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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건강의 의미를 생각한다.

 

 



                                                                                  글/송형석
(계명대학교 교수)




요즘 건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돈과 노력,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에 비례하여 건강관련 업종이 끝을 모르고 번창하고 있다. 최근 사회체육이다 생활체육이다 하여 체육 및 스포츠 영역이 호경기를 맞고 있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건강에 대한 관심의 고조와 무관하지 않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우리 시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인간사를 통틀어 어느 시대고 건강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때는 없었다. 조선시대의 유학자였던 퇴계 이황 선생은 유학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活人心方이라는 건강 유지 및 향상을 위한 체조서를 상세하게 필사한 바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Politica에서 건강의 윤리적 가치를 언급한 바 있고,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나리스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게 하소서(orandum est ut sit mens sana in corpore sano)”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건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보편적인 관심사에 속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 때문에 건강에 그토록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갈까? 그 이유는 한 마디로 건강해야만 인간적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자의 답변에 대해 독자들은 건강해야만 인간적으로 살 수 있다고? 도대체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뭔데?’라고 의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먼저 인간적으로 산다는 말의 의미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단지 살아갈 뿐만 아니라 이들과 달리 삶을 자주적으로 영위하는 존재이다. 그저 살아가는 것과 삶을 자주적으로 영위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가 수동적으로 이끌려 가는 삶이라면 후자는 능동적으로 이끌고 가는 삶이다. 인간을 제외하고 어떤 동물도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이끌고 가지 못한다. 그저 삶에 수동적으로 이끌려 갈 뿐이다. 배고프면 먹이를 찾고, 졸리면 자고, 번식기가 되면 짝짓기에 여념이 없다. 이렇듯 동물은 본능이 명령하는 대로 살아간다. 인간에게도 이런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물과 달리 삶을 능동적으로 이끌고 가는 면이 더욱 강하다.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은 동물처럼 본능적인 욕구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면서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면서 능동적으로 삶을 이끌고 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는 예술가로서 아름다운 예술품을 창작하고 싶어 할 수도 있고, 운동선수로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고 싶어 할 수도 있으며, 소설가로서 도스토옙스키처럼 불후의 명작을 쓰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작업실에서 침식을 잊고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거나, 육체적 고통을 인내하며 트랙을 달리거나, 밤을 꼬박 새우며 습작 연습에 몰두하며 살아간다. 이렇게 사는 것이 인간적으로 사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갖추어져야만 한다. 그 조건 가운데 필수적인 두 가지는 생명의 소여와 성숙이다. 생명의 소여가 인간적 삶의 필수적 전제라는 점은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상론하지 않겠다. 한편 아직 성숙하지 않은 어린이나 청소년으로부터 인간다운 삶,
즉 능동적으로 이끌어가는 삶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을 성숙한 인간으로 키우기 위해 개인적으로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노력을 양육과 교육이라고 부른다. 양육이 신체적 성숙을 돕기 위한 노력이라면, 교육은 정신적 성숙을 돕기 위한 노력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생명의 소여와 성숙 이외에도 매우 많은 조건들이 요구된다. 이 조건들을 정리하면 대략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 조건으로 축약시킬 수 있다. 인간은 산소가 적당히 포함된 대기, 적절한 온도, 그리고 적당한 중력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이 이외에도 원활한 신진대사, 적절한 호르몬 분비, 적당량의 비타민과 무기질 공급, 충분한 영양공급, 면역체계의 원활한 활동 같은 요인들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물리적 조건이다. 한편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삶의 목표를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고 성취할 수 있다. 따라서 타인과 원만하게 상호작용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인을 이해시킬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한. 그리고 이러한 이해를 위해서는 사회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언어와 기호들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이것들이 인간적으로 살기 위해 요구되는 사회적 조건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어떤 일이든 실제로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주의력과 기억력, 그리고 감성 및 지성 능력 같은 심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또한 타인의 관심과 사랑, 자신을 인격체로서 인정해 주는 타인의
태도
, 가족, 친구, 동료와의 감정적 교류, 자신감 같은 심리적 요소들도 필요하다.

이상에서 언급한 세 가지 조건은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져야 할 조건들이다. 이 조건들이 갖추어지지 않고서는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는 일이 불가능하거니와 가능하더라도 매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이 조건들이 적절하게 갖추어질 수 있도록 매 순간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간다. 이상과 같은 설명을 듣고 인간적 삶을 위해 요구되는 조건들이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을 위해 이 조건들을 조금 더 간명하게 표현하겠다.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건강이라는 조건이 요구된다. 그렇다 건강이란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들이 적절하게 잘 갖추어진 상태에 다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은 인간적으로 살기 위한 전제이며, 필수조건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만이 자신이 바라는 바를 실제로 수행할 수 있으며, 자신의 의도와 계획을 자주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다. 그리고 건강한 사람만이 자신이 성취한 바를 누릴 수 있다. 이제 앞에서 필자가 언급한 건강해야만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건강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은 되새겨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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