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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우리 상황에 맞는 학교체육교육과정이 개발되어야 한다

 

                                                                        글/이태구(부천 상동고등학교 교사)

‘미국의 학교체육’

2011년 3월 미국체육학회 학술대회가 샌디에고에서 열렸다. 필자는 영상평가의 양호도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참석했고, 미국 대학의 다양한 체육학 전공 교수들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자연스럽게 미국의 학교체육 상황에 대하여 듣게 되었다. 2011년 3월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중등학교에서 체육이 필수인 주는 7개 주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주에서는 체육수업이 없단다. 즉 중등학교에는 체육교사가 없는 것이다.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매일 체육(daily sports) 형식으로 거의 모든 주에서 체육 수업이 이루어지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중학교 수준으로 올라가면 학교 정규 수업에 체육 과목이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익히 방송이나 지인들을 통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많은 학생들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방과 후 스포츠클럽 활동에 참여한다.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평가지표가 되기 때문에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은 더욱 스포츠클럽에 집중한다. 주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고등학교 수업도 보통 2시에서 3시 사이에 마친다고 한다. 그리고 스포츠클럽 활동을 한다. 스포츠클럽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으나 사설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 사설로 이루어지는 클럽들 중에는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선수들을 배출하는 클럽들이 많이 있어서 그 위상이 매우 높다고 한다. 예를 들어, LA올림픽 육상 4관왕인 칼 루이스도 한 육상 클럽에서 배출한 스타이다. 이 육상 클럽은 한때 미국 올림픽 400M 계주팀의 선수를 2명이나 배출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미국의 중, 고등학교에 문서상의 체육교육과정은 의미가 없다. 체육수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스포츠교육학 박사학위자 중에 교사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교사라고 한다. 정작 우리의 초등체육 상황에 비교하면 참 다른 상황이다. 물론 미국과 우리는 교사의 선발부터 그 제도가 매우 다르다. 필자의 파악한 바로는 미국 사회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매우 월등한 학생들이 교사가 된다. (미국 사회에서 안에서 제기되고 있는 교사의 질 문제는 그 실상을 들어보면 정말 심각하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스포츠클럽 활동은 선택이지만 필수처럼 행해지고 있다. 학생들의 건강, 사회적 관계, 건전한 여가 활동 그리고 대학입시 등 다양한 이유들 때문에 미국 학생들은 학창 시절에 스포츠 활동에 열중한다. 

 


‘변화중인 우리의 학교체육 상황’

2012년 2월 교과부에서는 학교폭력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정규교과시간에 편성하고 중학교 수업시수를 4-4-4로 한 것이다. 교과부에서는 스포츠클럽을 도입할 처음부터 선진국들이 스포츠클럽을 활동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홍보하였고, 이 제도의 당위성을 부각하였다. 그렇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선진국들이 운영하고 있는 학교스포츠클럽 제도는 우리와 큰 차이점이 있다. 그들의 스포츠클럽은 학교스포츠클럽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우리처럼 학교스포츠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학교교육과정에서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스포츠클럽이지 학교스포츠클럽이라는 이름도 없다. 물론 각 나라마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은 지방자치화 되어 있어서 각 나라마다 그 안에서 주마다 상황이다 다르다. 그래서 학교스포츠클럽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 영향력이 큰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스포츠클럽 운영이 역사적으로 사설 스포츠클럽에서 발전하여 왔다. 그래서 학교체육교육과정이 방과 후에 이루어지는 스포츠클럽 활동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이들 나라들의 학교체육교육과정은 체육수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와 관련된 내용들로만 채워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이제 스포츠클럽 활동은 학교 교육과정 안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 2012년 1학기부터 이미 중학교는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포함하여 각 학년당 4단위의 체육 수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2월에 갑자기 공문이 학교에 와서 학교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스포츠클럽 활동은 이제 선진국처럼 입시에도 반영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선진국의 그것과 다르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의 체육교육과정은 스포츠클럽 활동까지 포함한, 즉 체육수업만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이 아니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체육활동 모두를 포함한 교육과정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상황에 맞는 새로운 체육교육과정은?’

‘학교 운동부 제도’만 해도 우리나라의 특수한 제도이다. 선진국의 운동부 운영은 이미 우리와 너무 다르다. 이미 학교 운동부 운영은 체육교사의 필수적인 업무가 되어온 지 오래지만, 우리 교육과정에서는 언급이 전혀 없다(물론 따로 계획이 세워지고 운영되어지지만 말이다). 우리의 다양한 학교체육제도들, 즉 스포츠클럽, 토요스포츠데이, 운동부 운영 등 이 모든 것은 선진국과 달리 학교 교육과정에서 구현되어져야 한다. 그래서 학교체육교육과정에 이 모두가 포함되어 연구되어지고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 중에 체육수업은 핵심이지만 전체는 아니다. 예를 들어, 체육수업은 스포츠클럽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스포츠클럽을 도입하는 목적과 학교교육에서 체육이 교과로 존재해야 하는 목적이 서로 상충되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처럼 학교 수업에만 국한되는 체육교육과정은 우리의 학교체육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들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선진국의 학교들은 정말 체육수업만 고민하면 될지 모른다. 학교 운동부 제도, 스포츠클럽, 주5일제도 이제 우리의 학교 제도에서 정착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교육과정만 보면 학교체육교사들이 해야 할 모든 것들이 정리되고, 학교의 학생들 속에서 체육교사는 어떤 일을 하는 그 정체성이 드러나는 교육과정을 상상해 본다. 그래서 필자의 후배들은 대학에서 체육교사로서 준비해야 할 내용들을 다 배우고 교사가 되는 것은 나의 욕심일까? 내가 교육과정을 열심히 배우고 학교 현장으로 왔지만, 학교 현장에 오니 체육교사로서 해야할 일의 대부분은 현장에서 배우게 되는 그런 대학 교육의 경험을 나의 후배들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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