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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선 목소리, 에너지, 성실함의 기본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 KBS N 조진혁 아나운서와의 인터뷰

 

 

 글 / 권순찬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스포츠 대회를 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시대이다. 방송기술과 위성의 발달로 시청자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하는 경기도 생방송으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스포츠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은 단순히 경기를 볼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목소리를 함께 듣게 된다. 시청자들에게 편하고 즐거운 중계를 선사하는 스포츠 아나운서들이다. 1933년 권투중계로 최초의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가 된 박충근 아나운서 이후 우리나라에는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로 유명한 송재익 아나운서를 비롯해, 서기철, 임주완, 송인득 등 팬들의 뇌리에 각인된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의 뒤를 이어 시청자들에게 편안한 중계를 선사하고 있는 KBS N 조진혁 아나운서와 만나 스포츠 아나운서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조진혁 아나운서.

 

 

- 스포츠 아나운서는 어떤 직업인가요?

  ▲ 스포츠 아나운서는 스포츠라는 콘텐츠를 다루는 아나운서입니다. 남자, 여자의 역할이 따로 나눠져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주로 남자가 중계를 맡고, 여자는 현장 리포터나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 경영학과를 나오셔서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갖게 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 예전에 공부를 할 때는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괜찮을까 생각해봤는데 막상 공부를 해보니까 전공은 전혀 상관이 없었어요. 어떤 전공을 공부하던 사람이건 스포츠 아나운서는 이 직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흔히들 언론을 전공한 사람이 많이 할 거라 생각하시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체육교육과나 무용 등 다양한 전공이 존재하고 오히려 언론을 전공한 사람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아나운서가 하고 싶었고 전공이 크게 상관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밀어붙였습니다.

 

-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역량을 갖춰야 하나요?

  ▲ 제 생각에 남자 아나운서는 목소리가 9할 이상입니다. 목소리가 좋은 건 당연하고 좋으면서 강하기도 해야 합니다. 발음이나 전달력 등이 모두 목소리에 포함됩니다. 일이 생각보다 힘들고 아침, 점심, 저녁 언제할지 모르기 때문에 목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목소리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일을 잘하고 오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에게 목소리는 운동선수에 비유하자면 체력과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실성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 중계가 쪽지시험을 치는 느낌이라서 짧은 시간 공부해서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공부를 끝내는 것도 자신의 성실함에 달려 있고 중계시간을 잘 지키는 것도 자신의 성실함에 달려 있는 거죠. 여자 아나운서는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를 수는 있지만 스포츠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방송에서 흔히 척을 하면 다 가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숨길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평소에 긍정적이고 늘 웃는 사람들이 좋은 평을 많이 듣습니다.

 

- 흔히들 외모도 많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 아나운서의 기본 중 하나가 단정한 외모입니다. 그런 점에서 외모는 충분히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셨나요?

  ▲ 많은 사람들께서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해 오해하고 계신 게 있어요. “스포츠 아나운서는 스포츠 전문가여야 한다.”, “스포츠에 전문성이 있어야만 스포츠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시는데요. 공부하는 사람들의 고민 역시 대부분이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스포츠 지식이 부족하고 스포츠 관련 전공도 아닌데 될 수 있을까?”에요. 이건 짧은 생각입니다. 제 생각에 정작 중요한 것은 목소리, 에너지, 성실함이거든요. 이 세 가지를 흔히 기본기라고 하는데 기본기를 갖춘 사람은 정말 드물어요. 기본기를 갖춘 사람만 뽑아도 뉴스, 중계 다 잘 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스포츠 지식을 쌓기보다는 목소리, 발음, 전달력, 이미지, 성실함 등의 기본기를 키우려고 했습니다. 그런 것을 중요시 생각하고 연습했는데 알고 보니 이것이 중요한 덕목이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하는 분들께 말씀드릴 때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야 하는지 말해드립니다. 스포츠 지식은 나중에 공부하면 되는 거고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기입니다. 그렇기에 스피치 학원에 들어가서 배우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저는 학원도 다니고 스터디와 개인 공부를 오래 하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짧게는 몇 달 만에 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려고 따로 노력한 건 아니었지만 지금은 스포츠 아나운서를 하게 되어서 너무 좋습니다.

 

- 다양한 종목을 많이 중계하시는데 그 종목들에 대한 지식은 어떻게 쌓으시나요?

