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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폴더/스포츠경영

올림픽 개최도시의 불편한 진실: 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

 

 

/하재필(아칸소대 건강과학과 교수)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 25(잠실동 10). 88서울올림픽이 치러진 잠실종합운동장의 주소이다. 동방의 고요한 나라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곳이다. 당시 찬란했던 옛터는 지금 어떠한가? 부서지거나 시커멓게 때가 끼어 앉기에도 불결한 좌석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바닥에는 떨어져 나간 콘크리트 부스러기가 나뒹굴고 있다. 또한 7만 여 관중석의 엄청난 규모 탓에 매년 120억 가량의 돈이 관리비 명목으로 지출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시민의 혈세로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본 것이다. 돈 먹는 하마나 다름이 없다. 비단 잠실종합운동장뿐만이 아니다. 2002년 월드컵 경기장은 어떠한가? 전국 10개 시·도에 경기장을 건설하는데 든 비용만 무려 1조 8100억원 이상이라니 과히 천문학적인 수치다. 그런데도 수익을 내기는커녕 운영비조차 감당할 수 없어 지자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것이 국제 메가 스포츠 이벤트 유치 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이다.

 

대한민국은 2011년 7월 세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정부가 올림픽의 경제, 사회, 문화적 파급효과를 높이 평가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국민도 전폭적인 지지를 한 덕분이다. 실제로 강원도민의 경우 90% 이상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찬성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던 독일의 뮌헨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역주민 과반수가 올림픽 유치를 반대했다. 심지어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올림픽을 반대하는 ‘nolympia’란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No Olympia’를 모토로 경합 직전까지 반대운동을 펼쳤던 것이다. 뮌헨 주민들의 올림픽 반대 운동의 이유는 “올림픽 시설 사후관리 문제” 때문이었다. 단 2주간의 행사를 위해 수조 많게는 수십조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시설 건립에 투자해야 하고, 그 시설물의 사후 활용 대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결국 모든 부담은 지역 주민들과 독일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란 것이 뮌헨 주민들의 주장이었다.

 

올림픽시설관리 문제는 비단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대부분의 올림픽 개최도시는 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시설관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2000년 올림픽을 개최한 시드니, 아테네(2004), 베이징(2008) 등이 그 예이다. 2000년 이전의 개최 도시의 문제는 더 심각했다. 그리스는 아테네 올림픽 당시 시설건설에 총148억 달러(15조 6500억)가량을 투자했지만, 2005년에만 관리비용으로 1300 여 억원의 비용을 감당해야만 했다. 현재 IMF로부터 구제 금융 지원을 받아야 하는 그리스 상황을 보면 아테네 올림픽은 도약보다 위기의 시발이 아니었을까? 2008년 올림픽을 개최한 베이징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건설된 32개의 대부분 시설은 관리 문제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으로 외관을 장식했던 ‘워터 큐브’(Water Cube) 수영장만해도 매년 18억원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다.

 

 

문제점을 인식한 런던은 2012년 올림픽 시설관련 문제점 극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했고, ‘임시시설의 건립’과 ‘기존시설의 활용’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다. 런던올림픽이 “the most temporary Olympics”이라 불리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과거 올림픽 개최 도시들은 영구적인 새로운 초대형 시설의 건립에만 주력했으나 런던은 달랐다. 총 34개의 시설 중 8개만 영구적 목적의 신규시설이었다. 나머지는 임시시설이거나 기존시설물을 활용한 것이었다. 8개의 신규시설마저도 올림픽 이후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가능하도록 구조변경이 가능하게끔 설계되었다. 8만석 규모의 올림픽 주경기장을 경기 후 2만 5천석 규모로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의 ‘돈 먹는 하마’, 잠실종합운동장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런던올림픽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그 예다. 리오데자네이루는 이미 올림픽 개최도시로 결정되기 전부터 비용절감 차원에서 임시시설 건립이나 기존시설 활용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정확히 5년이 남았다. 경기장과 도로망, 선수촌과 미디어촌 등 올림픽 개최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시설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되 올림픽 이후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올림픽 시설의 스포테인먼트적 활용 등 재정 부담을 최소화한 이른바 ‘수익 창출형’ 사후관리 모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해 시설관리 및 투자에 있어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 낳았다. 더 이상은 “화이트 엘리펀트”를 양산하는 실패는 없어야 할 것이다.

 

 

*화이트 엘리펀트 (White Elephant) : 돈만 많이 들고 더 이상 쓸모는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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