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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독일 스포츠클럽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독일 스포츠클럽 - 지원 스포츠클럽(Stützpunktvereine)을 중심으로

#최유정기자





독일의 생활스포츠와 스포츠클럽

‘독일의 19세기는 클럽의 세기다.’ 19세기부터 발달한 독일의 생활스포츠와 스포츠클럽을 두고 독일 역사학자 니퍼다이(Thomas Nipperdey, 1927~1992)는 이렇게 지칭했다. 당시 ‘체조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얀(Freidrich Ludwig Jahn, 1778~1852)이 제창한 체조운동(Turner Movement)이 시작되었고 체조, 사격 클럽 등은 사회운동의 주요한 토론장으로 쓰였다. 독일에서 생활스포츠를 Breitensport(풀뿌리스포츠) 또는 Freizeitsport(여가스포츠)라 부르는데 Breitensport는 피라미드모형에서 최상의 경기기량을 갖춘 엘리트선수를 길러내기 위한 넓은 토대(Basis der Breite)에서 나왔다. 즉, 초기 생활스포츠는 경쟁, 성취를 특징으로 하였고, 스포츠클럽은 우수선수를 양성하 위한 시스템 이였다. 따라서 여성, 노약자 등은 참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후 1950년 후반부터 ‘스포츠 제2의 길(Zweiter Weg des Sports)’, ‘황금계획(Der Goldene Plan)’, ‘트림캠페인(Trimm Aktionen)’ 등 단계적인 생활스포츠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며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클럽에 가입하여 다양한 활동을 즐기게 되었다. 오늘날 독일은 자타공인 생활스포츠의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스포츠클럽은 공공복지라는 고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페어플레이, 관용 등의 가치를 전달하고 남녀노소의 평등한 참여를 권장하며 합리적인 비용에 누구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2015년 기준 한 달 회비가 성인 6.2유로, 청소년 3.1유로, 아동 2.5유로, 가족요금(성인 2명, 아동 2명 기준)은 12유로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2015년 기준 독일올림픽스포츠연맹에 소속된 스포츠클럽 수는 90,240개소이며 가입자는 27,272,854명이다. 2015년 독일 전체인구 8,217만 명의 약 33.2%에 해당한다. 시설 측면에서 직접 시설을 보유한 클럽은 41,700개소이며 그 외 클럽 대부분이 학교, 지자체 등의 공공스포츠시설을 무상 또는 소정의 임대료로 사용하고 있다. 프로그램도 매우 다양하다. 축구, 체조, 테니스, 사격 등 올림픽 종목은 물론 러시아, 터키 등의 전통 스포츠에 이른다. 지역별‧수준별‧연령별 리그제 또한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가장 회원 수가 많은 종목은 축구로 689만 명이며 그 뒤를 체조(497만 명), 테니스(141만 명), 사격(135만 명), 산악(105만 명), 육상(82만 명) 등이 따르고 있다. 태권도의 경우 5만 5천명이 가입되어 있다.



독일 스포츠클럽의 사회통합 기능


독일 스포츠클럽이 단순히 독일 국민만의 스포츠 활동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사회통합의 기제로도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1945년 이후 독일사를 이민사로 규정할 만큼 대량의 이민이 나타났는데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독일의 경제성장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유럽과 비유럽에서 대규모 외국인이 유입되었다. 이들의 정주로 인해 현재 독일은 미국, 러시아 등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이주민이 살고 있다. 2015년 기준 독일 내 외국인은 865만 명으로 독일인구의 10.5%를 차지하고 있고, 귀화 외국인과 그들의 자녀까지 합한다면 그 비율은 20%에 이른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사회통합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시행중이다. 특히 스포츠를 통한 사회통합 정책은 주목할 만하다. 이주민을 스포츠클럽에 참여하도록 하여 스포츠 활동은 물론 언어습득과 문화이해를 통해 그들의 사회적응을 돕고, 나아가 정주민과 이주민 간의 상호문화 교류로 국가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취지가 담겨있다. 본 정책은 독일올림픽스포츠연맹이 주관하고 독일연방내무부, 이민청이 지원하며, 지역스포츠연맹과 지역별 지원 스포츠클럽(Stützpunktvereine), 일반클럽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지원 스포츠클럽은 정책의 핵심요소로 스포츠 활동 외 문화교육, 언어, 교류 프로그램 등의 사회통합업무를 추진한다. 이주민들이 낯선 환경에서 스포츠클럽에 참여해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스포츠 활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들을 스포츠클럽 회원이 되는 장애요인을 제거하고 스포츠클럽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지원 스포츠클럽은 이주민과 같은 배경을 가진 운영진, 지도자가 배치되어 있고 이주민이 보다 편안한 환경에서 스포츠 활동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하도록 돕고 있다. 지원 스포츠클럽은 여러 평가항목에 따라 독일올림픽스포츠연맹과 지역스포츠연맹이 선정하며, 예산지원을 비롯한 여러 혜택이 주어진다. 현재 독일 전역에 760여개가 있으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주에는 65개가 있다. 8개의 클럽이 태권도 강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4개는 태권도 전용 클럽이다.



