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미숙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2011년 7월7일 새벽, 멀리 남아공 더반에서 전해진 낭보의 순간을 스포츠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지켜봤다. IOC위원회 자크 로게 위원장이 “푱~창”을 외치는 순간 더반으로 달려갔던 우리 임원단과 응원단 그리고 교포들이 만세를 외쳤다. 환청이었는지 모르지만, 발표 순간 집주변 아파트에서도 동시에 함성이 울려 퍼졌다. 온 국민이 외치는 마음의 소리였을 것이다.
2002년의 월드컵개최지가 발표되는 순간이 떠올랐다.
쉽지 않은 세 번째 도전이었기에 감동과 기쁨은 더 컸다. 선진국의 전유물인 것처럼 치부되던 동계 스포츠 제전을 빙상 역사 60년 만에 마침내 개최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5대 스포츠 행사 중 월드컵, 하계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리에 마쳤고,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개최하게 되었으니 이제 명실공히 스포츠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평창 유치는 우리 민족의 끈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한 판이었다.
그런데 대회를 유치하고 나니 여러 가지 파열음이 들린다. 주장의 방향은 여러 가지지만, 대회 개최 후 그 후유증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부정적인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는 입장은 일본의 나가노 올림픽과 캐나다 벤쿠버 올림픽의 경우를 예로 들며, 그들의 재정 적자 문제에 대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다. 반면 긍정적인 점에 주목하는 입장은 릴레함메르(1994)나 토리노(2006)를 예로 든다. 릴레함메르는 당시 인구 2만 명이 조금 넘는 산골이었지만 4천억 이상의 흑자와 올림픽 이후 세계적인 관광지로, 토리노는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몇 년 동안 이탈리아 국내 총생산과 고용이 연평균 0.2% 증가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우리의 평창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예측이 나오고 있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전제이지만, 일부 민간 연구소에서는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에 따른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최대 64조원으로 전망하고 있기도 하고, 일부 관광업계에서는 관광 산업 파급 효과 액만으로도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예측이고 기대이다.
(문제는 성공과 실패의 트랙이 우리의 선택과 준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만 모든 문제를 볼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향후 100년 뒤의 한국 지형을 큰 그림으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경제적 파급 효과니 지역 균형 발전이니 하는 부분적 가치에 매달리지 말고, 올림픽 기반 시설 준비를 계기로 우리의 미래에 투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원주-강릉간의 철도나 제 2영동고속도로 및 동서고속도로 건설, 양양 국제 공항 활성화를 통해서 얼마의 이익을 남겼느니 하는 부분적 이해에서 벗어나 향후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적 토대를 닦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시설이 남겨질 것이고,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도 뒤따를 것이다. 대한민국의 동계 스포츠 저변도 확대될 것이다. 이것은 가시적인 것들이다. 이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동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게 되고,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지며, 우리와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 껏 드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2002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구체적인 경제 효과가 얼마였냐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경제적인 것은 일부다. 아마도 한국의 붉은 악마와 한국 사람들의 열정적인 모습, 그리고 그것을 온 세계가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의 핵심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정 우리가 바라는 평창 올림픽은 알펜시아의 아름다움이, 평창의 눈과 어우러진 한국의 자연 미가 스포츠 정신과 함께 온 세계의 가슴을 두드리게 되기를 바란다.
2002년 월드컵이 평창과 교차 되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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