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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우리가 뛰고 달릴 수 있는 권리를 빼앗지 마세요!

 



글/임성철(원종고등학교 교사)

 
학교체육을 황폐화시키는 커다란 두 개의 쓰나미가 이 땅의 교육 현장을 쓸고 지나갔다.

첫 번째 쓰나미는 체육, 음악, 미술교과의 평가방식이 우수, 보통, 미흡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개편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체육, 음악, 미술교과는 학교 교육의 평가시스템에서 철저하게 배제당하고 말았다. 때로는 체육수행평가를 보면서 평가를 봐달라고 학생들에게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수행평가를 한 번 더 시도해보라고 하면 어떤 학생들은 괜찮아요. 저는 대학 가는데 체육점수 필요가 없어요. 그냥 그대로 적어주세요.” 이러한 고등학생들을 학교현장에서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학생들이 체육교과를 외면하도록 나라가 앞장 선 꼴이다. 이러한 국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 체육의 슬픈 현실을 나는 블랙 코미디(Black Comedy)라고 표현하고 싶다.

두 번째 쓰나미는 수많은 학교에서 체육교과가 집중이수제에 적용을 받게 되면서 청소년들의 체육활동이 절름발이식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체육수업은 지속적으로 주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이렇게 학교체육이 황폐화되고 있는 상황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은 대학의 철저한 무관심이다. 학생들의 체육, 음악, 미술교과 내신 성적은 대학에 진학하는데 영향력이 미미한 교과로 전락되었다. 대학의 신입생 선발 제도는 음악, 미술, 체육교과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면서도 미래의 건강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이라고 광고하는 대학들을 보면 너무도 답답하다. 심지어 체대생을 선발하는 대다수의 체육관련 학과에서 신입생을 선발할 때 체대준비생들의 내신 성적에서 체육교과가 배제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극소수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언어, 외국어, 수학, 과학, 사회교과 중심으로 내신 성적을 산출하는 것이다.

                              - 필자와 함께 체육수업시간에 농구시합을 하는 고3 학생들 -

* 집중이수제와 체육교과 집중이수제 적용이란?

올해부터 2009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일선학교에서는 국수 편중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고등학교에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학교 자율로 과목별 수업시수를 최대 20%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일선의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입시에 연관성이 큰 국수의 수업시간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서 국수이외의 교과목의 수업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거나 3년에 걸쳐서 배우지 못하고 2-3 학기에 교육과정을 속성으로 마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 체육수업의 위축은 이미 충분하게 예견된 일이었다.

집중이수제 체육교과적용으로 건강하고 활기차게 자라야할 청소년들이 교실 안에 학업의 부담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필자는 고등학교 청소년들이 체육교과 집중이수제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 지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서 체육교과 집중이수제를 경험했던 필자하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12개 반중에서 두개 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아래의 질문으로 서술식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 축구경기를 하기 전에 선전을 다짐하는 남학생들과 발야구를 하는 여학생들 -

질문. 체육교과가 집중이수제의 적용을 받아 매학기에 2시간씩 실시했던 체육수업을 한 학기에 4시간 실시했던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체육교과 집중이수제를 경험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다양한 대답들

- 1학기에는 일주일에 4번의 체육수업을 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2학기에는 체육수업이 없어지고 교실에만 있는 것이 좋지 않았다.

-  - 한마디로 별로다. 솔직히 나는 체육을 좋아하는 학생은 아니다. 그렇지만 하루 중 내가 활동적인 운동을하는 유일한 시간은 학교 체육수업시간뿐이었는데, 한 학기에 몰아서 하고 나니 교실에 있는 시간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나의 체력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  - 내가 더 건강해질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권리와 시간을 빼앗긴 것 같다.

-  - 체육을 하면 잠이 깨서 체육 다음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 2학기에는 체육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수업시간에 존 적이 1학기 때보다 많아졌다.

-  - 체육선생님과 막 친해지는 단계에서 체육수업이 없어지니까 다시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  - 우리는 공부에 스트레스가 많다. 체육수업시간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는데, 집중이수제로 제대로 된 운동 한번 못했다. 성장기인 고등학생에게는 굉장히 나쁜 제도라고 생각한다.

-  - 체육수업을 4시간 하면서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늘어난 일반 교과 수업시간과 어려워진 수업내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체육수업시간에 해소할 수 있었다.

-  - 체육교과 집중이수제로 1학기 때에는 주 4시간을 해서 기분이 좋았지만, 1학기가 끝나갈 때즈음에는 체육을 못한다는 아쉬움이 컸다.

-  - 1학기에 체육수업을 할 때만해도 학급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체육수업이 있는 날에는 몸이 가볍고 마음도 즐거웠다. 또 체육을 통해 친구들과 더 친해졌고 협동심도 기를 수 있고 스트레스도 풀어서 다른 과목 수업에 더 집중이 되었다. 그러나 체육수업이 없어지면서 학교생활에 대한 의지가 없어져 버렸고 게을러졌다. 수업시간에 조는 일이 많아졌고 스트레스도 더 쌓였다.

-  - 체육대회가 포함된 학기에 체육수업이 없는 학급은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어려웠다.

-  - 교내스포츠클럽대회를 진행될 때에 체육수업이 없는 반은 불리했다.

-  - 1학기에만 체육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2학기에는 운동할 시간이 없어졌다. 차라리 일주일에 적게 하더라도 1년 동안 꾸준히 체력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 체육수업을 안했던 1학기에는 집중이수제가 싫었지만, 지금 2학기에는 체육을 일주일에 4번 있어서 너무 좋다. 1년 동안 계속 체육수업을 일주일에 4번 했으면 좋겠다!

-  - 한 학기에 체육을 몰아서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 같고 다른 학기에는 체육을 못하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

-  - 국가에서 학생들의 수업부담을 줄여주려고 집중이수제를 실시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시험범위가 많아져서 심화된 학습을 하지 못하고 있고 1년에 배울 내용을 한 학기에 몰아서 수업을 받게 되면서 학생들은 더 큰 부담으로 시달리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고등학교 역시 올해 체육교과 집중이수제를 1학년이 적용을 받고 있다. 1학기에 이것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했고 다행히 다른 교과 선생님들의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었고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께서 최종적으로 체육교과는 집중이수제에서 배제하기로 최종결정이 내려졌다. 비록 이러한 변화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으나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은 KBS 특별 기획 스포츠는 권리다의 제13이 달린다.”를 통해서 선진국의 학교체육 사례와 함께 소개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방송에서는 필자가 운영하는 학교스포츠클럽이 소개되기도 했다.

              - KBS특별기획 스포츠는 권리다에서의 한국 미국 일본의 너무도 표정의 청소년들 -

위위 사진에서 왼쪽 첫 번째 사진은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체육과 집중이수제를 경험했던 다솔이다. 체육수업이 없는 상황을 "한 마디로 새장 안의 새죠!”라고 표현했다.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들이 새장의 문을 활짝 열고 드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그 날이 빨이 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려본다.

* 스포츠는 권리다"고3이 달린다"
(동영상 : http://news.kbs.co.kr/sports/moresports/2011/12 /04/2398589.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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