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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스포츠산업에서 네거티브 규제에 대하여

스포츠산업에서 네거티브 규제에 대하여

조승오 기자





1946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이 개발되고 50년 만에 개인용 컴퓨터가 보편화됐다. 직장생활부터 여가생활까지 모든 것이 바뀌었다. 2007년 스마트폰 아이폰이 출시됐다. 이후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까지는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빠른 변화 속에 뒤떨어진 규제가 산업의 발전을 막고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자신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기업은 100마일의 속도로 달리는데 규제제도는 25마일”이라고 했다.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규제에 가로막혀서 하지 못한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하려는데 절차대로 하지 않으면 계획을 승인해줄 수가 없다고 한다. 규제 때문에 산업발전이 지체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산업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 방식 도입이 있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은 금지되는 사항을 정해놓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허용하는 형태의 규제다. “이런 행동은 할 수 없어. 대신 나머지는 다 해도 돼”와 같은 형태가 네거티브 규제의 예다. 이와 반대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은 허용되는 사항만을 정해 놓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금지하는 형태의 규제다. “이런 행동은 돼. 나머지는 다 안 돼”가 포지티브 규제의 예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은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 비해 기업의 자율성과 영업의 자유를 보장한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포지티브 방식보다 행정청에 의한 제한이나 수범자의 행위에 대한 제약이 적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규제는 최소한의 금지사항만을 설정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김으로써 산업이 자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올해 2월 17일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스포츠산업, 공유 경제를 포함한 서비스산업과 농림·어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스포츠산업의 경우 2014년 기준으로 관광산업의 1.6배에 달하는 큰 시장이고, 여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앞으로도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산업이다”며 “스포츠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인프라 확충과 함께 민간의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스포츠산업에도 제조업 투자에 상응하는 재정, 세제 지원을 제공해서 민간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스포츠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성장 동력을 찾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스포츠산업에도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 서비스산업에서 네거티브 규제 방식 도입은 포지티브 규제에서 발생하는 산업 발전 동력의 저해를 해결할 수 있다. 규제개혁 선진국인 미국, 영국에 이어 지난해부터 중국도 ‘정해진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 형태로 산업규제 방식을 바꿨다. 규제의 존재 이유는 산업발전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규제 때문에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규제의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서 네거티브 규제 방식 도입해야 한다.





최근 야구장에서 맥주보이 허용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국세청은 야구장에서의 이동식 맥주 판매가 식품위생법과 주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전달했다. 실제로 잠실, 사직, 수원 구장에서는 맥주보이 영업이 중단됐다. 야구계와 팬들은 반발했다. 지나친 규제가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자 4월 21일 식약처와 국세청은 프로야구장에서 생맥주를 판매하는 행위를 허가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식약처는 야구장을 불특정 장소가 아닌 ‘넓은 영업장’으로 해석하고 ‘맥주보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세청도 이를 받아들였다. 김국현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주세법에 따르면 식품위생법상 영업허가를 받은 업자가 세무서에 신고할 경우 주류판매면허를 자동으로 받을 수 있다”며 “식약처 판단을 근거로 맥주보이를 허용하기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맥주보이 허용여부 논란은 스포츠산업에서 포지티브 규제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스포츠산업에서 식음료산업은 매우 중요하다. 시설(경기장)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프로스포츠산업의 경우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식음료산업은 각 구단의 문화를 반영하며 팬들에게는 만족감을 주고 구단에는 수익을 창출하는 기본적인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프로스포츠산업이 발전한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맥주는 물론 핫도그나 도시락도 이동 판매를 허용하고, 판매 품목과 방법에서 구단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자율성을 준다. 불필요한 규제로 산업의 발전을 막지 않는다.






미국에서 야구는 19세기부터 인기있는 스포츠였다. 1869년 최초의 프로야구팀인 신시내티 레드 스타킹스가 창단됐다. 이후 약 90년 동안 야구장의 규격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야구장의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담장까지를 최소 98m, 중앙 담장은 122m로 정한 규정은 1958년이 돼서야 만들어졌다. 구단은 각자의 환경에 맞게 경기장의 형태를 달리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는 부지형태 때문에 왼쪽 담장 거리가 오른쪽보다 훨씬 짧다. 이를 감안해 담장 높이를 11m로 높였다. 각 구단의 환경에 맞는 다양한 디자인의 야구장이 지어졌다. 199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외야를 낮게 설계하고 관객과 선수의 거리를 좁혔다.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관중 친화형 경기장이 등장했다. 현재까지도 미국의 야구장은 각자 지역 환경에 맞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디자인의 야구장 그 자체가 흥행요소이면서 상품이 됐다. 제도와 규제로 모든 것을 획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했다. 스포츠산업에서 네거티브 규제의 필요성이 드러나는 사례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에 맞춘 대처가 필요하다. 적절한 규제를 상황별로 만들 수가 없다면, 정말 필요한 규제만 두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나머지는 허용하는 결정도 좋다. 서비스산업에서의 자율성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실행과 이를 통한 가치 창출의 밑거름이다. 국내 스포츠산업이 유례없는 사업 아이템을 만들기를 원하는가? 색다른 흥행거리를 창출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산업발전을 붙잡고 있는 끈을 느슨하게 놓아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