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태구(부천 상동고등학교 교사)
5월 한달은 저에게 있어 교생선생님과 같이 체육수업을 재미있게 한 한달이였습니다. 선배로서 후배의 이런 저런 질문을 받아가며, 또 실제적인 수업의 방법들을 가르쳐주면서 서로 소통하는 좋은 시간이되었습니다.
한 달을 보내면서 교생선생님이 나대신 수업을 진행할 때마다 학생들은 매우 좋아했습니다. 아마도 열광(?)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모릅니다. 나에게는 약간 서운한 일이기도 했지만, 후배가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이 있기도 했습니다. 나에게도 저런 시기가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갑자기 왜 학생들은 교생 선생님과 함께 하는 수업을 이리도 좋아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궁금증이죠. 단지 젋어서? 그래서 교생 선생님이 대학으로 돌아가시고 난 후, 난 내가 가르치는 5반의 학생들에게 개방형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가 매우 궁금했죠.
본 개방형 설문조사의 결과를 통해 14년차 교사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했습니다. 물론 나의 한 달의 경험에 대한 이러한 글이 어떤 교사에게는 수긍이 가지 않는 내용이 될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학생들이 교생선생님 수업을 열광하는 이유 (1) : 재미있다
내가 가르치는 5반 학생들이 가장 많이 교생선생님이 진행하는 수업에 대해서 언급한 것 중에 하나가 “재미있다”입니다. 교생 선생님의 수업은 재미있다고 합니다. 내가 교생 선생님의 수업을 관찰할 때, 그 분의 수업방식은 전형적인 교생 선생님이나 신규교사의 수업이였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재밌다고 하였습니다. 기존의 체육수업에 약간의 자유를 교생선생님께 드리긴 했으나 학생들은 교생선생의 수업에 매우 만족했습니다. 아마 내가 이런 교생 선생님을 만난 것이 아마도 큰 축복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민 끝에 이것은 결국 수업 방식만의 문제로만 재밌다고 학생들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은 몇몇 학생의 반응입니다.
교생 선생님과 한 달간 체육수업을 하니 다른 선생님에게 체육을 배운다는 것이 즐거웠다. 재미있는 활동도 같이해서 좋았다. 교생 선생님과 같이 하는 체육수업은 체육에 대한 많은 것을 체험해 보고 즐길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남학생)
교생 선생님이 말도 많으시고 재미있으시고 활기차고 좋았다. 그리고 교생 선생님이 이 학교 졸업생이라는데 학교 선배여서 반가웠다. 비록 한 달 짧은 기간이었는데 좋은 추억이었다(여학생)
교생선생님이 재밌으셨다. 물론 깊게 체육수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항상 열심히 하시는 듯 했다.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즐거운 수업이었다. 교생선생님도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같이 수업해서 좋았고 가시니까 아쉬웠다(남학생)
색다른 수업이었다. 우리 학교 졸업생이라서 그런지 우리학교에 대해서 더 잘 아는 것 같아서 좋았고, 학교의 옛날 모습도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 달간이라 아쉬웠다. 더 긴 시간을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여학생)
교생 선생님과의 수업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수업해 본 체육 수업 중에 가장 재미있는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이 같이 활동을 해서 더욱 재미있는 수업이었다고 생각된다(남학생)
좋은 체육수업의 조건에서 ‘재미’는 많은 학자들과 현장의 교사들이 자주 언급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요즘 세대의 학생들은 재미없다는 것, 지루하다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은 더욱더 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자신이 관심이 없는 과목이나, 선생님이 싫은 과목, 자기가 잘 못하는 과목 등에 학생들은 별로 집중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힘이 든다고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특히, 교생 선생님이 본교 출신이라는 것은 학생들에게 교생 선생님과 체육 수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고 있었습니다. 교생 선생님은 자신이 본교에 다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수업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 있었고, 학생들은 교생 선생님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수업을 재미있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주로 수업 이야기만을 하는 나하고는 학생들은 다르게 느끼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교생 선생님은 학생들과 피구도, 축구도 같이 합니다. 학생들과 같이 작전도 짜고 학생들보다 운동을 잘 하는 교생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주목의 대상이 됩니다. 사실 저도 학기 초에는 같이 뛰기도 했지만 지금은 같이 하지 않습니다. 심판을 보거나 학생들끼리 하도록 합니다. 사실 같이 운동을 하기에는 난 너무 피곤하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수업이외에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그것이 마음의 부담입니다. 생각해보면 내가 신규 교사 때 매번 체육시간에 땀을 엄청 흘렸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체육 시간에 땀을 잘 흘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땀을 많이 흘려야 체육교사가 꼭 수업을 잘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수업 때 되도록 땀을 많이 흘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재미있는 체육수업?
재미있는 체육수업을 해야겠다는 것은 모든 체육교사의 바람일 것입니다. 물론 재미만이 좋은 체육수업의 요소가 아니기에 재미있으면서 의미있는 체육수업을 하려고 많은 체육교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교사들이 저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교과연구회 활동을 하면서도 연구회에 참여하는 많은 교사들의 관심은 새로운 프로그램에 있음을 경험해 온 터입니다. 그런데 교생선생님의 수업은 그런 면에서 새롭거나 독특하지 않았습니다. 어찌보면 참 이상했습니다.
‘재밌다’라고 하는 학생들의 표현에는 프로그램이 새롭다거나 독창적이라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교생 선생님의 경우, 결정적인 요소는 그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학생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대합니다. 그리고 예절바르고 친절하게 응대합니다. 학교에서 잘 경험하지 못한 친절함을 학생들은 경험합니다. 나를 그렇게 응대해주는 그 선생님과 같이 하는 프로그램은 재밌게 느끼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한 달이 교사가 된 첫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하는 시기였습니다. 과연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렇게 되지 못할 것입니다. 단지 그렇게 되려고 계속적인 노력은 있을지라도말입니다.
앞으로 학생들의 개방형 설문조사를 정리하면서 한 달의 이 경험을 인생의 반성적인 계기로 삼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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