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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인간의 존재적 한계 극복을 위한 스포츠



                                
                                                                                          글/ 박현애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 - 인간의 존재적 한계”

인간에게는 존재적 한계가 주어졌다. 태어났으면 죽는다는 존재적 유한이라는 한계도 있으나 무엇보다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통들 말이다. 살아가면서 누군가는 진학이나 취업의 실패를 맛봐야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병과의 고통스런 싸움을,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랑의 아픔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이렇듯 모든 인간에게 삶이 주는 고통과 시련을 ‘인간의 존재적 한계’라고 한다.
즉 인간의 존재적 한계는 인간이 존재하면서 당면하게 되는 사회적, 정서적, 정신적 한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인간의 존재적 한계를 덜 고통스럽고 더 발전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미 질문 안에 들어있다. 바로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복잡다단한 개성, 편향된 과학화로 인한 정서적 교육의 부재 등의 수차례 지적되어 온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되짚어 볼 때, 고통을 이겨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인간이 존재적 한계를 극복하게 된다면, 유한한 생명의 존재로서 무한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간은 존재적 한계를 갖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초월의 본성과 욕구도 가지고 있다. 초월의 욕구는 건강한 성격인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방향으로 나타날 때 환경적, 개인적 한계를 초월한 잠재력을 발휘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게 된다(손지희, 2009). 
 
                                 “스포츠는 현실을 반영한다.”

간혹 스포츠 문화를 오래 경험한 사람들의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스포츠 세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일들을 준비하게하거나 비교적 유사한 상황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 이지만, 프랑스의 작가 까뮈는 “내가 배워야할 대부분의 윤리적 문제들은 스포츠를 통해 배웠다.” 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이는 스포츠의 윤리적 측면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며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강력한 설명이지만 그보다 이전에 생각해야 될 것이 있다. 바로 ‘스포츠가 얼마나 인생의 중요한 부분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인가’ 이다.

Loy는 스포츠 세계의 특성을 6가지(자유, 분리성, 불확정성, 비생산성, 규칙성, 허구성)로 나누었는데, 이 중에서도 분리성은 스포츠 세계가 시・공간이 한정되며, 현실세계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스포츠는 인간의 생과 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스포츠는 인생과 완벽하게 분리되어있는 새로운 세계이지만, 이것이 인간의 인생이나 인간사와 무관하게 만들어지고 진행되는 세계는 아니다. 

여타의 문화, 그 중에서도 인간사에 의도적이고 직접적으로 개입된 문화와는 다르지만, 스포츠는 어찌보면 의도적이고 직접적으로 인간사에 개입한 다른 사회문화의 형식보다 더욱 선명히, 그리고 여과 없이 그 의미들을 드러내 주기도 한다. 스포츠는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으며, 그 안에서 깊은 감동과 부정에 대한 반동 등의 복잡한 인간의 심리까지도 비교적 명확히 담고 있다.

“ 스포츠에서 경험할 수 있는 존재적 한계와 극복”

기록을 다투는 스포츠의 양적측면이나 기량을 다루는 스포츠의 질적 측면들 모두 기록과 자신, 타인으로부터 존재적 한계를 경험한다. 또한 규정지어진 스포츠의 규칙에 의해서도 존재적 한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드러난 스포츠에서의 인간의 존재적 한계를 극복한 가장 가까운 사례로 ‘승리’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승리라는 외재적 가치에서만 존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 스포츠에서의 승리는 스포츠의 본질을 간과하고 사회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가치들로 본래의 의미가 다소 퇴색되어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승리는 인간의 존재적 한계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소수의 승리자가 누릴 수 있는 가치보다 다수의 패배자가 느낄 수 있는 열등감은 인간을 존재적 한계에 직면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츠에서 경험할 수 있는 승리 이 외의 많은 내재적 가치들을 갖는다. 가령,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고통스러운 훈련, 고된 훈련 뒤의 아쉽지만 명예로운 패배, 결과에 승복하고 자신의 한계와 취약점을 알아가며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능력 등은 스포츠 문화를 더욱 생생히 살아 숨 쉬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이처럼 스포츠 상황에서 존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은 스포츠 행위자와 감상자 모두에게 강렬한 감동을 남긴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이러한 노력들이 인간의 존재적 한계를 극복하는 경험이 가능하도록 해 준다. 즉 스포츠는 더 좋은 기량을 위한 노력들을 통해서, 그리고 반드시 넘어서야만 하는 고통들을 통해서 인간의 존재적 한계를 경험하게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배우게 한다.
 

인생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존재적 한계들, 즉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상황적 한계, 고통과 노력으로도 얻어지지 않는 눈앞의 성과 등과 같이 인생에서 당면한 인간의 존재적 한계를 스포츠는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하여 준비하게 하며, 이를 극복할 의지 또한 스포츠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마라톤을 즐기는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공백을 획득하기 위해 달린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스포츠 훈련 중의 외로운 싸움은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을 가져다준다. 또한 스포츠 상황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을 인생에 접목하여 보면 복잡한 인생사도 의외의 간단한 해결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며, 이렇게 스포츠를 통해 얻어지는 작은 교훈들은 인간의 일상에 도움을 준다.

인간에게는 생이 주는 기쁨과 위기가 있다. 기쁨은 기쁨대로 누릴 수 있으나 위기는 그 나름의 의미가 그 안에 숨겨져 있다.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알게 하여 인정하게 하고, 자신을 보다 단단히 만들어가기 위한 기회로서 생에 의미를 부여한다. 책이 이야기 해주지 않는 인생에 대한 공부는 스포츠 상황의 순간순간에 스며들어 녹아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생의 일면을 경험하고 배우기 위해 스포츠의 순간순간에 될 수 있는 한 깊이 생각하고 다양하게 느껴야 하는 것이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많다. 그러나 ‘스포츠’라고 하면 경쟁과 승리를 연상시키는 단순한 논리가 그 외의 수많은 가치들을 가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손지희(2009). 몰입경험의 교육적 가치.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학위논문.
박현애(2010). 스포츠 행위에서 나타나는 감성적 인식에 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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