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지성(한양대학교)
직무교육에 대한 글에 앞서 학창시절에 학교에 계시던 운동부 코치님 혹은 체육선생님을 떠올려본다. 필자는 축구부가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었는데 일단 합숙소와 운동장만 왔다갔다하시는 축구부 코치님에 대해선 별 기억이 없다. 그리고 체육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뭘 가르쳐주셨나 생각해보면 축구공과 농구공, 배구공을 던져주면서 “알아서 놀고 시간되면 들어가라.”라는 말을 들었던 게 절반이다. 우리는 수업시간이 겹치는 다른 학년과 축구시합을 하곤 했으니 체육선생님은 한 시간에 두 반의 ‘수업’을 한 셈이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비슷비슷했다. 모든 선생님들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는 ‘체육과 공부는 별개다.’, ‘체육선생님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전국의 학교운동부지도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학교운동부지도자 직무교육’을 다녀오면서 그런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이 주관하는 이 프로그램에 운좋게 기회를 얻어 직무교육에 동행해서 일손도 거들고, 교육의 전반적인 과정을 취재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체육선생님과 운동부지도자들이 계셨다.
1. 학교운동부지도자 직무교육이란?
‘학교운동부지도자 직무교육’은 학교운동부지도자의 인성함양 및 지도역량 배양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고 체육인재육성재단(이하 재단)이 주관해 실시하는 연수이다. 전국 초·중·고 학교운동부지도자 중 경기지도자(문화체육관광부 발행) 및 중등 정교사 2급 자격증 소지자 1,300명을 대상으로 한다. 총 7차에 걸친 교육기간 동안 24개 종목의 571명의 지도자가 무사히 교육을 수료했다. 일정과 종목, 장소는 다음과 같다.
구분 일정 대상 종목 장소 비고 1차 6.27 ~ 7.3 유도(2), 양궁(2), 펜싱 순천향대학교 각 종목별 40명 정원 / (2)는 정원 80명 2차 8.1 ~ 8.7 배구, 복싱, 역도, 사이클 순천향대학교 3차 10.17 ~ 10.23 정구, 탁구, 수영(2) 금융투자교육원 4차 10.24 ~ 10.30 태권도, 카누, 체조(2), 하키 금융투자교육원 5차 11.7 ~ 11.13 볼링, 사격(2), 테니스(2) 청소년수련원 6차 11.21 ~ 11.27 육상(2), 배드민턴, 조정 청소년수련원 7차 12.5 ~ 12.11 럭비, 농구, 레슬링, 핸드볼 청소년수련원
*체육인재육성재단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학교운동부지도자 직무교육 모집 공고’라는 글의 ‘110503 학교운동부지도자 직무교육 참가자 모집 공고(안)(경기단체, 체육회)(2)’파일 내에서 발췌.
2. 직무교육의 과정과 내용
6차 직무교육(육상, 배드민턴, 조정)
필자는 6차와 7차 직무교육에 STAFF으로 참여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청소년수련원은 남한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고 서울에서 한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전국의 지도자분들이 모이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여겨졌다. 도착해서 직접 둘러본 청소년수련원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답게 깔끔하게 정돈되어있었다.
6차 직무교육 대상 종목은 육상, 배드민턴, 조정이었고 6박 7일간 교육을 받을 총 160명의 지도자분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재단은 이번 직무교육을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감수를 받아 교육과 일선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재를 제작했다. 학교운동부 코칭의 이론과 실제, 종목별 지도서, 한국체육 100년사에 강의노트를 더한 총 4개의 책자에 교육안내, 수련원약도와 생활안내 프린트, 노트북가방을 선생님들께 각각 나눠드렸다. 교육기간동안 선생님들은 이 가방을 들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7일 동안 60시간을 이수해야 되기 때문에 시간표는 상당히 빡빡한 편이다. 도착한 날부터 저녁 9시까지 교육을 받은 선생님들은 짧고 굵은 일정에 다소 당황한 듯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괜찮아지긴 했지만 식사 후 밀려오는 졸음을 깨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연신 시계를 쳐다보는 모습은 학생 때로 돌아간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식사시간과 쉬는 시간에 같은 종목과 지역별로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는 장면은 작은 동창회 같기도 했다.
교육내용은 코칭철학, 선수이해 및 교육, 능력개발, 훈련설계, 코칭과학 등으로 나뉜다.
종목에 따라 강사와 내용 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육상A반의 시간표를 첨부한다.
육상은 인원이 많아 트랙과 필드, 2개 반으로 구분되었다. 그러나 육상 전 종목을 맡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고 자신의 전문분야 외에 다른 분야의 수업도 듣고 싶다는 열정적인 분들이 계셔서 몇 차례 재편성을 해야 했다. 수업 중에서는 학생들의 최종 신체조건을 통계를 통해 조기에 판별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도구 없이 신체적 능력과 개인능력으로 승부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육상에서 타고난 신체조건과 자질은 타 종목에 비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진과 영상을 맡아 촬영을 위해 각 반을 들락날락하다 보니 종목별로 선생님들의 특성이 뚜렷한 게 흥미로웠다. 각 종목 선생님들은 그 종목의 엘리트선수 생활을 하다가 지도자가 된 비율이 많다. 육상은 기록을 단축하는 종목이어서 그런지 선생님들 행동이 뭐든지 빠르다. 출석체크하는 것과 전화가 왔을 때 뛰어나가는 속도가 압권이었다.
배드민턴도 순발력에서는 1등인 종목이라 그런지 육상선생님들과 비슷했고 조정은 팀워크가 중요한 운동이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분기였다.
