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문수(경인교육대학교 체육교육과 조교수)
다문화 가정 학생 이해하기
“가” 학생은 캐나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이다. 학급에서 공부도 잘하고 학교생활도 착실하게 하는 모범적인 여학생이다. 체육활동에서는 친구들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친구관계가 매우 좋은 편이다. 신체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운동에 소질이 있으며 체육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나” 학생은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이다. 수업시간에 말이 없는 편이나 학급이나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기를 좋아하는 남학생이다. 수업시간에 수업태도는 좋으나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방과 후에 담임교사의 지도를 받는다. 체육수업 시간에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운동능력이 부족하여 항상 주변인으로 머문다. 그러나 뉴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면서부터 조금씩 체육활동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였다. 특히, 체육활동에서 모둠원들과 협동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츄크볼과 킨볼의 활동이 제공되면서 체육활동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다” 학생은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이다. 키가 크고 성격이 유순한 여학생이다. 친구들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하는 학생이나 학업성취도는 그리 높지 않다.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서 체육시간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뉴스포츠 활동이 가미된 체육수업에 참여하면서부터 수업활동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체육수업에서 모둠활동에 참여하면서부터 자신의 생각을 친구들에게 전달하고 친구들의 생각을 받아들이면서 친구들과 소통의 범위를 넓혀갔다.
“라” 학생은 인도인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외국인 근로자 가정의 자녀이다. 학급에서도 교과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글쓰기에 정성을 기울이는 남학생이다. 학급의 친구들과는 잘 어울린다. 그리고 신체활동을 하면 기분이 좋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움직임 활동에 참여한다고 한다. 친구들과 큰 문제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체육활동을 통해서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고 학교생활을 점차적으로 즐거워하였다.
위에서 살펴본 “가”, “나”, “다”, “라”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뉴스포츠 교구를 활용한 체육수업에 참여하면서 수업 참여의 적극성과 만족감과 협동심 배양 등의 긍정적 가치와 할거리가 없는 수업, 경쟁이 부담스러운 수업, 흥미 없는 체육수업에 대한 인식 등 체육수업의 부정적 측면도 동시에 경험하고 있었다.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경험하는 체육수업의 세계
1. 체육수업에 대한 긍정적 가치는 무엇인가?
1) 수업 참여의 적극성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패드민턴이나 소프트발리볼 등의 뉴스포츠 활동에 대하여 운동기능이 높은 남학생들이나 운동기능이 낮은 여학생들 모두가 재미있게 참여하였다. 여학생들은 자신들이 즐기기에 부담스러운 발야구나 달팽이 축구보다는 츄크볼이나 티볼 게임에 참여하면서 즐거움을 경험하였다.
츄크볼에서 성공을 경험하였다. 다음 시간에도 츄크볼 게임을 한다고 한다. 더 노력하여 츄크볼 골대에 잘 던지기도 하고, 튕겨 나오는 공을 잘 잡고 싶다(“가”학생의 체육일기 중에서).
플라잉디스크도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고 규칙이 단순하여 몸을 부딪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플라잉디스크를 활용한 체육수업에서 각자 플라잉디스크를 가지고 모둠활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흥미도 있고, 협동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반응이다. 학생들은 정해진 활동을 마무리해야 뒤에 따라오는 다른 친구들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함양하는 부분에도 긍정적으로 인식하였다.
플라잉디스크를 가지고 하는 게임에서 여학생들이 잘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가”학생과의 면담 중에서).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뉴스포츠 종목이 재미도 있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인식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이 던진 플라잉디스크를 보기만 해도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티볼 게임은 자신의 차례가 공평하게 주어지고 친구들이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기 때문에 좋다고 하였다. 특히, 모양이 지금까지 보았던 것과 달라서 흥미가 있다고 하였다. 뉴스포츠 교구가 활용된 수업은 기본 운동 수행능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성공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뉴스포츠를 활용한 체육수업은 비교적 안전한 기구를 사용하고, 정해진 규칙이 간단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 학생과 “다” 학생은 체육수업 시간에 공에 두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들은 공을 가지고 하는 수업에서 기본적인 동작이 던지고 받는 동작인데 그 기본적인 동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 학생과 “다” 학생은 뉴스포츠 활동의 소프트발리볼에서 부드러운 재질의 공을 사용하면서부터 공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라” 학생도 부드러운 재질의 공을 사용하면서 수업에 자신감을 갖고 참여할 수 있었다.
