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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동호인을 잡아라” 사이클 스폰서, 동호인에 러브콜

# “동호인을 잡아라” 사이클 스폰서, 동호인에 러브콜

# 임건엽기자





인터넷서 독자들의 조회 수가 증가하는 뉴스가 있다. `OOO 선수, 스폰서 러브콜 쇄도` 등과 같은 기사를 자주 본다. 이런 기사는 기업이 특정 선수를 스폰서 함으로써 자사의 제품에 선수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일조를 한다. 최근 프로선수가 아닌 SNS 스타나 기량이 뛰어난 동호인을 대상으로 스포츠 스폰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왜 동호인인가?


동호인들이 스폰서를 받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동호인을 후원하는 종목들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마라톤, 사이클이 있다. 이 세 종목의 공통점은 비인기 종목이다. 인기 있는 구기 종목과 달리 방송에서 접하기 힘들다. 사이클의 경우 천만 원이 넘는 고가의 자전거를 지원해주며 대회 참가비, 훈련 프로그램 제공 등을 제공한다. 동호인이 개인적인 지출 없이 기업의 지원만으로 취미활동을 즐기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량이 뛰어난 사이클 동호인들은 자전거가 단순한 취미활동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스폰서와 관계를 맺기 위하여 대회 결과에 집착하고, 직접 자전거 관련 회사에 전화하여 스폰서십을 요청하기도 한다.




▲ 앰버서더 모집 포스터 Ⓒ 아머스포츠코리아



사이클 경기는 올림픽 기간에도 전혀 방송에서 볼 수 없다. 동호인 대부분은 프로 경기를 시청하기에는 쉽지 않다. 프로 경기를 접할 일이 없다 보니 SNS 친구가 많거나 동호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동호인들의 장비는 항상 이목이 쏠리고 판매도 많이 된다. 동호인 인지도를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직접 자전거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동호인 스타와 사이클 프로선수의 인지도 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 총 124명 중 모두가 동호인 스타를 알고 있다고 답변하였으며 프로선수는 32명만이 알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프로선수와 동호인의 인지도 차이 말고도 기업이 동호인을 선택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동호인들은 라이딩 모임에 나가서 서로가 사용하는 제품의 정보를 공유한다. 이는 곧 구매로 이어지고, 제품의 사용기가 SNS로 공유되면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낳는다. 또한, 동호인들의 최대 관심거리는 기량이 뛰어난 동호인들이 어떤 음식을 먹고 훈련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무슨 제품을 사용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자전거 관련 회사들은 동호인을 고객이자 후원선수로 인식하고 마케팅활동을 한다.



과도한 경쟁만 남은 취미

동호인 후원은 자전거 회사의 매출증대 효과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매체를 통해서만 보는 프로선수와 달리 ‘후원을 받는 동호인’(이하 후원동호인)은 다른 동호인(이하 비후원동호인)과 같이 라이딩을 하거나 여러 모임에서 만나기가 쉽다. 비후원동호인은 후원동호인이 사용하는 실제 제품의 모습을 보고, 사용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은 소비자에게 저품질 제품이나 본인에게 맞지 않는 제품을 피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소비자 입장인 비후원동호인은 후원동호인을 한 명이라도 더 알고 지내면 자전거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므로 후원동호인과 친해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후원동호인은 대회 입상 사진과 평소 자전거와 함께 있는 사진과 다양한 제품 사용기를 SNS에 올리면서 친구와 독자를 늘린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SNS 친구로 만들고 몇 명이 해당 글을 읽었는지 나타내는 숫자는 후원의 지속성과 추가지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수치이기에 후원동호인은 그 수치를 늘리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한다. 자칫 동호인 대회가 과도한 순위 싸움으로 변질하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느낄 수 있는 본연의 즐거움보다는 후원을 위한 숫자만 쫓아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자전거를 버리는 사람들

자전거 동호인 모두가 처음부터 고가의 물건을 찾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하이브리드(산악자전거와 로드자전거의 접점으로 만들어진 도시형 자전거)나 유사 산악자전거, 미니벨로(작은 자전거) 등으로 자전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혼자 짧은 거리(10~20km)를 다니다가 점차 장거리(100km이상)로 범위를 넓혀가고 대회에 나가고 클럽에 가입하여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자전거를 즐긴다. 자전거의 매력은 본인의 힘으로 페달을 밟은 만큼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자전거에 익숙해지면 좀 더 효율적인 자세로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속도만 빨라지는 것이 아니다. 속도 증가와 함께 욕심도 함께 커진다. 재미로 시작한 자전거가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위해 의무적으로 훈련을 하게 되면 그 재미는 어느새 부담감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SNS의 과도한 홍보활동은 주변사람들의 반감을 일으켜 본인은 물론 타인에게도 피로감을 준다. 결국 “자전거 좋다.”에서 “자전거가 싫어진다.”로 변한다. 자전거 중고거래 온라인장터에서는 자전거가 싫어져서 타던 자전거를 중고로 파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동호인 스타와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

자전거가 싫어진 사람들을 보고서 후원동호인의 활동 탓만은 할 수 없다. 자전거 회사에서 후원 조건으로 제시하는 대회 입상 횟수와 SNS 활동 탓이 가장 크다. 최근에는 몇몇 후원동호인과 자전거 회사에서 동호인 후원의 과도한 경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인식하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그 시작은 코스개발이다. 후원동호인과 자전거 회사 동호인을 위해 새로운 자전거 코스를 조사하고 답사를 한다. 답사가 끝난 후에는 동호인이 즐길 수 있는 코스 지도를 공유하거나 비경쟁 대회인 그란폰도를 개최하기도 한다. 또한, 후원동호인 개인으로서는 자전거와 관련된 교육이나 정보교류의 장을 만들어서 입문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투어 라이딩’을 계획하기도 한다. ‘투어 라이딩’은 여행과 라이딩을 접목한 것으로 체력이 부담되거나 속도가 느린 사람들도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자전거 저변 확대에 안성맞춤이다. 한 명의 자전거 동호인으로서 좀 더 다양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자전거 활동들이 점점 더 생길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