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는 스포츠 민족주의에 대해

                                                                                  글 / 조성식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영화 [300]는 기원전 5C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라는 작은 도시 국가의 300명의
최정예 용사가 자신의 국가를 위해 결사항전의 모습으로 거대한 페르시아의 침략에
맞서서 싸우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고대 사회에서 스포츠는 오늘날의 역할과
의미와는 다르다. 사회적 기능이 미분화된 상태에서 스포츠는 군사적 기능으로 또는
종교적 의식의 형태로 존재하여 오늘날처럼 대중의 오락 수단으로서 또는 여가 형태로의
기능은 미약했다.

영화 [300]에서 고대 스파르타인들은 갓 태어난 남자 아이들의 신체적 건강 상태를 감별하여
허약해 보이는 아이의 경우 가차 없이 버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건강해 보이는 아이들
가운데 선별하여 신체를 단련시키고 전쟁 기술을 익혀 강한 '스파르타'인을 키우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스포츠가 존재하였다. 남자 아이들을 용맹스런 전쟁투사로 만드는 과정에서의
스포츠인데 이는 바로 스포츠 국가주의(sport nationalism)의 형태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이오니아족들이 반도 각지에 흩어져 자치 도시 정부를 만들었는데
스파르타도 그 가운데 하나의 국가였다. 그래서 민족적 개념보다는 작지만 국가적 개념이
더 우선적이었고 이러한 의미에서 스파르타의 스포츠는 국가주의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힘에 의한 원시적 전쟁을 펼쳤던 고대 사회에서 스포츠는 국가의 군사력 강화의 요소였으며,
스포츠의 강함은 국가의 힘을 바로 나타내는 상징으로 존재하였던 것이다.

      

스포츠가 훌륭한 전사가 되는 과정의 필수적 요소였던 고대 스파르타에서처럼 많은 고대 그리스
도시 국가들에서 스포츠는 그들 국가의 힘을 나타내었다. B.C 776년부터 4년마다 모든 도시
국가가 참여하는 스포츠 제전이 열렸는데, 이 기간 동안 서로 간의 전쟁을 금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스포츠 제전은 여러 도시 국가를 통합하는 기제로 작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도시 국가 간 스포츠 국가주의적 전개가 강화되어 스포츠 경기에서의 승리를 자기
국가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과시하여, 국가 간의 라이벌 경쟁의식과 반목을 고취시켰던 것이다.

특히 이러한 스포츠 제전에서 승리한 선수들에게 많은 도시 국가에서 물질적 보상을 실시한 점은,
도시 국가 간의 역학 관계에서 스포츠의 정치적 의미를 보게 된다. 한편 스포츠 제전을 통해
동족 의식을 생성하고 일시적 통합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지만, 그리스 전체가 하나의
통일된 국가를 형성하지 못하고 끝끝내 도시 국가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점에서 이들
도시 국가 간의 스포츠 제전에서 '스포츠 국가주의'가 크게 작용했음을 보게 된다.
 


스포츠 국가주의와 스포츠 민족주의는 '스포츠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는 격언에서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진다. 2500년 전 인류의 하나의 문명 축이었던 에게문명에서도 스포츠는
사회적, 정치적 상징체계의 하나였다. 그래서 그들 문명사회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정치적
선전 도구로서 그리고 부국강병의 수단으로 스포츠를 이용하였으며, 이러한 스포츠의
정치적 기제는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더욱더 교묘히 이용되고 있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