소프트발리볼 공으로 수업을 해서 그런지 맞아도 아프지 않았어요. 다른 애들도 좋아했고, 저도 좋았어요. 날아오는 공도 잡으려고 쫒아간 적이 있었어요(“라” 학생과의 면담 중에서).
체육수업에서 뉴스포츠 교구가 활용된 수업은 남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고, 복잡하지 않은 규칙으로 인해 게임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운동 기능 수준이 낮은 “나” 학생도 뉴스포츠 수업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구기 운동에 대해 흥미가 없던 “나” 학생에게 츄크볼은 체육수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든 계기가 되었다. 여학생인 “가” 학생과 “다” 학생도 남학생들처럼 게임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뉴스포츠의 종목들은 운동 기능의 수준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포함하고 있다. 티볼의 경우 공을 티 위에 놓고 칠 수 있고, 학생의 신장에 맞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어서 자신의 기호에 맞게 공을 맞출 수가 있다. 패드민턴도 라켓의 길이가 짧고 규칙을 단순화 하여 학생들이 기술을 습득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츄크볼도 상대방에게 건네주고 받기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참여할 수 있다.
2) 만족감과 협동심의 함양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게임에 참여하면서 부족한 운동 기능에 대해서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이들은 운동을 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었으나 좌절의 경험과 동료들의 야유로 인해 운동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었다. 개인적인 운동기능을 요구하는 종목보다는 집단과 집단 간 승부가 갈리는 게임에서 더욱 많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술래를 피하여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는 릴레이에서 정해진 대로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마음대로 좋아하는 애들하고 바꿨어요. 저는 잘하지 못하는 애들하고만 모둠을 하게 되어 기분이 나빴어요(“다” 학생과의 면담 중에서).
체육수업에서 교사는 학생의 수준을 고려하여 모둠을 편성해야 한다. “다” 학생도 두 명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모둠원을 뽑을 때 소외가 되었던 경험이 있다. 전통적인 게임활동의 승패에 길들여져 있는 학생들은 활동과정을 학습하기보다는 게임활동의 결과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뉴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면서 즐거워하고 모둠원들과 협동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신체적 경쟁보다는 자신의 도전의식을 발휘하게 되었다는 반응이다. 이러한 것들이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로 하여금 게임활동에 더욱 활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협동과 사회성을 수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2. 체육수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무엇인가?
1) 할거리가 없는 수업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체육수업시간에 소극적인 참여모습을 보였다. 한두 명이 주도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할 거리가 없는 것도 수업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학교에서 체육수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 거리가 없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할거리가 있는 수업, 하나의 활동이 끝나면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는 수업을 원하였다.
나는 체육수업시간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혼자서 친구들의 모습만을 바라본 적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운동장 보다는 교실에서 하는 실내 체육수업이 더 좋다. 운동장 수업을 더 좋아하는 더 큰 이유는 운동장 체육수업에서 친구들이 놀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육 수업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적극적이지 못한 것도 있다. 무엇을 할지 잘 안내해주면 좋겠다(“나” 학생의 체육일기 중에서).
2) 경쟁이 부담스러운 수업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체육수업에서 제시되는 경쟁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였다.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잘할 수 없을 때,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잘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었다. 학생들은 이 부분이 생성되는 주된 요인으로 경쟁을 꼽았다. 다만, 경쟁이 의미 있게 전개되기 위해서 개인 간의 경쟁보다는 모둠 간의 경쟁이 도입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이는 모둠 간의 경쟁에서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있기 때문에 위안이 된다는 반응이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개인적 경쟁보다는 모둠 간 게임을 통해 모둠 내 협동을, 모둠 간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협동학습의 구조가 활용된 게임수업을 원하였다.
3) 흥미 없는 체육수업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은 체육수업에 참여하면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체력이 좋지 않고, 신체활동에 흥미도가 낮은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현장의 교사들도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지나침으로써 체육수업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했다. 이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체육활동에 자신감을 잃고 신체활동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체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었다.
여학생의 경우에는 체육수업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초 운동기능을 숙달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다. 때로는 낮은 운동 기능에도 좌절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학생들이 경험하는 좌절감은 수업에 대한 동기를 떨어뜨리고 체육수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원인이 되었다.
체육시간에 피구하는 것이 제일 싫다. 그 이유는 공을 한 번도 못 만져보기 때문이다. 공을 던지더라도 친구들이 잘 못했다고 막 뭐라고 떠들어 댄다(“다”학생의 체육일기 중에서).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는 자신감을 형성하는 동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체육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은 체육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체육수업을 하다보면 어려운 기능을 무리 없이 수행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어떤 학생은 구경꾼으로 머무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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