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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공부하는 학생선수의 롤 모델이 된 스포츠스타들

 

 

 

글 / 임성철(원종고등학교 교사)

 

           2013년 1월 첫 주 어느 날, 나는 평소의 일상처럼 원종고등학교 방과후학교 체대진학반 수업을 위해서 학교에 출근을 했다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 사람은 자신을 한 인터넷 뉴스의 기자라고 밝혔다. 그 기자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학생선수에 관한 나의 박사논문을 보았다고 했다. 그리고 공부하는 학생선수에 관해서 나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나는 ‘고교 운동부 감독의 공부하는 학생선수 만들기 실천과정’이라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우리사회가 학생선수들로 하여금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절감했기에 그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이 통화를 한 뒤 며칠 후에 인터넷 뉴스 기자는 약속한 날에 내가 근무하고 있는 원종고등학교에 방문했다. 학교의 체육건강부에서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인터뷰는 5시 반이 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기자는 내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원종고등학교 사격부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사격부 학생선수를 위해서 실행했던 노력들에 대해서 질문하였고 나는 최대한 성실하게 대답해주었다. 내가 이야기하는 말을 기자는 빛의 속도로 노트에 정리했다. 나는 일선학교의 학생선수들에게 관심을 갖고서 학교에 찾아와 준 기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최선을 다해서 기자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기자와 인터뷰를 마칠 즈음에, 나는 기자로부터 ‘공부하는 운동선수’에 대한 연재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연재기사를 꼭 읽어보고 싶었다. 드디어 오늘 나는 공부하는 학생선수에 관한 연재기사 중에 첫 번째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그 첫 번째 기사는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는 수영 올림픽 메달리스트 박태환(24, 단국대 대학원), 스포츠클라이밍 리드 종목 세계 1위 김자인(25, 고려대 대학원), 여자 프로권투 최초 8대 기구 통합 챔피언 김주희(27,중부대 대학원)에 관한 것이었다. 기사에 정리되어있는 이들의 학업이야기는 공부하는 학생선수에 관심이 많았던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박태환, 김자인, 김주희(출처 : 노컷뉴스)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374670

 


기사를 보면 박태환과 김자인은 2012년 3월 석사과정 2학기에 들어가고 두 사람 모두 전공이 스포츠심리학으로 같다고 한다. 그리고 김주희는 교육행정을 전공하고 박사과정 3학기를 들어간다고 한다. 이 기사에서 국내외훈련과 각종 대회 일정만으로도 빠듯해 보이는 세 선수가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이유를 ‘은퇴 후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1년에 교생실습을 하면서 '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구체화했어요. 대학원 공부는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 중 하나에요." (박태환)

 

"선수생활을 오래 하면서 심리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하면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자인)

 

"지금은 세계챔피언이지만 '권투선수'가 평생 직업이 될 수 없고, 은퇴했을 때 진로를 바로 결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어요." (김주희)

 

 

 최근에 나는 한 국가대표 체조선수 출신의 고등학교 스포츠강사 자살에 관한 기사를 접했다. 그 기사에 따르면, 그 스포츠강사는 한 때 국가대표 체조선수로 활약하며 91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여홍철 선수가 한국 체조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같은 날 한국 선수들의 불모지였던 도마 종목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고 한다. 이렇게 그는 엘리트선수로서 한국 체조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으나, 은퇴이후울산지역에서 체조 코치로 살아가다가 최근에는 월 140만원의 임금을 받으며 10월 동안 근무하는 비정규직인 학교 스포츠강사로 불안하고 열악한 삶을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엘리트 스포츠 환경은 학생선수들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은 스포츠교육학과 스포츠사회학 학자들이 연구를 통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TV 방송국, 라디오, 신문 등의 미디어를 통해서 자주 다른 선진국의 학생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학생선수들은 학업보다는 운동에 더 집중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지적하였다. 이렇게 학업보다는 운동에 집중했던 우리나라의 엘리트선수들은 은퇴 이후에 사회에서 적응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2008년 여름에 방영되었던 KBS 1TV 시사기획 '쌈'은 올림픽 특집 '슬픈 금메달' 편에서는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 뒤에 존재하는 어두운 그림자를 조명하였다. 이 특집 방송은 금메달이 올림픽에 젊음을 바친 선수들에게 빛나는 미래를 주기도 했지만 많은 시련과 좌절을 맛보게 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이들도 있지만 금메달을 따고도 인생의 가시밭길을 피해 가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하였다. 이 방송에서는 은퇴 후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방황하고 있는 금메달리스트, 사업 실패와 이혼, 자살까지 시도했던 금메달리스트 등 화려했던 선수 생활 이면에 가려진 가슴 아픈 사연들이 소개되었다. 

 

은퇴이후를 준비하기 위해서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박태환, 김자인, 김주희의 사례는 일선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수많은 학생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공부와 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이렇게 학업과 운동을 묵묵하게 병행하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에 대한 소식들 더 많이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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