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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미국 실내 육상 경기(Indoor Track and Field in the SEC)

 

 

글/ 이미나 해외통신원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녹스빌 소재 테네시 대학교에서 연수 받으며 직접 목도한 스포츠 문화를 바탕으로 SEC와 실내육상경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며 덧붙여, 프로스포츠보다 대학스포츠가 더욱 위상이 높다고 하더라도 어색할 것 없는 이곳에 스포츠가 미치는 영향과 이러한 환경 조성을 위해 지역사회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1
 전미 대학 체육 협회(NCAA) 충족 요건에 따라 대학들은 세 등급의 Division으로 분류되어 가입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학생선수를 보유하고 높은 예산이 집중되는 Division Ⅰ 범위에 있는 351개의 학교들은 BIG 10, ACC, SEC, PAC12, BIG 12 등과 같은 지역별로 설립된 11곳의 스포츠 컨퍼런스에 속하게 된다. 본인이 연수 중에 있는 테네시 대학교는 Division Ⅰ, SEC의 구성원이다. SEC는 남동부에 위치한 11개의 주 리그로서 테네시 대학교 포함 14개 학교가 가입되어 있고 13 종목의 챔피언십을 매년 주관하고 있다. 프로스포츠 못지않은 실력과 기록을 내며 내부에서도 동부, 서부로 나뉘는 규모를 자랑한다. 재정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리그로서, 미 스포츠 전문 매체 ESPN과 지상파 CBS와 장기 계약되어 중계권 양도로부터 고수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타 컨퍼런스와 비교하여 볼 때 SEC는 최고 수준의 리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앞서 기재했듯 SEC는 각 종목별로 챔피언십을 주최하는데, 특별히 지난 2월 열린 SEC 실내육상경기의 탐방 내용과 실내외 경기 차이점 및 장단점을 살펴보고 우리에게 적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2017 SEC Indoor Track and Field Championships는 테네시의 주도 Nashville에 위치한 Vanderbilt University에서 총 이틀에 걸쳐 개최되었다. 정평이 나 있는 명문 사립대학답게 남부의 하버드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 티켓은 성인 $15, 청소년과 학생은 $5로 출구에서부터 선수와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입구 맞은편에서는 본 대회 기념 로고가 새겨진 라이선싱 물품들을 판매하며 구매를 유도하고 있었고 행사에 맞춰 제품들을 상품화 시키는 것과 구매하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Sports Merchandising 시장 규모도 잠시 엿볼 수 있었다. 대학 경기임에도 관중들로 붐비는 것을 보며 무료입장이어도 허전한 한국의 경기장과 사뭇 대조되었다.

 

 

 

 - 호스트였던 대학교 실내 트랙의 경우 300m 길이의 몬도트랙으로 만들어졌으며 경기 전 몸을 풀 수 있는 실외 트랙도 400m 몬도트랙으로 잘 관리되어 있었다. 위치상 가까운 곳에 있어 선수들이 이동하기에 불편함이 없었고 필드 선수에게는 기구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아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 경기장 내부에 입장한 순간 가장 놀랐던 것은 관객들이 필드 안에 들어가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것이었다. 관중 수에 비해 협소한 공간도 한몫하지만 트랙과 필드 사이는 낮은 펜스가 전부였다. 선수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그 안에서 구분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간격이 지나치게 가깝다고 생각되어 경기력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싶었으나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관객을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시합 흐름에 맞춰 응원할 때와 조용할 때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구비된 시설도 중요하지만 관람객들에게도 선수와 동일한 스포츠맨십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관전문화에서 이들의 개인주의와 공동체 의식이 조화롭게 자리 잡혀 있음을 찾을 수 있었다.

 

 

                                           ▲ 임시로 만들어진 관중석                                                  ▲ 선수들을 위한 공간

 

#3
- 육상은 풍속도와 외부 온도, 시설적인 요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 종목이기에 경기장 시설 운영방식에도 흥미를 갖고 지켜보았다. 경기가 열린 2월의 미국은 한겨울이었으나 실내는 온습도를 직접 컨트롤하며 경기 진행에 최적화된 기온을 조성하였다. 계절과 날씨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 실내 경기장의 최고 이점으로 손꼽고 싶다. 더불어 미국의 실내육상경기장은 일찍이 보편화되어 시즌에 구애받지 않고 더 많은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선수들의 동하계훈련의 격차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에게 종목의 장벽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육상을 즐기는 인원이 늘어나는 만큼 자연스럽게 인재 양성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도약경기

 

- 외부환경을 극복하는 장점에 반해 실외 트랙 공인규격인 400m보다 짧게 200m 혹은 300m로 시공되어 경기 운영방식이 변경되고 공간에 제약이 따르게 되었다. 예로 100m Dash는 60m Dash로 대체되는데 스프린터가 최고 속도에 다다를 때에 결승선을 통과하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스타트 속도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아울러 곡선 주로를 달리는 선수의 경우 코너링의 원심력이 극대화되어 질주 중 중심을 잡으려면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으므로 기록 단축이 어렵다.

