선수를 하던 시기에도 주변에서 주말이면 술 마시고 클럽 가서 어떻게든 이성친구 사귀려고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친한 선, 후배이지만 인간적으로는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선수시절 단 한번 술 마시고 클럽 가서 놀지 않았기에 충분히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첫 번째 문제점에 이어 자연스레 형성되는데 90%정도의 선수들이 불성실한 행동을 하며 살고 있지만 나머지 10% 정도의 선수들은 훈련에만 몰두한다. 하지만 성실한 선수들 대부분은 잘못된 선, 후배들의 생활을 보아도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본인 할 것만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 지도자에게 보고하여 선수신분에 맞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들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훈련에만 몰두하려던 선수들도 선, 후배들의 일탈된 문화에 익숙해져 몸이 망가지기 십상이고 오히려 성실하게 훈련하는 선수들이 적응을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 묻혀서 훈련하는데 어떻게 훌륭한 선수를 배출할 수 있겠는가. 선수자체의 문제점만을 놓고 보았을 때 이 두 가지가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의 마라톤 수준은 개선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이 취해야 할 행동을 제시하려고 한다. 술 마시고 클럽 가는 것을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도 사람인데 놀면서 생활해야한다. 다만 국민의 세금으로 연봉을 받고 있고 팀에 소속 되어 선수라는 신분을 갖는 그 기간만큼은 선수로서의 성실한 삶을 이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을 모르고 마라톤을 사랑하는 많은 동호인들이 대한민국 마라톤을 걱정하고 다시 한 번 세계무대에서 달리는 대한민국 마라톤 대표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과 기대, 응원에 대해 현역선수들이 제대로 보답하지 않는다면 마라톤은 점점 더 인기가 하락할 것이다. 마라토너의 선수생명은 평균적으로 긴 편이 아니다. 현역선수 기간만큼은 선수라는 타이틀에 맞게 생활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필자는 선, 후배들이 욕먹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선수출신들은 사회에 나가면 ‘선수출신 무식하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당사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지 않지만 말이라는 것이 돌고 도는 것이고 결국 당사자는 가장 마지막에 그 사실을 알게 된다. 마라톤과 선수출신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에 현역 선수들은 반드시 선수시절만큼은 선수답게 생활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못 뛰어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마라톤을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은 잘 뛰어도 지금처럼 선수답지 않게 생활한다면 그 자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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