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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재육성사업 알림

하나의 세계, 둘의 올림픽 메달 집계방식

  

 

글/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 연구소장)

 

 

      런던 올림픽은 최고의 올림픽이었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하며 인간의 정신은 숭고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일부 오심과 행정적 미숙에도 불구하고 런던 올림픽은 경이적인 광경과 영감을 안겨주었다. 2주간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올림픽을 보며 행복감과 즐거움을 만끽했다. 거침없는 도전을 한 선수들에게는 화려한 성적이 영예로 돌아갔으며 뜻을 이루지 못한 많은 선수들은 미래의 영광을 기대하며 아쉬워했다.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많은 이야기와 화제를 낳았다.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는 수영에서 3개 올림픽 연속 금메달을 따는 첫 선수에 등극하며 역대 개인 최다 메달인 22개의 메달(금 18, 은 2, 동 2개)을 기록하는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인 자메이카의 우샤인 볼트는 1, 2백m와 4백m 릴레이에서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볼트는 지난해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충격적인 실격을 당한 바 있었는데, 런던 올림픽 3관왕으로 치욕의 멍에를 떨칠 수 있었다. 중국의 16세 소녀 예 시웬은 개인혼영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 2개를 획득, 세계를 놀라게 했다. 남자 선수에 육박하는 호기록을 세우고 우승한 예에 대해 한때 약물복용의 의구심을 떨구지 못했던 미국 등 각국의 수영관계자는 끝내 ‘무혐의’로 결론이 나자 멋쩍어 하기도 했다.

 

ⓒ대한체육회

 

 

한국 선수들도 원정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으로 뜨거운 찬사와 격려를 받았다. 체조의 양학선은 자신만의 1,080도 회전하는 독자적인 ‘양 1’기술로 한국 체조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양궁과 사격에서 기보배와 진종오가 각각 2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는 등 각각 금메달 3개씩을 획득해 최고 효자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펜싱과 유도에서 각각 금메달 2개를 추가했고, 태권도서 황경선이 금메달 1개를 획득했다.

 

금메달이 됐든, 은, 동메달이 됐든 메달은 고귀하고 값진 것이다. 각고의 노력과 힘을 쏟아 얻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각국에서 올림픽 메달 집계 방식이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어져 있어 세계화 시대에 적지 않은 혼선을 야기 시키고 있다. 세계는 하나인데 메달을 바라보는 눈은 둘인 셈이다. 메달 집계방식은 미국, 일본 언론이 발표하는 총 메달수 집계와 한국, 중국, 유럽 각국 언론이 채택하는 금메달 집계방식 등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총 메달수를 합해 각국의 메달 성적을 집계하는데 반해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금메달 수에 의해 국가 순위를 평가한다.

 

이러한 방식의 차이는 매 올림픽 때마다 상위권 국가의 순위가 제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번 런던 올림픽서도 또 다시 나타났다. 런던 올림픽서 미국의 최종 메달성적은 금 46, 은 29, 동 29개로 총 메달수 104개를 기록,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금 38, 은 27, 동 22개로 총 메달수 87개를 획득,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여기까진  금메달수와 총메달 수에서 국가별 순위에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그 다음 순위에서 메달 집계 방식의 차이로 위, 아래 순위가 뒤죽박죽 엇갈렸다.

 

뉴욕 타임스, NBC 방송 등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종전처럼 총 메달수로 순위를 매겼는데,  영국, 러시아, 한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호주, 일본 등은 집계방식의 차이에 따라 순위가 금메달 수를 우선하는 다른 나라 방식 등과는 뒤바뀌었다. 금메달 29개로 역사상 최다 금메달을 획득한 개최국 영국(금 29, 은 17, 동 19개, 총 메달수 65개)은 러시아(금 24, 은 25, 동 33개, 총 메달수 82개) 보다 뒤져 4위로 밀려났고, 한국(금 13, 은 8, 동 7개, 총 메달수 28개)은 일본(금 7, 은 14, 동 17개, 총메달수 38개) 보다 뒤져 이탈리아(금 8, 은 9, 동 11개)와 함께 공동 9위로 처졌다. 한국 등과 유럽 각국의 집계 방식대로라면 영국 3위, 러시아 4위, 한국 5위, 독일 6위, 프랑스 7위, 이탈리아 8위, 헝가리 9위, 호주 10위 등이며 일본은 11위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미국의 모든 언론이 총 메달수 방식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CNN은 금메달수에 의한 집계방식을 채택, 미국의 다른 언론들과는 색다른 특색을 보였다. 미국언론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전에는 금메달수에 의한 집계 방식을 채택하다가 중국 등의 신흥강국이 ‘세계 넘버 1’ 자리를 위협했고, 실제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총 금메달 수에서 미국을 앞지르자 자국에 유리한 총 메달수 집계방식으로 바꾸었다. 어찌보면 미국의 ‘꼼수’가 이러한 메달 집계방식 뒤에는 숨어있는 것이다.

 

미국언론은 총메달수 집계방식이 공평하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추구하는 올림픽의 이상에 부합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최고의 경쟁이 펼쳐지는 현재의 올림픽 무대에선 아무래도 금메달 수에 의한 메달 집계방식이 더 타당하다는게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 언론들의 입장이다.

 

국제올림픽 위원회(IOC)는 공식적으로 메달 집계를 발표하지는 않지만 자체 홈페이지 등에선 금메달수에 의한 국가별 메달 순위를 집계하고 있다.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멀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올림픽이 메달집계 방식의 ‘불편한 차이’를 고수하는 각국 언론들의 시각을 하나로 통일시키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나친 상업주의와 자국 우월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힘들 것이다.

 

 

 

<한국, 중국, 유럽 언론 메달 최종 집계>

 국가

 금

은 

동 

총 메달수 

 1.미국

46

29 

29 

104 

 2.중국

38 

27 

22 

 87 

 3.영국

29

17 

22

 65

 4.러시아

24

25

33

 82

 5.한국

13

8

7

 28

 6.독일

11

19

14

 44

 7.프랑스

11

11

12

 34

 8.이탈리아

8

9

11

 28

 9.헝가리

8

4

 5 

 17

 10.호주

7

 16

12

 35

 11.일본

 7 

  14 

 17 

 38

 

 

<미국, 일본 언론 메달 최종 집계>

 국가

 금

은 

동 

총 메달수 

 1.미국

46

29 

29 

104 

 2.중국

38 

27 

22 

 87 

 3.러시아

24

25

33

 82

 4.영국

29

17

22

65

 5.독일

11

19

14

 44

 6.일본

14

17

 38

 7.호주

7

16

12

 35

 8.프랑스

11

11

12

34

 9.한국

13

8

 28

10.이탈리아

8

 9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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