지원 스포츠클럽 운영사례: Olympic Taekwondo Club Bonn


올림픽 태권도 클럽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본(Bonn)에 자리 잡고 있다. 모로코 출신으로 시드니 올림픽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Aziz Acharki가 운영진이며 독일인 코치를 비롯하여 튀니지 출신의 Mokdad Ounis 등이 있다. 3세에서 60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회원이 있으며,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연령별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독일인을 비롯하여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의 회원들 한데 어울려 우리나라 국기인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회원의 수준 또한 단순한 취미에서부터 엘리트선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독일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도 클럽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데 교포 2세인 김새롬 양도 국가대표 일원으로 소속되어 활약하고 있다.


또한 지원 스포츠클럽으로 선정되어 다양한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클럽의 운영자와 지도자는 다문화와 관련한 자질향상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주민의 가입과 활동을 돕는 출발도우미(Starthelfer)가 있다. 이주민들이 쉽게 스포츠를 접하고 회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이벤트, 강좌 등을 추진한다. 모두를 위한 주말 나들이, 인터내셔널데이 등을 비롯하여 엄마-아이 스포츠교실, 역사문화 이해증진 교실, 숙제도우미, 아랍어 수업이 열린다. 클럽 운영진 Aziz Acharki는 “태권도를 통해 독일에 거주하는 이주민과 정주민 모두가 건강을 챙기고 조화롭게 서로 어울리길 바란다.”며 클럽 운영의 궁극적인 취지를 설명하였다. 



    


▲ 본 올림픽 태권도 클럽 유소년 강습 / 김새롬양(좌측 두 번째) / 회원들과 참가한 마라톤 대회




독일 스포츠클럽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시사점


독일 스포츠클럽과 회원 수는 200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그 이후 주춤한 상태다. 재정문제, 지도자 고용, 회원 유지, 지역 인구변화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출생률 감소, 인구고령화 등과 더불어 스포츠 공급 면에서 최신시설을 갖춘 상업적 스포츠클럽 등 다양한 대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공공스포츠시설 리노베이션, 정부의 운영 지원, 자원봉사자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스포츠클럽은 지금까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회통합 측면에서도 2007년부터 국가통합계획 10대 아젠다 중 하나로 ‘스포츠를 통한 사회통합(Intergration durch Sport)’을 선정하고 ‘신체활동과 건강 – 더 많은 이주민을 스포츠로’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6년까지 이주민 참여비율을 9%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난민 대상 스포츠 사회통합 프로그램(Wilkommen im sport)’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난민들의 안정적인 사회적응을 돕기 위하여 독일스포츠연맹(DOSB), 독일 이민청, IOC 주관으로 적극 시행되고 있다.



 

  


 (왼쪽이미지)독일사회통합 프로그램 로고 / (오른쪽이미지) 난민 대상 스포츠 사회통합 프로그램 로고



우리나라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1980년 후반부터 해외 노동력이 유입되었으며, 2016년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수가 2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명실상부 단일민족사회에서 이민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계유일 분단국가로서 통일 이후의 사회통합에 대해서도 충분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 스포츠는 그 고유의 비언어적 특징으로 인해 누구나 함께 참여하며 즐길 수 있고 독일 사례에서 보듯이 이주민의 사회적응을 돕는 기제로 활용될 수 있다. 한국형 스포츠클럽 시스템 확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스포츠클럽의 기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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