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동규 (영남대학교 체육학부 교수)
체육·스포츠영역은 정과수업을 의미하는 ‘체육교육’과 놀이를 근간으로 하는
‘스포츠’로 대별된다. 그리고 스포츠는 다시 소수 정예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엘리트스포츠’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스포츠(생활체육)’로 구분된다.
이와 함께 학문적인 연구체로서 ‘체육학’, ‘스포츠과학’이 1960년대 이후
본격화 되고 있다. 체육이 되었든 스포츠가 되었든, 또 체육학연구가 되었든
현대사회에서 이들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그러나 체육·스포츠의 지대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이들 영역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자주 노정되고 있다. 즉 체육·스포츠의 현장이나 연구과정에 과학주의가
지나치게 개입되어 제반문제들을 분별없이 계량화시키고, 그 결과만으로 일방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지상주의를 근간으로 한 물질만능사상과 스포츠세계에서의 승리지상주의를
만연시킬 수 있게 한다. 그리하여 체육교육은 신체활동이 선사하는 내재적 가치를
만끽하기보다는 기록에 의한 평가가 더욱 관심사로 대두될 수 있으며,
스포츠현장에서는 참여의 즐거움보다 동물싸움장과의 구분이 불가능한
경쟁의 장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은 어떻게
해소시킬 수 있을까?
동서양 구분할 것 없이 태초의 학문은 인문학이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사·철(文·史·哲)이 바로 그러한 영역들이다. 현대사회에서 무소불위의 권위를
자랑하고 있는 자연과학은 300만 년이라고 추정되는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17세기에, 사회과학은 19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기계론적, 환원주의적 세계관이 도래되었다.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에
대한 수리적 접근을 통하여 보다 선명하고 명확한 답을 찾으려 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막연하고 비일상적인 것에 보다 관심이 많았던 인문학의 약점을
보완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과학만이 이 세상의 이치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이 성립된 것이다. 수천 년 이어온 태초의
학문인 인문학은 명맥조차 이어지기 어렵게 되었으며, 이러한 풍토는 체육·스포츠의
문제해결에 있어서도 그대로 도입되었다.
체육·스포츠현상에 대한 연구 또한 초창기 의료인들의 참여에 의해 자연과학으로
부터 시작하여 차츰 사회과학으로 확대되어 갔다. 실험과 관찰을 근거로 하는 현대과학이
큰 성과를 가져오자 체육학연구에서도 실증적인 것을 높이 평가하게 되었고,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경험적인 사실에 의하여 증명되지 못하면 시,
꿈 혹은 환상으로 취급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경험이나
실증만을 강조하고 논리적 사색보다 감각적인 것에만 의존하게 되면 보이지 않는
세계나 관념은 배제되고 보이는 세계만을 중요시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즉 체육·스포츠의 세계에서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것을 찾는 형이상학적 노력이 가치를
잃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인류문화를
대상으로 삼는 영역, 즉 철학적 접근이 요구된다.
철학은 지식을 얻는데 목적이 있지 않고, 세상과 인간을 어떻게 사유하고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를 깨달으려는데 있다. 철학은 사실에 관한 진리를 말하는 ‘지식의 학문’이
아니라 사실의 지식과 그것에 관한 의미, 가치, 목적 등도 함께 고려하는
‘지혜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철학은 ‘해답, 대답을 주기 위한 학문’이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가르치는 ‘영원한 물음의 학문’임을 암시하고 있다. 과학이
예리한 분석력을 잠재력으로 한다면, 철학은 반성적 자각과 비판정신을 근간으로
흐트러진 문제들을 종합․정리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통찰력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체육․스포츠의 문제해결에 있어서도 철학은 올바른 길을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된다. 체육•스포츠에서 철학을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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