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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올림픽 메달과 노벨상 : 신체적, 지적 탁월함에 존경을~

                                                                                           

                                                                                                글/ 안용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탁월성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남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 즉 ‘타인과 비교하여 한 개인이
최상의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또는 ‘덕이 있는’, ‘선량한 의무를 다하는’ 등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레테(aretē)의 의미를 덕, 탁월성이라고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철학사전에서의 탁월성의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리스어 aretē는 “‘남성적인 힘’을 뜻하는 라틴어 virtus를 의미한다. 이 말은 ‘남자’ 또는 ‘인간’을
뜻하는 라틴어 vir에서 유래하였다”(이정우 역, 2006: 71). 또한 aretē는 “자기 자신을 교육시켜
인간적으로 탁월한 인격으로 만들려는 이상(임홍빈, 김종국, 소병철 역)”이라고 정의된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상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4가지의 aretē는 지혜, 용기, 절제, 정의라고
주장하였으며, 매킨타이어는 aretē란 “훌륭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며, 그가 발휘하는 것(김민철 역, 2004)”이라고 정의하였다.
 
고대그리스 신화에서 탁월성의 개념은 호메로스(Homeros)가 지은 서사시인 『일리아드(Iliad)와
오딧세이(Odyssey)』에서 헤라클레스의 탁월함에서 찾아볼 수 있다. “헤라클레스(Hercules)는
네메아(Nemea)의 사자를 맞아 맨손으로 목을 졸라 죽이고 어깨에 메고 돌아온다”,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히드라를 곤봉으로 쳐서 떨어뜨리고 불사의 머리를 큰 바위에 파묻었다”, “헤라클레스는 영웅 중에
영웅이고 거대한 힘을 지닌 사람이며, 죽음 이후 신격화되어 영광스런 올림피아 신들 중에 한 명이
되었다” 등을 볼 때, 당시의 그리스인들은 신들만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인간이 해냄으로서 ‘탁월성’의
개념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의지를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지적인 aretē’를 설명하였는데, 즉 “지적인
아레테(aretē)는 교육의 결과이며, 이것은 경험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하였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Ⅰ권에서 신체의 아레테(aretē)는 구체적으로 ‘건강’, ‘미’, ‘강함’,
‘크기’, ‘운동 경기에서의 능력’으로 5가지를 명시하였으며, 이것은 자연적인 신체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신체의 아레테(aretē)를 의미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인간의 탁월함, 즉 아레테(aretē)는 어떤 것에 능함, 뛰어남, 훌륭함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탁월함의 보상으로서 획득할 수 있는 ‘올림픽 메달’과 ‘노벨상’에
대하여 그 의미와 가치를 상기시켜 보자는 것이다.
 ‘올림픽 메달’은 건강, 미, 강함, 크기, 운동 경기에서의 능력 등을 상대와 겨루어 획득할 수 있는
신체의 아레테(aretē)로써, 운동선수들에게는 1896년 그리스 아테네로부터 시작되어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이 가장 받고 싶은 상일 것이다.

 지난해 한국 야구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함으로써 온 국민들은 한국 야구의 저력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또한 수영 400m에서 박태환 선수가 경쟁자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하자
국민들은 우리나라 수영에서의 첫 번째 올림픽 메달을 축하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금메달 수여자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박수를 보내며 환호한다. 그러나 메달리스트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존경의 대상이 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에,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베르나르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그 유산을
기금으로 하여 전년도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에게 매년 수여하는 상이다. 즉 노벨상은
문학, 평화, 물리학, 의학, 화학분야의 우수성을 평가해 수여되는 국제적인 상으로써 그 명성과
권위에서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노벨상은 인류사회에 공헌한 사람들에게 개인의 아레테를
높이 평가받아, 아레테(aretē)의 결과로서 받을 수 있는 상이다. 우리나라는 전직 대통령의 ‘평화상’
이외에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아직 한 개도 받은 바가 없다.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상은 이제
한국인들에 염원이 되고 있다. 
 
물론 ‘올림픽의 메달’과 ‘노벨상’의 가치를 단순히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탁월함에
대해 세계 최고의 보상이라 할 수 있는 신체의 아레테인 ‘올림픽 메달’과 지적인 아레테인 ‘노벨상’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즉 서양의 심신이원론을 바탕으로 하는 관념론적 사상에 비추어
볼 때, 신체의 아레테는 지적으로 높은 가치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생각과 육체는 정신의 지배를
받는다는 정신적 우위의 잘못된 사상으로 말미암아 오늘날까지도 우리들에게 신체의 아레테인
‘올림픽 메달’과 지적 아레테인 ‘노벨상’의 격이 횡적 개념이 아닌 종적 개념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탁월성을 인정하는 신체의 아레테인 ‘올림픽 메달’과 지적 아레테인 ‘노벨상’ 모두 세계최고의
상으로 인정하여 그들에게 박수와 존경을 표해야 할 것이다. 전자가 신체적 탁월성이기 때문에
지적으로 낮게 보는 사회의 인식이 사라져야 할 것이고, 후자가 지적 탁월성이기 때문에 신체보다는
정신우위로 보는 사회 인식 또한 사라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신체의 탁월성과 지적인 탁월성을 상하의 개념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올림픽 메달과
노벨상 모두는 인간의 잠재성을 개발하여 열정과 노력, 인류에 대한 공헌, 그리고 세계 최고의
상(賞)이라는 희소성의 가치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당당히 신체의 탁월함과 지적 탁월함을
발휘한 수상자들에게 우리는 동등하게 아낌없는 박수와 존경을 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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