  ▲ 1차적으론 그 종목을 중계했던 선배님께 듣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중계를 하는 사람마다 준비하는 포맷, 참고하는 자료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중계를 해본 선배님들의 노하우를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자료를 참고해야 되는지, 어떤 것이 중요한 자료인지 선배님께 직접 배우고, 중계 스킬도 직접 배웁니다. 종목마다 스킬도 다 달라요. 야구는 저음, 축구는 속도감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런 스킬들은 선배님들에게 보고 배웁니다. 종목에 대한 공부는 교양과목 공부하듯이 공부하는데 공부하는 방법은 선배님들에게 노하우가 있습니다.

 

- 야구와 축구가 중계할 때 스킬이 다르다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종목마다 중계할 때 차이점이 있나요?

  ▲ 선배님들한테 들은 건데, 먼저 축구는 속도감이 중요해요. 흔히 말해서 조이는 느낌이 중요합니다. 공이 센터서클에 있을 때는 편안하게 하다가 페널티 박스로 오면 그 때부터는 박진감 넘치고 공이 움직이는 대로 바로바로 말하며 흥분감을 높여야 합니다. 야구는 소리치는 게 많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경기가 보통 4시간 정도 하기 때문에 좋은 전달력과 저음이 중요합니다. 테니스나 골프는 기품이 있어야 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귀족 스포츠에서 유래한 만큼 여전히 예의를 중시하는 종목들입니다. 실제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선수들이 플레이할 때 아무도 말 안하듯이 캐스터도 조용히 해야 합니다. 격투기는 박진감과 순발력이 중요합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순발력이 중요합니다. 샤우팅하는 것과 기본적인 목소리 톤은 종목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공통된 스킬입니다.

 

 

 

중계하는 조진혁 아나운서(왼쪽). 사진출처 = 조진혁 아나운서 인스타그램.

 

 

- 중계하실 때 어려운 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 대부분의 중계가 생방송이기 때문에 방송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 할 때는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긴장되고 떨렸어요. 중압감에 조금 적응이 되면 그 다음 단계로 실수를 줄이는 것 입니다. 선수이름을 잘못 말 한다던가 스코어를 잘못 말하는 것들이 있지만 더 큰 것은 아나운서로서 부적절한 표현을 쓰는 실수를 줄이기가 힘듭니다. 실수 줄이기도 조금 적응되면 그 다음부터는 중계 퀄리티 올리기가 정말 힘듭니다. 사고는 안 칠 수 있고 평균은 하겠는데 잘한다는 소리 듣기가 힘들죠. 퀄리티 높은 중계를 위해서는 종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몰입이 돼야하기 때문이죠.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종목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아요. 그러기 위해서 아나운서들은 야구중계를 하면 사회인 야구를 직접 해본다거나 야구 게임을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한답니다. 원래 좋아하는 종목이면 퀄리티 올리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격투기를 좋아했고 격투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격투기 중계를 할 때가 마음이 편합니다. 또 생방송은 돌발 상황이 많아요. 중계석에 비가 내린다거나 마이크 꺼진다거나 그런 경우가 많이 생기죠. 야외 중계 시 준비한 자료가 바람에 날아간다던지, 피디와의 의사소통이 잘 안 되서 광고를 해야 되는데 시간을 끌어야 해서 즉석 애드리브를 하게 되는 등의 돌발 상황들도 발생하는 데 이런 돌발 상황에 잘 대처하는 것이 경험이고 능력이에요. 선배님들은 잘 당황하지 않으시는데 저 같은 경우는 아직 선배님들처럼 수월하게 하기는 힘듭니다.

 

- 스포츠 아나운서로 일하면서 장점과 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 장점은 스포츠를 공짜로 본다는 것이죠. 스포츠에 몰입을 하게 되면 지루하지 않고 일을 하는 건지, 즐기는 건지 모를 정도입니다.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일하는 것은 정말 축복이죠. 명승부 같은 것을 중계하면 굉장히 보람을 느낍니다. 멋진 승부에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정말 보람을 느끼게 해주죠. 시청자분들께서 칭찬을 해주실 때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단점은 저의 기분이나 컨디션과는 별개로 시청자들을 위해 감정을 참고 중계에 몰입해야 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중계가 보통 휴일이나 새벽에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기 시간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이로 인해 라이프 스타일이 일에 맞춰진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물론 중계가 없을 때는 다른 직업에 비해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요.

 

 

 

 

 

 

 

- 첫 방송을 하실 때 기분이 궁금합니다.