 

 

 

- 짧아진 트랙만큼 infield의 크기 또한 작아져서 넓은 공간과 안전장치를 확보해야만 진행이 가능한 투척 종목은 포환던지기만 이례 없이 진행되고 원반, 창, 해머던지기는 경기에 포함될 수 없었다. 인상적이었던 종목으로는 Weight throw로 해머던지기와 유사하지만 더 무겁고 와이어를 짧게 만들어 기록 인터벌이 멀리 나오지 않도록 대체하였다. 그러나 이 경기 도중 안전 관리가 미비하였는지 서클 보호망과 파울 라인을 빗나간 기구가 관중들 바로 앞에 떨어져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파울라인을 따라 안전네트를 설치를 해야 하는 등의 보완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Weight throw 경기장

#4
 SEC만의 규정으로는 모든 심판과 봉사자들을 경기가 열리는 지역 내에서 차출한다는 것이다. 이 경기의 경우 심판과 봉사자 채용 관련업무는 학교 인사부에서 관장하고 있었으며 심판들은 스포츠 관련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국가 테스트를 거친 자격을 가진 요건 하에 누구든 지원할 수 있었다. 지역 내에서 모든 인력이 충족이 된다는 것이 새삼 부럽기도 하였다. 봉사자들은 나이 불문하고 경기를 진행해나갔고 선수들이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최고의 서포터들이 되어 주었다. 이곳에서 만난 봉사자 Effua도 전문 육상인은 아니었지만 육상을 사랑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그리고 사회 한 구성원으로서 지역 행사에 자부심과 특별한 사명감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실제 겪은 예로는 본인도 테네시 대학교에서 열린 2017 SEC Swimming&Diving Championships에서 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었는데 다이빙 선수 출신인 동기 연수생은 기록원으로 배치되었고 수영에 대한 지식이 비교적 얕았던 본인과 동기 연수생들은 경기장 입구에서 선수들의 신분확인 후 입장 허용 팔찌를 채워주는 파트로 배정받았다. 이렇듯 누구나 경기 운영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었고 봉사 신청을 하는 절차마저도 매우 간단하였다. 수영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었지만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고 경기 운영에 일환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신나는 경험이 되었으며 수영이라는 종목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다른 스포츠 행사에도 참여하고 싶도록 동기부여가 되었다. 또한 활동하며 만난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 안에서 접할 수 있었던 그들의 열린 사고방식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함과 동시에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하였다.

 

 

▲ 심판과 봉사자의 경기진행모습

 

▲ SEC Swimming&Diving Championships 봉사활동당시

 

#5
 지역사회의 적극성과 열의 없이는 성공적인 경기를 완성할 수 없다고 생각되었다. 경제 활성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구조로 수천 수만 명의 시민들은 스포츠 경기에 관람료를 기꺼이 지불하는 것이 당연시되어 있었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수익창출과 지역 활성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기장은 선수들의 훈련 장소는 물론이거니와 교내에 있지만 다른 이벤트도 주최될 수 있도록 오픈되어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또한 자신들의 지역에서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심판이나 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이들은 이를 영예로운 일로 여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운동선수들은 많은 이들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승패와 기록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경기 내내 웃고 즐기는 모습이 메달 색에 따라 많은 가능성들이 좌우되는 한국의 여느 경쟁문화와는 확연하게 다르다고 생각되었다. 좋은 영향력과 경기력을 발휘하는 선수들로 인해 스포츠활동 참여 확산을 뛰어넘어 지역 결속력까지 강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하나의 제시점으로 더 깊이 보고 싶었던 부분은 NCAA, SEC, 유치 지역 및 대학교의 이해관계 구도였다. 조직의 역할들은 다르지만 같은 뜻을 향한 협력에서 가늠할 수 없는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단순 수익창출의 수단이라고 하기엔 스포츠 자체가 탄탄한 저변화를 바탕으로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sportsmanship은 필수 덕목처럼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고 스포츠를 향한 애정과 열기는 오래도록 식지 않을 것 같다. 끝으로, 스포츠 분야가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친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조직의 체계적인 역할분담과 각 개인의 관심과 실천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올바른 방향성을 잡고 나아가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는 스포츠가 가치 있는 삶의 구심점이 되어있을 거라 확신한다.

 

 

▲ 테네시 대학 소속 Weight Throw 동메달리스트 Stamatia Scarvel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