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익렬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지난 8월 28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경보의 기대주 김현섭(26.삼성전자)이
최선을 다한 레이스로 한국 육상에 희망을 선물했다.”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시작해 한일극장, 공평네거리를 돌아 출발점으로 왕복 10바퀴를 도는 코스에서 열린 경보 남자 20km 경기에서 6위를 차지하였고, 결승선을 통과한 뒤 곧바로 쓰러져 들 것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될 만큼
김현섭으로선 최선을 다한 레이스였다.
우리는 흔히 운동경기를 앞두고 갖는 인터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하며, 정치에서도 일상에서도 어떤 일을 앞두고도 ‘항상 초심(初心)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사전적 의미의 최선(最善)은 ‘가장 좋거나 훌륭함, 또는 그런 것으로 전력(全力)을 다하는 것’이지만 실천하기는 참 어려운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이 단어에 대해서 무료 백신으로 유명했던 안철수 교수(서울대)는 ‘내 자신의 노력이 나를 감동시킬 때’를 최선이라고 언급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주관하는 대회로 단일 종목의 국제대회로는 가장 권위있는 대회이며, 1983년 헬싱키 대회를 시작으로 벌써 13번째 맞는 대회로 전 세계 65억명의 시선이 집중되는 지구촌 축제의 장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 독일에 이어 월드컵(FIFA), 하계올림픽(IOC)을 포함하여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국제 스포츠 3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7번째 국가가 되었으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상태로 국제적 스포츠 행사를 모두 치러내게 되어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으로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대구경북연구원은 이번 대회를 통하여 생산유발효과 약 5,5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약 2,300억원, 고용유발효과가 약 6,200명 정도로 경제적인 효과는 물론 국가의 이미지 상승을 주도하게 되어 대구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5회 대회였던 1995년 스웨덴(예테보리) 대회, 제8회 대회였던 2001년 캐나다(에드먼턴) 대회의 공통점은 ‘노메달 개최국’이다. 우리나라도 ‘노메달 개최국’으로서 3번째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마라톤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세계의 벽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홈 경기를 개최하고도 메달 획득을 위한 28년의 기다림도 물거품이 되었다. 2007년 케냐 몸바사에서 2011년 개최지 확정 후 지난 4년 동안에 우리는 과연 최선을 다했는가?라고 묻고 싶다.
2010년 6월 7일! 우리나라 100m가 무려 31년의 기다림 만에 기록 경신되었다. 1979년 서말구 선수가 멕시코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세웠던 10초 34를 10초 23으로 김국영 선수(안양시청)가 제64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했던 것이다. 0.11초를 앞당김으로써 100m 기록 경신에 31년이라는 질곡(桎梏)의 세월이 우리나라 육상의 현주소이다. 물론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 확정 후 대한육상경기연맹(KAAF)에서 다양한 방법의 훈련, 해외 전지 훈련 그리고 외국 코치의 도입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우리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가 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공부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계획도 없는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것이다. 아마 이번 대회를 통해서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우리나라 육상이 미몽(迷夢)에서 깨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렇다고 한번에 두 걸음씩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대회 후 육상관계자들은 ‘아직 젊은 선수들에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고, 2012년 런던올림픽, 2013년 모스크바 대회에서는 좀 더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짐으로만 끝나지 않고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자기계발서의 저자인 ‘폴 마이어’의 말이 되새겨진다.
“파브르는 곤충에 미쳐 있었다."
“포드는 자동차에 미쳐 있었다.”
“에디슨은 전기에 미쳐 있었다.”
“지금 당신은 무엇에 미쳐 있는가? 왜냐하면 당신이 미쳐있는 그것은 반드시 실현되기 때문이다.”
오동진 회장을 비롯한 대한육상경기연맹은 물론 경기지도자와 선수들이 육상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미쳐갈 때 우리 육상은 비로소 미몽에서 벗어나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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