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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장충의 기적’, 한국남자배구를 다시 살리는 기회이기를

# ‘장충의 기적’, 한국남자배구를 다시 살리는 기회이기를

# 임건엽 기자







2016년 7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16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2그룹 마지막 예선전이 개최되었다. 때 이른 무더위로 예상 관중 3,000명을 넘어서지 못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7월 3일 직접 관람하러 경기장에 간 필자의 눈에는 우려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구 100주년 기념티셔츠를 입은 채 관중석에 빼곡하게 앉은 배구팬들의 열기로 콘서트 장에 온 기분이 들 정도였다.




▲ 관중들에게 나누어진 배구100주년 기념티셔츠 Ⓒ 임건엽





한국 남자배구의 마지막 자존심


한국 남자배구는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로 4회째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랭킹은 2015년에 16위였지만, 성적 부진으로 현재는 23위이다. 작년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다. 더군다나 배구월드컵이라 불리는 월드리그에 참가 중인 한국팀은 6연패를 기록했다. 이에 배구팬의 실망과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는 한국팀에게 중요한 대회이다. 외부로는 한국 남자배구의 건재함을 알리고, 내부로는 신인스타를 발굴하고 육성하여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캐나다에서 있었던 예선전에서는 6연패를 했지만, 남은 3경기는 홈 이점을 안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경기하게 되었다. 


이 3경기의 결과를 통해서 한국 남자배구팀은 2그룹 잔류이거나 3그룹으로 강등될 수 있었다. 다행히도 필자가 경기 관람을 가기 전날 첫째 날 체코와의 경기를 시작하여 이집트까지 이기며, 2연승을 한 상태라 경기장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 상태였다. 경기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관중들의 대화 속에서도 2연승을 기대하는 말들이 빈번하게 오갔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이미 관중석은 거의 만석이 되었다. 신호음에 맞추어 경기는 시작되고 한국팀은 초반부터 점수 차이를 벌려놓으며, 경기 주도권을 잡아갔다. 마지막 경기의 상대 국가는 네덜란드였다. 한국팀은 네덜란드전에서 패했을 시 바로 3그룹으로 강등이 되기 때문에 무리한 플레이보다 확실한 플레이만 했다. 네덜란드팀은 화려한 서브에서 실책이 잦아 뺏기는 점수가 많았으며, 한국팀은 공 하나라도 끝까지 쫓아가 빠르게 상대방 네트에 공을 넘기거나 허를 찌르는 느린 공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쌓아갔다.







▲ 2016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한국:네덜란드) Ⓒ 임건엽




네덜란드팀이 신장 부분에서 한국팀보다 이점이 많았으나, 한국팀은 신체적 열세를 이겨내고 5세트 모두를 소화하여 3:2로 쉽지만은 않았던 승리의 깃발을 가져왔다. 이로써 2그룹에 잔류하게 되어 한국 남자배구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비록 홈팀의 이점이 있기는 했지만 한국 남자배구팀의 극적인 3연승은 ‘장충의 기적’으로 불렸다.



장충의 주인공


한국 남자배구팀의 모두가 승리의 주인공이었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총 9경기에서 무려 140점을 획득하며, 매 경기 최다득점자인 서재덕(27,한국전력) 선수이다. 왼손잡이로서는 특이하게 오른쪽과 왼쪽 모두에서 공격이 가능한 그는 다재다능한 선수라 할 수 있다. 월드리그 선발전에 한국 대표 공격 선수인 신영수(34,대한항공) 선수와 전광인(25,한국전력)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게 되어 공격에 대한 부재가 있었다. 그 부재를 서재덕 선수가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열심히 경기에 임해 한국 팀을 승리로 이끈 것이다. 소속팀인 한국전력에서는 리시브도 담당하며 팀 균형을 맞추는 서재덕 선수는 배구대표팀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팀의 전략도 서재덕 공격에 맞추어졌다. 특히나 장충체육관에서 있었던 3경기 총 득점이 72점을 기록하며, 3연승 1등 공신으로 장충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 2016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한국:네덜란드) Ⓒ 임건엽



2020 도쿄올림픽을 바라본다


곧 있을 리우올림픽에서는 안타깝게도 한국 남자배구팀을 볼 수 없다. 4회 연속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신뢰를 잃은 한국 남자배구는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그 일환 중 하나는 신인스타 발굴이다. 올해 처음 대표팀에 선발된 정지석(21,대한항공) 선수는 리시브 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줘 리시브 부분 4위에 랭크되어 앞으로가 기대되는 신인선수로 주목받게 되었다. 2020 도쿄올림픽을 위한 세대교체가 정지석 선수를 시작으로 새로운 선수들로 구성된 안정적인 팀 구성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이번 월드리그를 통해 배구팬들에게 전달되었다. 3연승이 만들어낸 ‘장충의 기적’으로 월드리그 2그룹 잔류와 세계랭킹 방어를 이루어냈지만 한국 남자배구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표선수들의 부상문제와 국가대표 이탈문제 그리고 공격수의 장신화는 한국 남자배구의 숙제이다. 배구협회는 문제를 인식하고, 2020 도쿄올림픽은 물론 미래의 한국 남자배구 발전을 위해 아시아 배구 강대국과의 친선 대회 및 유망주 발굴에 힘쓰고 있다. 4년 뒤 개최될 도쿄올림픽에서 20년 만에 한국 남자배구 대표 팀 경기를 관람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다시 한 번 한국 남자배구에 대한 희망을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