  ▲K리그 챌린지 부천FC 경기가 첫 생방송 중계였는데 헤드폰을 끼고 있는데 피디 콜로 “5분 전입니다들었을 때 정말 이번 중계는 무르고 싶었어요. 연습을 더해서 올 테니 한 번만 누가 대신해 줬으면 싶었죠. 하지만 현실은 선배님들도 안 계시고 캐스터도 저 뿐이었기에 제가 해야만 했고 제가 중계를 하게 된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만큼 생방송 중계가 중압감이 크고 떨립니다. 실수를 말도 안 되게 많이 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 날 정도에요. 정신 차리고 보니 경기가 끝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서툴렀지만 열심히 하려고 했던 마음은 그때가 정말 간절하지 않았을까요?(웃음)

 

- 중계하시면서 재밌었던 일화가 있으신가요?

  ▲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개막전 중계를 했었는데 그 경기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이었어요. 피디 콜이 무슨 문제가 생겨서 저에게 전달되지 않았었는데 저도 모르게 온에어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온에어 상태인지 몰랐던 저는 해설위원님과 말이나 맞출 겸 농담을 하고 있었는데 생방이었던 거죠. 즐라탄 선수를 보며 저희 형이 머리를 묶는데 되게 닮았네요라고 했던 것이 방송에 나가 엄청 혼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선수들 소개 할 때도 장난처럼 했었거든요.(웃음)

 

- 닮고 싶은 스포츠 아나운서는 누구인가요?

  ▲ 회사별로 계신데 먼저 KBS 이기호 팀장님은 캐스터가 트레이드 마크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팀장님은 야구중계 하실 때 쭉쭉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셔서 트레이드 마크가 생기셨어요. 그런 거 하나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저도 저만의 트레이드 마크 하나를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팀장님께서 종목을 접할 때마다 오랫동안 경력을 쌓으셨음에도 늘 진지하게 임하시는 자세가 정말 멋지셔서 닮고 싶습니다. MBC는 한명재 선배님이 제일 닮고 싶어요. 야구 쪽 전문가이시고 끊임없이 공부하시는 게 느껴져요. 방송의 트렌드가 정말 빨리 지나가는데 가장 선배이신 분께서 젊은 후배들의 말투를 끊임없이 공부하십니다. 제일 선배이신데 중계가 정말 세련되셨습니다. SBS는 정우영 선배님이 닮고 싶습니다. 일도 잘하시지만 자기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느껴져서 후배들 입장에서는 닮고 싶습니다. 목소리도 남자가 들어도 매력 있으시고 궁극적으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신 분입니다. 당장 눈앞에 목표로 보면 KBS 이호근 선배님을 닮고 싶습니다. 제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성실하고 주어진 방송에 진짜 최선을 다하신다는 게 느껴집니다. 겸손하고 예능감도 있고 중계 스타일도 깔끔하기에 많은 후배들이 닮고 싶어 합니다.

 

방송을 하시면서 지키시는 철학 같은 것도 있으신가요?

  ▲ 기본에 충실하자가 저의 철학이에요. 물론 재미있게도 해야 하고, 샤우팅도 귀가 찢어지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들보다는 표현이나 말투에서 프로패셔널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라면 아나운서다운 말투와 어휘를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합니다.

 

- 많은 중계를 해보셨지만 꼭 중계해보고 싶으신 대회가 있으신가요?

  ▲ 프로야구를 해보고 싶어요. 프로야구 중계는 각 회사의 간판급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하는 것입니다. 다른 종목들도 열기가 대단하지만 프로야구가 현재 우리나라 최고의 스포츠다운 열기를 자랑하기 때문이죠. 그런 열기를 추구하는 것이 스포츠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프로야구 중계를 해보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시는 분들을 위해 하실 한 말씀이나 팁 같은 것을 부탁드립니다.

  ▲ 팁은 계속 얘기하는 거지만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서는 스포츠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닌 아까 말한 것처럼 아나운서로써의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축구선수 입장에선 축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아나운서 입장에선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죠. 스포츠 지식이 별로 없고 스포츠 관련 자격증이 없어서 초조해하는 분들이 꽤 많은데 그건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고 나서 배울 수 있는 것들입니다. 선배님들도 대부분 그래왔고 된 다음에 배우는 것이 정답입니다. 하지만 기본기는 본인이 스스로 노력해서 미리 갖춰놔야 합니다. 지식이나 열정은 스포츠 아나운서가 된 다음에 필요합니다. 롱런하기 위한 원동력이 지식이나 열정, 흥미 등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먼저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선 기본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 점 잊지 마시고 모두 원하시는 대로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