위 수업에서는 타 종목에 비해 생활체육으로서 굳건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배드민턴 종목의 남모를 고민을 들을 수 있었고, 무한도전에 등장해 화제가 되었던 조정 종목의 선생님들은 “무한도전 이후로 조정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라는 강사들의 질문에 “무한도전으로 인한 관심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고 오히려 유재석의 침흘리는 모습 등 멤버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조정은 힘든 운동이다.’로 대중들의 인식이 굳어진 것 같아 아쉽다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 일방적으로 접했던 것과 실제로 일선의 지도자분들이 느끼는 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7차 직무교육(농구, 럭비, 레슬링, 핸드볼)
한 주를 걸러 다시 시작된 7차 직무교육은 무더운 여름부터 시작된 2011 직무교육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교육이었다. 가장 많은 분들이 신청한 레슬링을 선두로 키가 큰 농구, 언뜻 보기에도 단단한 체격을 자랑하는 럭비, 그리고 날렵한 몸매의 핸드볼 선생님들이 들어섰다.
레슬링 선생님들에게는 타 종목과 확실히 구분되는 신체부위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귀다. 맨몸으로 승부를 가리는 레슬링의 경우 상대방의 어떤 신체부위든지 잡아서 붙잡고 넘기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데 그때 귀가 걸린다. 돌출되어 있는 부분이다 보니 자꾸 손이 닿아 변형이 되는 것이다. 선수출신의 지도자분들께는 훈장과도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농구는 타 종목에 비해 여선생님의 비율이 높았다. 종목 특성상 키가 선수선발에 있어서 중요한데 이를 설명하는 운동역학 수업에서 활발한 질의가 이루어졌다. 스포츠경기분석 시간에도 강사와 많은 문답을 주고받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농구는 협회 차원에서 교육을 자주 실시한다고 한다.
럭비는 신체가 서로 부딪히는 격렬한 종목이다. 해외에선 인기스포츠이지만 국내에선 대표적인 비인기스포츠인데다 진흙탕에서 경기를 하는 열악한 환경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선생님들은 주로 럭비가 발달한 외국의 자료와 사례를 연구하기 때문에 외국의 스포츠사례를 소개하는 수업내용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원어민 영어교사와 함께 럭비선수들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전북 익산의 최인수 선생님의 신선한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럭비가 생활화되어있는 북미나 호주권에서 대부분의 원어민 교사가 온다는 점에서 참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원어민 선생님이 영어 외에 타 과목, 특히 체육 수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못했었는데 종목에 대한 이해와 영어실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레슬링은 전통적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둬들이는 효자종목이었다. 하지만 최근 메달성적이 썩 좋지 않고 학생들의 지원이 줄어 저변이 점점 축소되는 것에 불안감을 나타내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엘리트체육의 성과에 이리저리 영향을 받지 않는 튼튼한 생활체육저변을 만드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되는지에 여러 의견이 오고갔다.
핸드볼 반에서는 달리고, 던지고, 뛰고, 넘어지고 구르는 종합운동으로서 핸드볼의 가치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어린이의 성장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팀플레이를 통해 협동심을 길러줄 수 있는 유익한 운동이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했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기 위해 필요한 최소인원 7명을 다 채우기가 힘든 현실이 안타까웠다.
3. 직무교육 그 후
7차 직무교육을 끝으로 올해의 직무교육은 모두 종료되었다. 재단은 수료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위해 취합한 2개의 설문지를 통해 선호과목, 선호강사, 교육의 전체적인 양과 질, 좋았던 점과 개선할 점을 도출해 평가, 보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더 개선된 직무교육을 준비하게 된다.
선생님들은 이론보다 실기수업을 선호하고 늘려달라는 의견이 많았으며 스포츠테이핑, 스포츠심리 수업을 좋았던 과목으로 꼽았다.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선생님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 같다. 또한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의 실정과는 맞지 않아 현장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고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각 종목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과목 특성에 맞춘 교육을 받고 싶다는 의견은 선호과목과 선호강사 설문에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조정 반에서 운동생리 강의를 맡은 박성률(독일 콘스탄츠대) 선생님과 통합강의로 코칭윤리와 선수인권을 강의해주신 오광진(복지대학) 교수님은 각 분야의 엘리트선수로 활동하셨던 경험을 토대로 지도자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강사님들이 주로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연구원에서 연구하시는 분들이시다 보니 현장의 지도자분들과 어쩔 수 없는 거리가 생긴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훈련성과의 측정평가같은 과목에서 조정 선생님들은 바람의 세기와 방향, 물살의 세기와 방향, 비가 오는 등 날씨의 변수가 큰 종목에서 기록측정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의견이었고 강사분들은 그래도 차근차근 측정을 해 나가면 누적되었을 때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입장에 서 있었다. 일선의 지도자는 이론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연구자들은 현장의 상황을 직접 몸으로 겪어보는 기회를 가지면 서로간의 이해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다.
'재단이 진행하는 이 사업은 교육비 전액을 국고에서 지원하는 만큼 내실있는 교육이 되어 마땅한 보수교육이 없던 학교운동부지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육을 수료한 선생님들은 재단에서 개설한 E-Nest 커뮤니티(http://nest.or.kr/m7/sub061.asp)에서 강의자료와 교육사진을 내려받아 언제든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열공하는’ 지도자 밑의 선수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학교운동부지도자가 마냥 훈련만 시켜서 메달만 따오면 끝나는 시대는 지났다. 선수로서 갖춰야 할 기능적인 면뿐 아니라 학생이자 청소년으로서 받아야 할 진로와 심리 상담까지 책임져야하는 코치 및 체육선생님들이 얼마나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지 이번 교육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직무교육을 수료한 지도자분들이 만들어나갈 멋진 선수들과 재미있는 체육수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