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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US오픈(테니스) 방문기

#US오픈(테니스) 방문기

#우효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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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체육인재육성단의 지원을 받아 테네시 대학교에서 해외연수를 진행하고 있는 우효동입니다. 오늘은 해외통신원으로서 현지소식을 전해드리고자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미국에 있는 바로 지금!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비행기로 약 4시간 거리) 뉴욕에서는 US오픈이 열리고 있습니다. 과거 테니스 선수로 활동했던 저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곧바로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애초의 대회방문 목적이었던 선진대회경험은 물론이고 대회에 참가한 한국선수들 응원도 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1. 대회소개

그럼 제가 보고 느꼈던 US오픈을 전하기에 앞서 먼저, US오픈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US오픈은 테니스의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 윔블던, 프랑스오픈, US오픈)중 마지막으로 열리는 대회로 1881년 처음 시작되어 136회째를 맞이한 유서 깊은 대회입니다.


2016년 US오픈의 총상금은 4천630만 달러(약 530억원)로 테니스 역사상 가장 높은 금액이 책정되어 대회의 우승자는 350만 달러(약 41억원)를 받게 되며,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해도 4만3천 달러(약 4천960만원)를 받게 됩니다. 



  



 역사상 가장 높은 상금이 걸린 대회라는 명성에 걸맞게 US오픈을 주최하는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성공적인 대회 유치를 위해 대회전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우선 메인 경기장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Arthur Ashe Stadium)에 개폐식 지붕을 설치했고, 루이스암스트롱 스타디움(Louis Armstrong Stadium)과 그랜드스탠드 스타디움(Grand Stand Stadium), 그밖에도 인근 십여 개 코트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작업을 진행했습니다. US오픈의 주관사인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기존에 경기장을 방문했던 사람이라도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하며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게 보다 쾌적한 관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인터뷰를 실시한 투어코치는 이번 US오픈이 열리는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Billie Jean King National Tennis Center)에 대해 “시합코트 뿐만 아니라 연습코트까지 스탠드관중석을 설치해 관중들의 관람환경을 개선한 것이 인상적이고 코트주변의 입장 및 관리가 엄격한 타 그랜드 슬램에 대회와 비교하여 각종 테니스 스타선수들이 연습하는 것을 좀 더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게 조치한 것이 흥미롭다.”고 말하며 이번 US오픈의 시설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2. 2016 US오픈 Inside (오픈구역)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제가 보고 느꼈던 대회 현장 및 분위기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뉴욕 퀸즈에 위치한 US오픈 경기장은 한쪽 출입구가 7호선 전철역(Mets-Willets Point Station)과 인접해 있어 접근이 매우 편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전철역을 중심으로 반대편에는 뉴욕 메츠 구단의 city field 경기장이 자리하고 있고, 테니스장 주변으로 퀸즈 박물관(Queens Museum)과 플러싱 메도우 코로나 공원(Flushing Meadows Corona Park)이 있어 매우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가 경기장에 방문했을 때는 한창 예선이 진행되고 있었고 아직 경기장 정리가 다 끝나지 않아 산만한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경기장 출입구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입장객들의 가방 크기와 모양에 제한을 두고 있었는데 경기장 입구에서 매우 철저하게 개인의 소지품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소지품 검사를 마치고 경기장에 입장하자마자 대회장 곳곳에 배치된 수많은 스텝들과 자원봉사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각각의 역할에 따라 확연히 구분되는 옷을 착용하여 대회장에 배치된 인력임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 스텝들은 노란색 상의를 착용하였고 경기장 내·외부의 통제를 담당하는 스텝들은 파란색 상의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경기 심판과 라인즈퍼슨(라인심판) 그리고 볼퍼슨은 대회 공식 후원사 중 하나의 브랜드 마크가 새겨진 옷을 착용하여 방문객들이 그들을 알아보고 도움이 필요할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대회 기간 동안 평균 약 70만 명이 다녀가는 4대 메이저 대회에 걸맞게 입장객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어김없이 대회 후원사에 대한 소개가 이뤄지고 있었고, 실제로 예선경기가 치러질 당시 경기장 주변에서는 수많은 후원사 부스가 차려져 방문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경기장 바로 옆에 놓인 수많은 테이블과 식당들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수백 개가 넘는 파라솔과 십여 개가 넘는 식당들이 경기장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선수시절 많은 대회를 경험했고 또 지금껏 제법 많은 대회를 지켜봤다고 생각했는데, 경기장에서 그렇게 가까운 곳에 그렇게 많은 공간을 할애하여 관람객들의 편의와 복지를 신경 쓰는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뒤에 보이는 US오픈 경기장이 아니었다면 흡사 분위기 좋은 노천카페 혹은 레스토랑에 와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이밖에도 경기장 한 편에서는 선수들을 위한 연습코트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앞서 언급된바 있듯이, 대회 운영부에서는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연습시간을 확인하고 이를 지켜볼 수 있도록 연습코트 사용일정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습코트를 찾는 팬들을 위해 이번에 신축된 스탠드는 팬들로 하여금 선수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다 가까이서 편하게 지켜볼 수 있게 만들어 더 큰 즐거움을 이끌어내고 있었습니다. 스탠드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연습을 지켜보던 팬들은 연습이 끝나고 돌아가는 선수에게 사인을 요청하고 같이 사진을 찍으며 대회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습니다.




