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고

인스터그램에 개인 사진을 올린 미국 미식축구의 한 치어리더는 왜 해고됐을까?

인스터그램에 개인 사진을 올린 미국 미식축구의 한 치어리더는 왜 해고됐을까?

 

아름다운 용모, 화려한 율동과 넘치는 활력. 관중들과 함께 춤추는 젊음. ‘경기장의 꽃치어리더의 모습이다. 미국의 치어리더는 젊은 여성들이라면 한번 꿈꿔볼만할 것이다. 자유주의 모범국답게 미국의 프로스포츠와 대학경기에서 치어리더들은 젊음과 자유를 발산하며 경기의 즐거움과 묘미를 한껏 올려준다. 이들의 역할은 경기장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선수와 관중의 가교역할을 하며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로 구성된 치어리더들은 멋진 몸매에 빼어난 외모를 갖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와 사랑을 누린다하지만 화려하기만 할 것같은 이들의 개인적 삶은 상상이상으로 열악해 충격을 던져준다. 비정규직으로서 박봉과 고용불안에다 사생활 규제까지 받아 경기장에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많은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 미식축구소속 치어리더들은 수년전 노동위원회에 최저임금과 강압적인 근로조건을 이유로 제소해 열악한 생활의 단면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25일자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사진· 동영상 기반의 모바일 SNS인 인스터그램에 개인 사진을 올려 구단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해고당한 미식축구(NFL) 뉴올리언스 세인츠의 전 치어리더 베일리 데이비스(22)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그녀는 남성 선수들에게도 적용하지 않는 소셜미디어 구단 운영정책을 위반한 이유로 해고됐는데 이에 불복하고 연방기관인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에 제소했다.

그녀는 많은 20대의 또래들과 같이 사진 등을 올릴 수 있는 인스터그램 계정을 운영했다. 그동안 구단 규칙에 따라 자신이 허락한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사진만을 올린 개인 페이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1월 한 페이지에 자신의 사진을 올린 것이 화근이 됐다. 그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구단 관계자들은 치어리더는 누드, 반 누드, 란제리 차림으로 사진을 올리는 것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 규정 위반 말고도 구단 선수들과 파티에 참석해서는 안된다는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에 대해 조사를 받는 도중 그녀는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녀의 제소는 폭력, 성희롱 등 젠더 관련의 수많은 사건에 연루된 NFL에서 새롭게 터져나온 것이어서 흥미롭다. 뉴올리언스 구단 규정은 여성에 대해 전근대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는게 그녀의 주장이다. 뉴올리언스 구단은 선수들이 치어리더들과 어울려도 제재를 하지 않지만 치어리더들은 개인적으로나 온라인상으로 선수와의 만남을 피하도록 했다. 이른바 반 친목 정책규정이다. 이에따라 치어리더들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선수들이 메신지를 주고 받는 것도 신경을 써야 했고, 스스로 자신의 마케팅을 하거나 개인의 사진을 올리는 것도 금지해야 했다. 선수들은 어떠한 행동도 제약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치어리더들은 식당에서 선수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 금지됐고 선수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만약에 한 식당에 들어갔는데 구단 선수가 먼저 식당에 있다면 바로 그 식당을 떠나야 한다. 반대로 치어리더가 먼저 식당에 있고 나중에 선수들이 입장하는 경우 치어리더들은 바로 식당을 나가야 한다. 구단측은 치어리더들이 선수들에게 피해를 당하는 경우를 미연에 막기위해 보호하는 규정이라며 말하지만 이것은 남자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자들에게 짐을 씌우는 것 밖에 다름 아니라는게 그녀의 말이다. 그녀의 변호사인 사라 블랙웰은 치어리더가 선수들에게 연락 할 수 없다면 선수들도 치어리더들과 연락 할 수 없어야한다 ""여성들이 자신의 보호를 위해 숨길 필요가 있는 부분은 미국에서는 허용되지 않으며 직장에서는 확실히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NFL 구단들이 뉴올리언스와 같이 치어리더에 대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는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뉴올리언스만이 이러한 규정을 강행하고 있지는 않다는게 그녀의 판단이다.

 

NFL에는 약 2,000 명의 선수가 활동하고 있으며 이중 많은 선수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가명을 사용한다. 치어리더는 선수들을 차단할 수있는 방법을 찾아야하지만 선수들이 어느 치어리더를 접속할 지에 대한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버팔로 빌스 치어리더들은 임금소송을 끝내기 전에 몸을 흔드는 율동을 보이기 위해 채용 시험에서 전신운동을 해야 했고, 자신들의 페이스북이 사전 통보도 없이 구단측에 의해 검색당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스 사건은 근본적인 NFL 리그 규칙의 적법성여부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리그의 개인행동 정책은 모든 NFL 종사자는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 국가, 연령, 장애 또는 성적 취향에 근거한 고용상의 불법 차별 행위를 구단이나 기타 NFL이 후원하는 어떠한 환경에서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한 여성 치어리더의 해고로 드러난 NFL과 소속구단의 차별적인 정책이 이번 기회에 개정이 될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사진 제공

미식축구 프로팀 뉴올리언스 치어리더의 일방적인 해고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뉴올리언스 치어리더팀. 뉴올리언스 치어리더들은 소속 선수들이 먼저 레스토랑에 있다면 식사를 하지 말고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