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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의 조력자, ‘비디오 분석관’이 되려면?

                                              


                                          글 / 박효진 (대한축구협회 KFA 기술교육국 기술연구팀 비디오 분석관)


수영선수나 육상선수들은 0.01초라도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해 과학화된 유니폼이나
신발을 신고 시합에 임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과학은 스포츠를 강하게 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단적인 예다. 최근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비디오
분석 장면은 빠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현대 스포츠에서 비디오 분석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비디오 분석은 오래 전부터 국내 각 스포츠 분야에서 이용되어 왔지만 초기에는
단순히 비디오로 촬영한 경기 장면을 TV를 통해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비디오 분석이
체계화되기 시작한 계기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믿기지 않는 4강 진출이었다. 온 국민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히딩크호의 성공 뒤에는 여러 분야의 스포츠 과학 전문가들의 도움과 노력이 있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압신 고트비라는 비디오 분석관이었다.

고트비 분석관은 경기 장면 촬영에만 머물렀던 비디오 분석에 컴퓨터와 그래픽을 도입,
선수들의 세세한 움직임과 기술을 파악하는 기법을 가미해
큰 효과를 발휘했고, 호응도
얻었다. 이를 토대로 발전한 한국의 비디오 분석 기술은 최근 아시아를 넘어 축구 선진국
유럽 각 국가의 시스템과 견줘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축구 대표팀 비디오 분석관은 짧은 기간 소집된 각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촬영, 이들의
장, 단점을 분석해 전체적인 팀 조직력 극대화 및 전술 이해도 강화에 초점을 두고 업무를
진행한다. K-리거와 해외파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모인 대표팀에서는 선수들이 각
소속팀에서 익힌 경기 스타일을 버리고 대표팀의 스타일에 녹아들어야 최상의 전력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집기간을 마치고 시작되는 국제대회에서 비디오 분석관은
또 다른 ‘전쟁’에 나선다. 국제대회에서 한국 팀과 한 조에 편성된 상대 전력 분석 외에도
각 조 출전팀 경기 장면 촬영 및 분석, 영상 데이터 관리 등 짧은 기간 내에 수많은 분석 및
편집 업무를 담당한다. 이 때문에 훈련 장면을 지켜보다 상대팀의 항의로 장비를 회수당하거나
나무 뒤에 숨어 훈련 장면을 촬영하는 일, 취재기자를 가장해 상대의 훈련 장면을 지켜보는 등
종종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한정된 시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느끼는 피로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표현하면 어떨까? 하지만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을 돕는
축구 대표팀 비디오 분석관으로서의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일월드컵 이후 많은 관심을 받으며 성장한 비디오 분석관 직종은 많은 스포츠 마니아 사이에
유망 직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컴퓨터 활용 능력만으로
비디오 분석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해당 종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시야, 분석 능력, 비디오 및 컴퓨터 활용법, 국제대회에 나설 수 있는 회화
능력 등이 입증
되어야 비로소 비디오 분석관에 입문할 수 있다.

국내에는 전문 교육기관이 없는데다 채용 시스템 역시 걸음마 수준이라 열정을 갖고 발로 뛰어야
성취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그동안 비디오 분석관은 분석 프로그램 회사 직원
파견 채용, 은퇴 선수, 구단 관계자에게 통로가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 프로구단 및
대표팀에서 비디오 분석의 중요성을 깨닫고 분석관 채용을 늘리고 있으며, 비 선수출신
분석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필자 역시 농구 선수 출신이지만 비디오 분석에 관심을 갖고
도전한 결과 축구  대표팀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국내에서 비디오 분석관의 길을 걷는 일은 아직까지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성취란 없다. 비디오 분석관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둥지’
독자들이 자신의 열정을 기꺼이 투자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기회는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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