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권순찬
지난 7월, 독일 국가대표 출신의 축구선수 루카스 포돌스키의 일본 J리그 데뷔전이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포돌스키는 2골을 넣으며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의 데뷔전은 멀티골 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한 경기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또 하나 화제를 끈 것이 있었다. 바로 포돌스키의 축구만화 ‘캡틴 츠바사’ 축구화였다. 예전부터 ‘캡틴 츠바사’의 팬임을 자처한 포돌스키가 신은 푸른색 축구화의 오른발에는 캡틴 츠바사의 주인공인 오오조라 츠바사, 왼발에는 그의 최대 라이벌인 휴가 코지로의 얼굴이 들어가 있었다. 정강이 보호대에도 코지로가 새겨져 있었다. 지단, 델피에로, 토레스 같은 세계적인 축구스타들도 ‘캡틴 츠바사’를 보면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처럼 스포츠 만화는 많은 스포츠 스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반대로 스포츠 스타들이 스포츠 만화의 모티브가 되어 영향을 많이 끼치기도 했다.
주요 만화속 등장인물과 모티브가 된 실제 선수들을 살펴본다.
슬램덩크
‘슬램덩크’는 등장한 많은 캐릭터들이 사랑을 받았다. 사진출처 = Slam Dunk Wiki.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농구만화 ‘슬램덩크’는 역대 최고의 스포츠 만화로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캐릭터와 학교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꿔 출판한 덕에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왼손은 거들뿐’,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경기를 지배한다’ 등 명대사, 명장면들이 많이 있다. ‘슬램덩크’의 캐릭터들은 대부분이 당시 NBA에서 활약하던 스타들을 실제모델로 하여 탄생했다. 이 만화는 주인공 강백호의 농구선수 성장기를 보여주는 데 강백호의 실제모델은 ‘NBA의 악동’ 데니스 로드맨이다. 강백호의 짧은 까까머리와 악동으로서의 기질, 그리고 집념의 리바운드 능력은 로드맨의 그것을 쏙 빼닮았다. ‘슬램덩크’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산왕전에서의 강백호 등 부상 투혼은 실제로 몸을 던져 공을 낚아채는 로드맨의 모습을 고스란히 그려낸 것이다. 로드맨의 스페셜 영상을 보면 항상 나오는 장면이니 ‘슬램덩크’의 팬이라면 꼭 한 번 보기를 추천한다.
강백호의 라이벌이자 북산 동료인 ‘에이스’ 서태웅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초창기 개인플레이 위주로 득점에만 신경 쓰던 조던은 후에 놀라운 패싱 능력을 장착해 팀 동료의 능력을 살리며 득점기록 못지않은 어시스트 기록까지 달성하는 데 이는 만화 속에서 보여주는 서태웅의 모습과 비슷하다. 하지만 강백호의 실제모델이 찰스 바클리라는 주장도 있다. 찰스 바클리는 강백호가 서태웅에게 그랬듯이 마이클 조던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찰스 바클리 또한 리바운드의 왕이기도 했다. 강백호의 실제모델이 로드맨이냐 바클리냐 하는 문제에 대해 작가는 “상상에 맡긴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강백호와 서태웅 외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불꽃남자’ 정대만은 존 스탁스, ‘능남의 에이스’ 윤대협은 매직 존슨, ‘슈퍼 에이스’ 정우성은 페니 하더웨이에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들이다.
더 파이팅
‘더 파이팅’은 모리카와 죠지의 만화로 1989년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현재까지 연재 중인 장수 복싱 만화이다. ‘더 파이팅’ 역시 캐릭터들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하여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만화는 왕따를 당하던 주인공 일보가 프로복서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일보의 실제모델은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 타이슨은 복싱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름은 알 만한 전설적인 복서이다. 체격이나 스타일, 몸 흔들면서 근접전을 좋아하는 모습에서 일보와 타이슨은 매우 흡사하다. 미들급 타이틀전에 나오는 데이빗 이글은 ‘골든보이’ 오스카 델 라 호야를 떠올리게 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준수한 외모, 교과서적인 복싱까지 데이빗 이글과 호야는 많은 부분이 닮았다. 브라이언 호크는 ‘노가드 복서’ 나심 하메드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나심 하메드는 전통 복싱과는 다르게 노가드로 일관하였는데 펀치를 맞을 때 얼굴을 돌려 흘리는 기술이 일품이었다. 상대를 농락하는 제스처와 표정의 쇼맨쉽으로 영국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데이비드 베컴보다도 수입이 많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선우요(마시바 료)는 토마스 헌즈, 리카르도 마르티네스는 리카르도 로페즈에서 각각 모티브를 따왔다. 이 만화에서 가장 유명한 기술 중 하나인 ‘뎀프시롤’은 잭 뎀프시라는 복서의 실제 기술이다.
아이실드21
‘아이실드21’의 실제모델 라다니안 톰린슨. 사진출처 = Alchetron.
이나가키 리이치로의 만화 ‘아이실드21’은 미식축구를 소재로 한 만화이다. 미식축구라는 흔치 않은 종목을 주제로 한 만화이지만 이 만화 역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아이실드21’은 주인공 세나가 들어간 데이몬 데빌 배츠라는 미식축구 팀의 경기와 성장 과정을 배경으로 담고 있다. 이 만화의 제목인 ‘아이실드21’은 주인공 세나가 아이실드를 착용하고 등번호가 21번인 것을 나타낸다. 주인공 세나처럼 실제로 아이실드를 착용하고 등번호 21번을 달고 있던 최고의 러닝백이 있다. 바로 라다니안 톰린슨이다. 2006년에 미국 미식축구리그인 NFL MVP를 수상하였고 올스타에도 5번이나 선정된 전설적인 러닝백이다. 주인공 세나처럼 스피드를 겸비한 러닝백이고, 검은 아이실드와 21번의 등번호까지 누가 봐도 ‘아이실드21’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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