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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펠프스의 장애와 싱글 맘의 선택

 

 

글/하남길(경상대학교 교수)

 

 

         수영 영웅 펠프스가 금빛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독서 장애로 정신박약아 취급을 받으며 성장했으나 1980년대 세계 다이빙 영웅으로 우뚝 섰던 미국 다이버 그렉 루가니스가 떠오른다. 두 딸과 함께 아들, 펠프스의 역영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싱글 스위밍 맘(single swimming mom), 펠프스 어머니의 표정도 궁금해진다. 그리고 타이거 우즈(골프), 샤라포바(테니스), 윌리엄스 자매(테니스)를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낸 아버지들의 모습과 김연아 어머니의 모습까지….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뇌리를 스치는 것은 사람이 아닌 “스포츠는 파괴주의의 해독제이다”라는 19세기 영국의 명문 중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말이다.

 

 펠프스(Michael Fred Phelps II)는 1985년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2004년 올림픽에서 19세의 나이로 6관왕을 차지하며 “인간 물고기”란 별명을 얻기까지 그의 청년기는 순탄할 것 같지 않았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의 경찰관 아버지와 어머니(Deborah Sue "Debbie)의 극심한 다툼은 어린 펠프스와 두 딸에게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1994년 부모의 이혼 이후 9살의 펠프스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세가 나타났다. '모범교사 상(賞)'을 두 차례나 수상했던 펠프스의 어머니는 재혼을 마다하고 두 딸과 외아들을 키우는 싱글맘(single mom)으로 살았다.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아들 걱정을 하던 그녀는 아들의 파괴적 행동의 해독제로 수영을 택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물속은 숨 쉬는 것이 불편해 싫다던 펠프스는 코치가 숨쉬기 편한 수영법도 있다며 배영을 가르치자 두 누나를 따라 물에서 잘 놀기 시작했다. 뛰어난 수영 재질을 보이던 그는 1996년 코치 밥 바우먼을 만나면서 기량이 일취월장 향상되었다.

 

 


8관왕의 신화를 이뤄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펠프스(중앙)  © wikipedia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가까워지자 세계 언론은 그의 행보에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어두고 있었다. 아버지가 재혼을 해버렸던 2000년 미국 남자 수영 68년 역사 최연소(15세) 대표가 된 펠프스는 시드니 올림픽 접영 200m에서 5위를 했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19세의 나이로 8개(금 6)의 메달을 쓸어 담았다. 당시 축하전화를 건 부시대통령은 “어머니에게 빅 키스를 해줘야 돼”라며 간접적으로 어머니의 공을 치하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안심하지 못했다. 펠프스는 수영 영웅이 된 이후 아버지가 경기 참관 뜻을 피력하자 펄쩍 뛰며 반대했고, 음주과속운전, 마약 사고 등으로 어머니를 불안케 만들기도 했다. 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펠프스를 다독여 다시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도록 만들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앞서 펠프스는 “제2의 마크 스피츠가 되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에 “아뇨. 나는 최초의 마이클 펠프스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8관왕에 오르자 뉴욕타임스는 “시대마다 천재가 있고, 인간의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에 대한 우리의 가정을 바꾸어버리는 선수가 등장한다. 이 시대는 마이클 펠프스의 시대다”라고 논평했다. 영국 BBC 수영해설가 스티브 패리도 “베이징올림픽의 최고스타는 누가 뭐래도 마이클 펠프스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7세로 나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관왕에 오르며,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19세기 초반 영국의 엘리트교육체계 속에 스포츠가 도입된 것은 난동을 일삼는 학생들의 정서 순화를 위한 조치였다. 그 효과가 공인되자 영미 교육체계 속에 스포츠 장려운동이 일어났다. 펠프스에게도 수영은 파괴적인 행동을 보이는 ADHD 증세의 치료제였고, 그 치료제의 선택은 문제아가 될 수도 있었던 그를 세계적인 스포츠 영웅으로 바꾸어 놓았다. 인간은 저마다 한 가지 독특한 재능을 타고 나지만 그 재능의 개발 여부에 따라 영웅이 될 수도 있고 문제아가 될 수도 있다. 싱글 맘 펠프스 어머니의 선택은 위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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