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윤환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국 시·도 교육청 추천을 받아 중학교 17개교, 고등학교 13개교를 예술·체육 중점학교로 지정해 올해부터 예술과 체육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예술·체육 중점학교는 일반 중·고교 학생 중 예술과 체육에 소질·적성이 있는 학생에게 예술 체육에서의 특화 분야 중 한 가지를 선택하여 집중·심화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를 말합니다. 예술·체육 중점학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반고의 예체능 중점반과는 개념이 조금 다른데 일반학교와 수업료는 똑같으면서 예술, 체육에 중점이 있는 학생들에게 심화 학습을 해주는 시스템이죠. 예술·체육 중점학교의 지원 과목은 크게 음악, 미술, 무용, 공연·영화와 체육으로 나뉩니다.
물론 제가 말씀드리려 하는 것은 체육 중점 학교입니다. 현재 서울에서 체육 중점학교로 지정된 곳은 중랑구에 위치한 송곡고등학교입니다. 송곡고 2개의 학급에서 총 60명의 학생이 체육 중점반에서 수업을 듣고 있죠. 중점반은 일반반에 비해 국·영·수 수업 시수가 1단위가 적은 반면 체육 수업의 시수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일반 학생들은 ‘체육’이라는 한 가지 과목으로만 공부를 하지만 중점반 학생들은 스포츠 문화, 스포츠 개론, 건강 관리 등 4과목의 필수 이론 수업을 받습니다.
이론 과목 공부뿐만아니라 월·화·수 방과 후에는 기초체력 증진을 위해 운동을 하고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운동(제가 방문했을때는 야구를 하고 있더군요)으로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기가 끝나고 방학 중에는 단기간 집중 수업을 통하여 수영이나 테니스 같은 운동도 배우게 됩니다. 체육 중점학교로 선정되기 전부터 송곡고등학교에서는 24년동안 체대 입시반을 편성하여 학생들의 체대 진학을 위해 힘써오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경험들이 송곡고등학교가 체육중점학교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 였을 것입니다.
체육에 소질이 있고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시행된 체육 중점학교.
올해 처음 운영되는 체육중점학교 운영이다보니 모든것이 만족스러울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운영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것 같습니다.
<서울시에서 유일한 체육중점학교 ‘송곡고등학교’>
처음 예술·체육 중점학교를 지정할 때의 취지는 ‘사교육 없이 학생들의 예·체대 진학 길을 터주자’라는 것이었습니다. 2009년 기준으로 예술·체육 계열 대학 입학생 6만 5천명 가운데 예고, 체고 졸업생은 12.2%에 불과했고 대다수는 사교육인 ‘입시 학원’을 다녀야지만 대학 진학이 가능했습니다. 교과부는 이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전국의 30개 중·고교를 예술 체육 중점학교로 지정했고 학생들을 모집했습니다.
사실 처음 체육 중점학교 얘기를 들었을 때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체대 입시 학원에서 해주는 입시 운동을 중점적으로 지도해주는 학교’ 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송곡고에 지원한 많은 학생들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해서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에서 송곡고등학교에 요구하는 체육 교육은 우리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교육청에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운동 경험과 일반 교육 과정에서는 접해볼 수 없는 스포츠 종목, 그리고 특수한 체험학습 등을 통한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바라고 있습니다. 즉, 체육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갈등이 시작된 것입니다. 우선 일선 체육교사들은 24년동안 체대 입시반을 운영해오신, 학생들의 체대 진학에 있어서는 베테랑인 선생님들입니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로 체육중점학교의 목적이 체대 진학에 맞춰져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송곡고에 지원한 학생들도 공부와 체대 입시 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송곡고를 지원했구요.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체대 입시를 위해 운동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체육 활동과 경험을 쌓아주기 위해 교육 과정을 편성해야 한다고 하는 교육청의 지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송곡고에 지원한 학생들은 접근성도 별로 좋지 못한 송곡고등학교까지 매일같이 힘들게 통학을 하면서 막상 교과과정이 자신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허탈함을 느낀다고 하네요.
물론 시행 첫 해라서 약간의 잡음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예술·체육 중점학교가 효과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이 듭니다.
교과부와 정책 연구자, 교육청, 그리고 일선 현장에서의 지속적인 합의와 노력을 통해 하루 빨리 좋은 해결책이 나오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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