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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학교스포츠클럽과 체육교사의 삶의 질

글/ 이태구(부천상동고 교사)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


지난 정부의 학교체육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학교스포츠클럽’이다. 초반에는 등록률에 그 활성화의 기준을 두면서 말도 많았지만, 현재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도 교내스포츠클럽대회를 시작하여 학생들이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 축구와 농구는 리그전으로 진행되어 가을까지 진행되고, 단체줄넘기, 다트 등은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참가신청서 제출부터 대진표추첨까지 교내스포츠클럽대회를 시작하기 위한 행사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데 일반 담임선생님들은 그동안 학업에 소극적인 학생들이 스포츠클럽대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을 보면서 놀라기도 한다. 그러면서 체육교사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모든 수업에서 그렇겠지만, 교사들은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을 보면 힘이 난다. 왜냐하면 요즘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너무도 많이 보기 때문이다.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교외스포츠클럽대회에는 학교를 대표하는 종목별 대표들이 참여한다. 체육교사들은 이런 팀들을 인솔하여 대회에 참여하여 그 실력을 뽐낸다. 그리고 학생들과 학교에서 연습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필자도 작년에 학교 대표 농구팀의 감독을 맡아 학교 대항전에 출전을 하였다. 아쉽게도 4강전에 떨어져 학생들과 함께 아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추락하는 체육교사의 삶의 질


체육교사 입장에서 학교스포츠클럽의 활성화는 반가운 일이다. 학생들이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스포츠 활동을 통해 건전한 경쟁의 의미를 알게되고, 평생체육의 기틀을 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학교들에서 체육교사들이 학교스포츠클럽 제도를 반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체육교사의 삶의 질이 추락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를 예로 설명해 본다. 우리학교는 교내스포츠클럽대회를 5월부터 10월까지 리그전으로 운영한다. 점심시간과 저녁식사 시간에 종이 치자마자 5분 안에 시합을 시작하여 20분에서 25분 안에 경기를 진행한다. 


4교시가 없는 체육교사들은 3교시에 식사를 하고 운동장에 나오고, 4교시가 없는 체육교사들은 경기가 끝나고 식사를 해야 한다. 경기 끝나고 식사를 해야 하는 교사들은 바로 5교시가 있을 때는 정신없이 식사를 한다. 이런 생활을 5월부터 10월까지 해야 한다. 저녁이야 집에 가서 먹어도 된다지만, 매일 점심은 편하게 먹을 수가 없다. 어떤 때는 먹지 못할 때도 있다. 스포츠클럽대회 때문에 이러한 생활을 계속적으로 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물론 우리 학교도 학생회 임원들을 교육시켜서 심판을 보게 한다. 학생들이 열심히 심판을 본다. 그러나 학생들이 심판을 볼 때도 체육교사는 운동장에 나가봐야 한다. 정시에 잘 시작하는지, 잘 운영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학교 대표로 출전하는 교외스포츠클럽대회에 학생들을 이끌고 참가해야 한다. 작년에는 1학기만 6번의 토요일에 참가를 했다. 물론 학생들은 이 대회 참가를 위해 다른 기간에 연습도 하길 원한다. 내가 맡은 학교 농구대표팀은 4강에 오르기 위해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연습을 하였다. 이런 대회를 모르는 아내는 왜 토요일도 학교에 나가냐고 성화다. 아들 녀석을 데리고 나가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첫째 아들을 데리고 대회에 참가했다. 


이런 상황이 학교스포츠클럽과 관련한 체육교사의 삶의 모습이다. 이 제도가 지금도 살아 운영되고 있는 것은 학교 현장에 체육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체육교사들의 노력덕분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들의 삶의 질은 추락하고 있으며, 이렇게 큰 희생을 필요로 하는 한, 이 제도의 유지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을까?


각 시도 교육청에서는 학교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을 하고 있다. 이 글과 관련해서는, 운영하는 교사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승진가산점을 주기도 하고, 성과급에 좋은 평가를 주기도 하며, 예산을 배정해 주기도 하고 있다. 물론 생활기록부 기록을 통해 입학사정관제도에서 혜택을 주기도 한다. 


학교스포츠클럽의 활성화와 체육교사의 삶의 질이 지금보다 향상되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을까? 이 질문은 단지 체육교사들만이 몸 편히 학교생활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제도를 학교 사회에 정착하는데 체육교사들의 헌신은 필수불가피하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전국의 체육교사들이 제대로 된 식사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스포츠클럽대회를 운영,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과목 교사들이 스포츠클럽활동에서 지도교사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닌 것 같다. 특히 학교대표 학생들끼리의 경기에서는 학생들 지도를 위해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참가하는 학생들 인솔하는 수준에서 교사의 관여 이상이 필요하다. 


현재 중학교에서는 스포츠강사를 채용하여 학교에서의 스포츠클럽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가는 스포츠 강사 수에 비해 교사 정원은 확대되고 있지 않다. 


필자는 진정한 학교 체육 활성화를 위하여, 체육교사 증원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과연 정규교사 확충이 없는 학교체육 활성화가 가능한 일일까.



(스포츠클럽강사를 폄하하는 것이 아님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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