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대통령 후보의 體育觀(체육관)

 

 

글/하남길(경상대학교 교수)

 

 

          국민 여러분! 나는 대통령으로서 체육과 스포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체육과 스포츠는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은 명료한 진리입니다. 국가와 민족의 장래는 국민성에 달려 있고, 역동적인 국민성 함양에 체육과 스포츠 문화가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정부는 21세기 버전의 새로운 체육진흥운동을 전개하고 체육교육과 국민생활체육의 강화를 위해 역동적인 국민성 함양 운동을 펼쳐 갈 것입니다.

 

 

 

어느 대통령의 연설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꾸며진 글이다. 그러나 꾸며진 이 연설문 속에 역사적 진실이 담겨 있다. 1831년 영국 민속학자 스트럿트는 “특정 국가의 국민성을 정확히 평가하려면 그 국민의 생활 속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스포츠와 오락을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그의 저서 서문 첫줄에 나오는 이 말에는 스포츠가 국민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국민성은 국가 장래를 결정하는 잠재적 요인이며, 서구 선진국들은 체육진흥과 스포츠 활성화 정책을 통해 국민의 역동성을 일깨워왔다.


19세기 독일의 체조운동, 튜른베베궁(Turnbewegung)은 게르만의 기질 강화를 위한 일종의 사회운동이었다. 영미 스포츠의 확산에 결정적 영향을 준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의 ‘강건한 기독교주의 운동(Muscular Christianity Movement)’은 ‘남성다운 기독교인(manliness Christian)’, 즉 청소년의 남성성(manliness) 강화 운동이었고, 남성성 강화를 위해 각종 팀 스포츠가 장려되었다. 서구의 국민 스포츠 교육 운동에는 적자생존이라는 사회진화론 인식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었으며, 영국인의 강인함, 투쟁적 근성, 단결심(team spirit)을 상징하는 럭비풋볼과 조정(rowing), 크리켓 등은 남성다운 스포츠의 대명사였다. 미국의 아이스하키나 농구, 미식축구 등은 미국문화국가주의(Americanism)와 개척정신을 상징하는 스포츠로 발달되어왔다. 통합적으로 역동성의 상징이다.

 

체육과 스포츠 활동이 역동적인 국민성을 길러주는 중요한 교육이요, 문화라면 대통령도 체육과 스포츠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1906년 루즈벨트(T. Roosevelt)대통령의 모습은 미국 대통령의 폭넓은 체육 가치관을 보여주는 예이다. 초창기 대학 미식축구는 너무 거칠고 격렬했다. 경기 중 부상자는 물론 사망자까지 속출하자 미국 사회에 대학미식축구 존폐 논쟁이 격화되었다. 병약한 몸을 스포츠로써 연마해 가며 하버드 대학을 마쳤던 루즈벨트는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 대학총장을 초청한 ‘백악관축구회의’에서 “용기․인내․신체적 숙련을 위해 청년들에게 거친 스포츠도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논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루즈벨트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역동성을 길러줄 거친 스포츠도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은 지나친 숭문사상(崇文思想)의 팽배로 신체 문화를 천시하게 되면서 국민의 역동성은 약화되었다. 체육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시점은 일제식민지 그림자가 드리운 이후였다. 1906년 최창열은 태극학보(太極學報)를 통해 세계의 문명화된 나라들은 교육에 체육을 도입하여 활발(活潑)한 기력(氣力)을 양육(養育)하였으나 우리는 100여년 이래로 교육의 큰 방침이 문예에 치우쳐 허약한 신체와 기력이 쇠진하여 국권상실의 위기상황에 놓였으니 우리 독립의 기초는 국민에게 체육을 권고함에 있다고 했다. 알긴 알아 다행이었으나 시점 상으로 도둑맞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대한민국에 역동성이 살아난 것은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의 등장 이후였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슬로건이 나왔고, 국민체조 보급, 체육주간 및 체육의 날 제정 등 다양한 체육진흥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되었으며, 이러한 체육진흥운동은 국민의 역동성을 일깨웠고, 그 역동성이 한국 근대화의 추진력이 되었다.

 

미래 세계도 역동적인 국민성을 갖춘 국가의 세계가 될 것이다. ‘체력은 국력’이란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21세기 체육진흥운동의 캐치프레이즈로서는 적절치 않다. 체력도 국력의 기반이지만 ‘역동적인 국민성이 국력의 더 큰 국력의 기반이며, 역동적인 국민성 함양을 위해 투지, 인내, 용기, 모험을 필요로 하는 거친 스포츠를 포함하는 다양한 국민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적극 장려하고, 체육진흥운동의 방향을 ”스포츠를 통한 역동적인 국민성 함양 추구(The Pursuit of Dynamic Nationality Cultivation through Sport)“로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 후보들의 체육 가치관은 어떤 것일까? 아마 대한민국 미래의 대통령이 루즈벨트처럼 뚜렷한 체육관(體育觀)을 지닌 인물이라면 대한민국의 역동성은 더 강화될 것이며, 우리 민족의 희망도 더 커질 것이다.

 

 

참고문헌
태극학보 1906. 12. 5
하남길(2007). 국민체육진흥운동의 방향 설정에 관한 시론. 한국체육학회지 46(1). 1-20.
李學來(1990). 韓國近代體育史硏究 서울 : 지식산업사. 39.
Lucas, John A. & Ronald A. Smith(1978). Saga Of American Sport, Philadelphia : Lea & Febiger.
Dunae, P. A.(1975). “British Juvenile Literature in Age of Empire : 1880~1914”, Ph. D. Thesis, Department of History, Victoria University of Manchester. 243.
Mechikoff, Rovert A. & Steven G. Estes.(2003), A History and Philosophy of Sport and Physical Education, New York : McGrowHill.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