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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독일스포츠와 문화 -천천히, 하지만 바르고 정확하게

 

 

 

글/구본재

 

 

 

 

 

 

 

 

 독일은 선진화된 스포츠 문화와 교육시스템으로 유명한 국가이다. 가까이는 일본이 독일의 체육, 교육시스템을 활용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마이스터 고등학교와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 스포츠코칭학과는 이러한 독일의 스포츠와 교육시스템을 보고 배우고자 6박 7일간의 현지 워크샵을 가게 되었다.

 

전체 일정은 크게 현지 스포츠 시설과 박물관 견학, 교육시설탐방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스포츠 시설 견학을 위해 분데스리가 Bayer 04 Leverkusen 팀의 홈구장(Bay Arena)과 FC 쾰른 팀의 홈구장(쾰른 월드컵 경기장)을 방문했는데, 지난 영국 워크샵에서 보았던 올드 트래포드 경기장에 비해 역사적인 배경은 얕아보였으나 상대적으로 관중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에 방문한 관객을 위해 휠체어 전용석이 있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용석도 마련되어 있었다. 시각장애인석에는 의자 뒤편에 스피커가 달려 있어서 그들을 위한 장내 아나운서가 육성으로 중계해주는 소리와 함께 현장의 생생한 열기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지난 2002년 월드컵이 열린 우리나라의 월드컵 구장과는 다르게 전용구장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박물관 견학을 위해서는 쾰른에 위치한 올림픽 스포츠 박물관을 찾아갔다. 자연사 박물관처럼 엄숙하기보다 스포츠 체험 박람회처럼 활동적인 분위기였다. 실제로 몇몇 종목은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고, 이는 관람객의 흥미를 이끌만했다. 또한 독일 유명 선수나 전통, 강세 종목 등을 소개하면서 자국민의 긍지를 높일 수 있는 전시물이 많이 있어서 부럽기도 했다. 전시물은 근대올림픽 뿐 아니라 고대올림픽 종목도 소개하고 있었고, 여러 가지 종목 기구의 발달사 역시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시설 탐방에서는 쾰른에 위치한 독일체육대학교와 트레이너 아카데미, 라이프찌히에 위치한 라이프찌히 스포츠과학대학과 스포츠 김나지움을 방문했다. 먼저 독일체육대학교는 독일 유일의 체육 단과 대학교로써 스포츠 계열에서는 독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학교이다. 전반적인 시설이나 분위기는 영국의 러프버러나 존 무어 대학교보다 낙후된 느낌이었지만 도서관은 입이 벌어질 만큼 좋았다. 체육학과 관련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자료가 보관되어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국에서는 인터넷으로 검색해야 볼 수 있는 유명 학회지도 비치되어 있었고 한국어로 된 서적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체육대학과 마찬가지로 체육 단과대학임에도 이러한 자료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독일에는 현장의 전문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트레이너 아카데미가 전국에 걸쳐 존재하는데, 우리가 방문한 쾰른 트레이너 아카데미는 최고 등급의 지도자를 위주로 양성하고 있었다. 최고등급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바로 아래 등급에서 1300시간(약 3년)의 이수시간이 필요하고, 최하등급에서부터 최고등급이 되기까지는 대략 7~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시스템이 상당히 체계적이었는데, 특히 현장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1주 이론수업을 진행하면 이를 토대로 3주 동안 현장실습을 하는 형태의 수업은 인상적이었다. 담당자의 설명 중 ‘사실은 지도자들이 이곳에서 듣는 수업보다 현장에서 적용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며, 이 시설에 와서 수업으로 얻어가는 것보다 종목이 다른 지도자들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들끼리 어떠한 문제에 대해 의논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지도자교육을 가보면, 어떻게든 지도자들이 수업을 제대로 수강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하지만 지도자끼리 유대감 형성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과는 상반되어서 재미있었다.

 

라이프찌히 스포츠과학대학에서는 Hartmann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Hartmann교수는 독일 스포츠 기관의 구조를 설명하며 독일 스포츠의 강점을 86,000여개에 달하는 스포츠클럽에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전체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800만 명의 회원이 스포츠클럽에서 스포츠를 즐기고 있고 이러한 스포츠클럽은 독일 엘리트 스포츠 영재발굴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그리고 독일에서도 영재발굴에 있어 정량적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다만, 스포츠클럽 참여 인구가 많기 때문에 정성적 평가로도 영재발굴이 가능하고, 스포츠에 두각을 보이다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좋은 성적을 발휘하지 못해도 사회로 복귀하는데 무리가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스포츠에의 참여가 활발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대기만성형 선수가 나중에 두각을 보이게 되면 그 때 엘리트 선수로 선발 할 수 있는 유연함이 강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선수가 성장하면서 다른 종목에 더욱 적합한 신체적, 심리적 조건을 갖추게 되면, 종목간 이동도 가능해서 상당히 효율적이었다. 

 

 

 독일은 모든 선수가 올림픽 우승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할 때부터 운동만이 아니라 경과를 지켜보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었다. 올림픽 레벨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출정 6개월 전까지는 자신의 직업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스템과 분위기는 우리나라가 최근 추구하는 방향이어서 독일의 스포츠제도가 얼마나 앞서가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독일 사회는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하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누구나 엘리트 선수로 전향이 가능하고 엘리트 선수가 언제든 사회로 환원이 가능해지면서 스포츠 자체의 범위가 커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스포츠 자체의 힘을 키워주게 되면서 상당히 건강한 스포츠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했다.

우리가 방문한 독일은 300~400년은 우습게 넘기는 건물의 수명과 이러한 건물에 남아있는 스토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투철한 역사의식과 자신이 잘못한 부분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며 고치려는 노력, 그리고 잘해왔던 부분도 점검, 수정, 보완하는 건강한 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이러한 독일의 문화는 교육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자녀가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기보다 지혜를 익힐 수 있도록 천천히 가르치고 있었다. 이는 다시 스포츠에 영향을 주고 있었으며, 눈앞의 승리보다는 승리 그 넘어의 무엇인가를 바라보는 인상을 받게 했다. 독일 스포츠는 느리지만 옳은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었다.

 

 

 

 

우리나라 스포츠는 유럽처럼 느리지만 옳은 방향의 발전이라기보다 미국과 같이 빠르고 효율적인 발전을 추구해왔다. 이러한 방향성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아주 짧은 기간에 세계에서 손에 꼽을 만큼 스포츠가 강한 나라가 되어있다. 어느 쪽이 좋고 나쁘고의 가치판단은 섣부르고 위험하지만, 아무런 변화 없이 지금처럼 그저 앞만 바라보고 빠르게 발전하려는 태도는 100년, 200년 후의 우리나라 스포츠계를 공허하게 만들 심산이 크다.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에서 반세기만에 세계 경제 대국반열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은 ‘빨리빨리’문화였고, 우리 사회에 순기능으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동안 우리의 발전을 뒤돌아보고 명과 암을 확실히 판단하여 앞으로의 계획을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변화는 유럽의 스포츠문화와 같이 빠르진 않지만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