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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연봉 조금 줘도 되니, 은퇴 후에 확실한 진로를 주세요."

글 / 문삼성

 

 

  주변에 운동선수를 하고 있는 선·후배들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평범하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해 취업하는 사람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다. 젊은 나이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을 받기 때문에 운동선수가 아닌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부러움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는 일이 많다. 그 이유는 선수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선수의 삶을 간단히 정리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정식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부터 학업과는 등을 돌리고 감독, 코치에게 욕설, 심할 경우 폭행까지 당하며 운동만하고 학창시절을 보낸다. 성인이 되면 남은 선수생명은 10년에서 길어야 15~20년 내외이다. 훈련시간 이외에 생활은 동료선수들과 어울리고 윗사람에게는 질타를 받았던 기억밖에 없기에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는 어울리기를 꺼려한다. 30~40살이 되도록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하는 것이다.

 

  선수기간 동안 꾸준하게 저축을 했어도 막상 사회에 내 던져지면 사기를 당하는 수가 많다. 실제로 운동이라는 우물 안에서 살다가 사회로 나와 사기를 당하는 사례도 많이 보았다. 현직 선수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것은 자신들의 선배들이 밟고 간 삶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현재 은퇴 선수에 대한 별 다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를 때 운동을 잘한다는 이유로 선발되어 학업은 해보지도 못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혹독한 삶을 산다. 이기는 것만 배우고, 선수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잘 배우지 않는다. 팀에서 관심이 끊어지면 결국 은퇴에 이른다. 배운 것은 운동뿐인데 국가나 팀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해주지 않고 못하면 그만둬야한다. 이러한 현실을 선수들은 매순간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간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고, 관람 및 참여를 하며 직접 경험하는 일도 많아졌다. 그로 인해 엘리트선수들의 경기력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팬들 입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를 보면 질타를 하거나 실망을 한다. 세상 어느 선수도 자신의 경기력이 떨어지길 바라지 않고 그러기 위해 극심한 고통을 이겨내며 훈련한다. 선수들은 불투명한 미래를 마주하고 있지만 선수라는 신분을 유지하는 그 순간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선수들의 기량이 좋지 못하다는 질타를 하기 이전에 선수들이 어떠한 환경에서 선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선수뿐만 아니라 어느 직종이든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가지고 있다면 업무성과는 현저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취업을 하는 젊은 사람들은 하나의 직업을 선택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2차적인 계획 플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운동선수는 특정 종목 하나에 대한 역량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성에 맞지 않아도 2차 플랜이 거의 없다. 선수들 본인이 이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데 심리적으로 얼마나 불안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을지 체육계에 종사하는 모두가 돌아봐야 한다.

 

  “연봉을 얼마 받는데 그게 선수냐?”는 질타를 하기 이전에 연봉 조금 줘도 되니 은퇴 후에 확실한 진로를 주세요.” 라는 선수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깊이 생각해본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현직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절박한 상황을 잘 모를 수도 있다. 선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하나씩 바꿔주려는 지도자들의 노력이 필요한데 명백한 갑과 을의 관계로만 생각하는 부적절한 문화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어야 더 나은 기량이 나온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선수들을 키우는 한국 체육을 바란다.

 

 

출처 : https://brunch.co.kr/@traininglab/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