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황혜진 (스포츠둥지 기자)
2012 런던올림픽에서 유도 금메달리스트 송대남과 ‘맞절 세리모니’로 유명해진 정훈 유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만난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었다. 금메달리스트들 못지않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정훈 감독을 직접 인터뷰를 통해 만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정훈 감독은 런던올림픽에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눠 ‘형님 리더십’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유도 조준호가 납득할 수 없는 판정번복을 당했을 때는 눈물을 쏟았으며, 송대남의 결승전에서는 판정어필로 퇴장까지 당했다. 온 몸으로 저항하며 호소하는 그의 모습에 국민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훈련 중인 선수들의 모습 ⓒ황혜진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용인대에 도착을 하여 무도대학 건물에 위치한 유도 연습장에 들어서니 선수들이 한창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선수들의 지도에 열중하는 정훈 감독이 있었다.
정훈 감독 ⓒ 황혜진
선수, 그리고 지도자가 된 과정은?
초등학생 때, 체육관에서 유도를 시작하게 되었고 중학교 2학년 때 스카웃이 되었다. 그 후에 광주체고로 진학하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욕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연찮게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전국 체전에 나가게 되었는데, 무차별전에서 금메달을 따게 됐다. 한번 일등을 한 뒤 고 3때까지 전승을 했다. 고3때에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뽑혀 태릉에 들어갔다. 10년간 태릉에서 생활하면서 대략 70~80번의 우승을 했다. 그런데 선수촌에 오랜 시간 있다 보니, 몸도 힘들고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 그때 당시 새벽 알람이 코리아나의 ‘손에 손 잡고’였는데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웃음). 사실 선수 생활을 4년은 더 할 수 있는 나이였음에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28살에 선수생활을 그만 두게 되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된 계기 중에는 27살에 교수를 하게 된 것도 있다. 당시에 경쟁자도 굉장히 많았는데 운이 좋게 이른 나이에 교수 발령이 되었다.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유도 국가대표 감독’ 정훈
선수 생활 때의 노하우, 경험 등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예를 들면 쉴 땐 과감히 쉬고, 약속 시간도 확실히 지켰다. 이렇게 서로간의 신뢰를 쌓았다. 그러다 보니 성적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었다. 또, 지도자로서 선수들에게 입는 것, 먹는 것은 무엇이든 최고로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주말에는 전국으로 몸에 좋다는 것들을 구하러 다녔다. 자라도 잡으러 다녔고, 산삼도 캐러 다녔다. 닭발이 콜라겐이 많아서 무릎에 좋다는 말을 듣고는 닭발을, 상어 연골이 인대에 좋다는 말을 듣고는 상어 연골을 구하러 다녔다. 그래서 운동이 끝나면 직접 자르고, 다려서 선수들에게 주었다. 물론 운동은 강도 높게 이루어졌다. 모든 유도 선수들이 아침에는 육상선수, 오전에는 역도선수, 오후에는 유도선수처럼 운동했다. 이렇게 훈련한 결과 국제대회 80%에서 우승을 하게 되었다. 나와 선수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현재 유도선수가 되는 시스템에 대해
아무래도 체육관에서 뽑혀서 선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 본인이 좋아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유도는 타 종목 전향도 많은 편이다. 용인대 김미정 교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까지 육상을 하다가 유도로 전향했다. 선수들 중에는 투포환, 레슬링을 하다가 유도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다. 유도는 유독 석박사와 같은 고학력자들이 많다. 그래서 교직에 재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유도와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 선배 중에서는 ‘보험왕’인 사람도 있다. 운동을 통해 얻은 끈기나 대인관계를 원활히 하는 법을 통해 그쪽 분야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북극에 가서 에어컨을 팔 수 있고, 사막에 가서 온풍기를 팔 수 있는 사람들이 유도 출신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동안 용인대 유도 팀을 4년간 총감독으로 재임 했었고, 시드니 올림픽 때에는 코치 생활도 해보았다. 그리고 런던 때에는 감독까지 맡았다. 내가 지도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항상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또, 우수한 후배들도 많고 신세대 기법으로 선수들을 끌고 갈 사람도 많다. 현재 학과장도 임명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후배들을 지도하면서 지낼 생각이다.
앞으로 한국 유도 전망은?
이번에 송대남, 최민호 선수와 같은 훌륭한 선수들이 코치로 태릉에 들어가게 되었다. 워낙 뛰어난 선수들이기에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 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들도 많이 해이해져 있을 것이고, 은퇴 선수도 많아서 세대교체가 걱정이다. 하지만 선수들과 코치들이 하나가 돼서 열심히 훈련에 임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정훈 감독 ⓒ 황혜진
나에게 유도란 인생이다.
유도 안에서 희노애락을 다 겪었기 때문이다. 유도 안에서 성장했고,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따서 희열도 느껴보았으며, 지도자로서도 보람도 느껴 보았기 때문이다. 유도는 나에게 인생 그 자체이다.
정훈 감독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 보니,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조금은 낮은 위치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때로는 형처럼 때로는 아빠처럼 선수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는 것.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모습에 온 국민들이 감동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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