  


  




3. 2016 US오픈 Inside (선수 및 코치진을 위한 복지서비스)

이상 제가 보고 느낀 US오픈 현장경험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방문객 친화적 무결점 대회’가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대회장에 머무는 5일간 그 어떤 불편함도 느끼지 못했는데, 경기장 곳곳에 수없이 배치된 진행요원들로 인해 사실상 불편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경기장 시설물의 배치와 동선 또한 선수와 방문객 모두에게 친화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 스포츠 이벤트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감동은 대회운영위에서 선수와 코치진을 위해 제공했던 각종 복지서비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습니다. 지금부터는 US오픈에 참가한 선수들의 일상생활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소개할 곳은 대회 기간 중 선수들이 평소 머무르는 공간입니다. 메인 경기장인 아서 애시 경기장 한 편에는 선수들을 위한 휴식공간과 샤워실, 전용식당 외에도 경기에 사용할 라켓의 줄을 수리하는 센터, 피트니스 센터 등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 곳은 선수, 코치진 등에게 개별적으로 제공된 아이디카드를 지참해야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경기장에서 경계와 보안이 매우 삼엄한 곳 중 하나입니다. 선수와 코치진조차 이 곳에 출입하기 위해서 매번 아이디카드에 등록된 얼굴과 본인의 모습을 확인받아야 하며, 정문에서 모든 가방에 대한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신분 확인은 건물 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매 구역마다 출입이 가능한 신분을 고지하고 있고 이에 맞지 않는 아이디카드를 지참한 사람은 출입이 제한됩니다. 선수와 코치진은 각각 A와 B로 시작하는 아이디카드를 갖게 되고, 선수의 게스트는 Y, 방송기자 및 미디어 관련 사람들은 M이 쓰인 카드를 부여 받는 식으로 신분 확인이 이루어집니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입장한 건물 1층에는 선수들의 라켓 줄을 수리하는 센터와 연습코트를 예약하는 곳이 있으며 건물 2층에는 입구에 라켓 가방을 보관하는 곳과 선수 휴게실이 위치해 있습니다.



 


  

 




휴게실 안쪽으로는 선수들을 위한 식당이 마련되어 있는데 일식부터 양식까지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어 세계 각지에서 온 선수들의 입맛을 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회에 참가한 선수의 아이디카드에 식당 및 라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 70달러(예선 선수 기준)의 금액이 매일 충전되어 선수들은 아이디카드로 식사와 커피 등의 음료를 해결합니다. 



  


  



대회참가선수들을 위한 복지혜택은 이밖에도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본선 출전 선수의 경우 후원사에서 지원받은 차량을 통해 본인이 이동하고 싶은 곳은 언제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데, 이러한 선수들의 일정을 맞추기 위해 경기장 한 편에는 똑같은 모양을 한 수십 대의 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습니다.




 



또한 대회 후원사로 포함되어 있는 브랜드사로부터 각종 물과 음료를 제공받아 경기장 곳곳에 선수들을 위한 물과 음료, 간단한 과일이 널려 있으며 선수들은 그저 원하는 것들을 꺼내서 가져가게끔 되어 있습니다. 매우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매일같이 마주했던 이러한 혜택들을 통해 새삼 메이저 대회의 위엄을 실감할 수 있었고 동시에 대회 스폰서의 기능과 역할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시사점 및 마무리

오랜 역사를 간직한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로 꼽히는 이번 US오픈 방문은 지금껏 다른 스포츠 이벤트에서 느끼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팬을 최우선시하는 대회 조직위의 의지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고 경험과 연륜이 쌓인 품격 있는 대회가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서울의 올림픽공원을 비롯한 김천, 춘천, 부산 등 전국 각지에 세계적 기준에 부합한 멋진 경기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코리아오픈테니스대회, 부산오픈 등 멋진 대회도 있습니다. 하지만 US오픈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가 경기장을 짓고, 대회를 준비 및 운영하는 과정에서 놓친 것은 없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누구를 위한 경기장을 지어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한 대회를 개최해왔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우리는 대회가 아닌 축제를 위한 준비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지자체의 인가를 받아 일단 하나의 코트라도 더 많이 더 크게 더 좋게 만들면 되는 걸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경기장에 한 사람의 관람객이라도 더 동원하기 위해 경품 추첨을 하거나 후원사를 통해 그들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를 제공하고자 고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US오픈 방문을 통해 과연 그것들이 옳은 방법인지에 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어떻게든 한 사람의 테니스 팬이라도 더 끌어들여 그들에게 만족을 제공하는 방법이 아닌, 온 가족이, 친구들이, 연인들이 다함께 즐기고 누리고 때로는 편히 쉴 수도 있는 테니스 장소가, 환경이, 문화가 과연 우리에게도 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4대 메이저 대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한 투어코치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전했습니다. “US오픈을 비롯한 다른 메이저 대회의 관중들은 경기티켓을 구매하지 않고 경기가 진행되는 인근 공원 혹은 경기장 주변을 출입할 수 있는 입장권만 구매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회장 한 편에 마련된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즐기며 테니스도 감상한다. 경기장에는 또한 그런 관중들을 위한 대형 스크린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우리도 준비 및 운영 측면에서 그런 부분을 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팬이 없는 스포츠 종목은 결국 퇴보하기 마련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팬들을 위한 문화가 없는 스포츠도 결국 퇴보하고 말 것입니다. US오픈과 같은 테니스 문화를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매년 경기장을 찾는 발걸음이 줄어드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는 매년 국내에서 진행되는 국제대회의 후원사를 구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회가 아닌 축제의 장을 열어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그들이 테니스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US오픈을 보고 배워야 할 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