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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초등학생의 소극적 갈등대응전략은 무엇인가?




/고문수(인천대학교 강사)


학생들이 게임수업에서 제공하는 갈등 대응 방식 중 소극적 대응은 순응, 권위 의존, 피하기 등이 있다. 소극적 대응은 갈등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능동적인 참여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주변 학생들의 이야기에 동의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학생 및 교사의 의견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소극적 대응은 경험의 부족을 드러낸 학생들이 구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1. 순응

게임 참여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축구 게임에서 공을 패스하는데 어려움을 보였고, 피구에서는 던지고 받는 활동과 맞추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축구와 피구 게임에 참여하면서 게임의 기본 운동 기능에 변화가 나타났고, 소극적인 참여 모습이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게임수업에서 경험의 부족을 드러낸 학생들은 게임의 초반보다 경험이 축적되어가고는 있었으나 모둠을 구성하거나 모둠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뚜렷하게 표현하지 못하였다. 즉 한 두 마디의 이야기를 건네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으나 모둠원들이 이를 무시하였기 때문에 경험부족의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철회하게 되었다. 결국 학생들은 의견을 교환하는 부분에서 소극적으로 참여하였고, 다른 모둠원들의 의견에 따르는 순응과 교사의 이야기에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게임수업에 참여하였다.

게임 경험이 부족하던 학생들이 게임의 갈등 상황에서 사용한 주된 전략은 순응이었다. 순응은 자신보다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남들보다 운동을 잘한다고 인정하는 인지된 운동능력이 좋은 학생들의 생각이나 언어적인 논리에 저항하거나 반박을 제공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갈등 대응 방안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경험의 부족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던 학생들은 모둠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혼성 게임과 동성 게임에 대한 이견이 발생하였을 때 어떠한 의견도 내놓지 않았고, 다른 모둠원들이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는 이야기에 이의 제기 없이 그대로 수용하였다. 이러한 측면을 볼 때, 순응은 게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게임을 잘하는 학생이나 자신들보다 힘이 센 학생들의 이야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운동능력의 측면에서 기능이 부족한 학생들보다 더 나은 모둠원들이 게임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의견을 내느냐?”라고 반박할 가능성에 대해 미리 구사하는 전략으로 추론된다.

자기주장이 강한 여학생들은 남학생들과는 달리 모둠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야기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진솔이가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있었는데, 이 학생의 이야기에 다른 여학생들이 모두 동의하였기 때문이다. 진솔이는 게임기능은 그다지 뛰어난 편은 아니었으나, 주변의 친구로 지연, 한나, 은채와 함께 도당을 형성하였고, 힘도 강하였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에 반기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유진이도 이들과 도당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모둠 나누기에서 다른 모둠에 편성되었다. 게임의 시작단계에서 유진이가 갑자기 진솔이와 같은 모둠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한편, 과제지향적인 성향을 보인 같은 모둠의 남학생들이 빨리 게임을 진행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게임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유진이도 더 이상 자신의 고집을 펼칠 수 없었다. 유진이 자신도 진솔이와 같은 모둠이 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투덜대고는 있었으나, 일단 게임에 참여하게 되어 모둠 구성 과정에서 제기된 갈등은 일단락되었다.

2. 권위 의존

게임수업에서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게임을 잘하고, 대안을 찾아가는데 관심을 기울이던 학생들에게 의존하면서 게임 경험을 축적하였다. 대부분 모둠을 나누는 과정이 게임을 잘하거나 언어표현 능력이 좋은 학생들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에 경험부족의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자, 자신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대변해줄 수 있는 대안 찾기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게임에 대한 기능과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게임에서 나타난 갈등의 문제를 스스로의 계획과 노력으로 해소하기보다는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원자에게 의존하면서 갈등의 폭을 줄여나갔다.

학생들은 게임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문제를 교사가 해결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언급하였다. 예컨대 게임에서 제기되는 갈등을 교사가 중재해줄 것을 요청하였던 것이다. 게임수업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문제는 물론이고, 사소한 의견을 제기하는 상황에서도 교사를 불렀다. “선생님, 여기요.”라고 부르는 것을 흔히 들을 수 있다. 때로는 게임의 규칙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강력하게 우기는 행위를 취하였기 때문에 교사가 갈등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보인 예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사가 게임에 나타나는 갈등의 내용을 가장 잘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연구자: 너희들은 게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누가 가장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니?
    
은 채: 쌤이요
.
    
연구자: 왜 그렇게 생각해
?
     
은 채: 선생님은 게임 규칙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고 계시잖아요

    
연구자: 선생님이 갈등의 상황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준다고 생각하니
?
    
은 채: 모두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 다 해결해 줘요
.
    
연구자: 다른 친구들은 갈등이 생겼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니
?
     
유 진: 저도 선생님께 도움을 청한답니다
.
    
연구자: 왜 그렇게 하니
?
    
유 진: 선생님께서는 어느 팀도 편들지 않잖아요.

3. 피하기

피하기는 비난받을 만할 행동을 피하는 회피와는 달리, 게임수업에서 갈등을 제공하는 학생들 주변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거나 같은 모둠으로부터 벗어나는 행위 전략을 의미한다. 게임수업에서 학생들은 모둠원들과 협동하여 목표를 성취할 경우 즐거움을 경험하지만, 개인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이도록 강요할 경우에는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게임수업에서 자기주장의 학생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 학생들은 자기주장이 강한 학생들과 같은 모둠이 되는 것을 꺼려하여 슬그머니 뒤쪽에 서 있으면서 다른 모둠에 소속되고 싶어 하였다. 특히, 남학생들 중 몇 명은 자기주장이 강한 학생들과 같은 모둠으로 구성되었을 때, 같이 게임하는 것이 싫어 몸이 아프다면서 게임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전략의 사용은 결국 학생들이 게임에 대한 흥미 반감은 물론 게임활동에서 참여 의욕의 저하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연구자: 너희들은 중수와 준혁이를 어떻게 생각하니?
    
창 용: 중수는 자기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
    
연구자: 왜 그렇게 생각하지
?
    
창 용: 늘 제 멋대로 하고, 축구에서 지 혼자만 페널티킥을 차거든요
.
    
연구자: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있니
?
    
영 국: 자기는 좋은 공격 위치에만 있으면서 저보고는 수비만 하래요
.
    
연구자: , 수비가 싫으니
?
    
영 국: 싫지는 않은데 자꾸 그것만 시키니까 짜증나거든요. 제가 좋아서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영국이와 창용이는 모둠 나누기에서 준혁이나 중수와 거리를 유지하였다. 게임 전에 여러 번의 모둠 나누기에서 이들은 서로 같은 모둠으로 편성되지 않았다. 영국이와 창용이는 자신들이 싫어하는 학생들과 같은 모둠으로 편성되지 않은 것 자체만으로도 웃음 띤 모습을 보여주었다. 창용이와 영국이는 서로가 같은 편으로 구성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다른 모둠으로 구성되기는 했어도 자신들이 싫어하는 학생과 같은 모둠으로 편성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게임활동에 참여하는 자세에서 예전보다 적극성을 띠었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4. 나오는 글

초등 게임수업에서 학생들의 갈등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학생들의 체육수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체육수업을 진행해왔지만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좋아한다고만 말해왔을 뿐, 어떠한 갈등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탐색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체육수업에서 드러나는 학생들의 권력관계를 이해하지 못하였고, 학생들의 권력을 유지시켜 주는 수업만이 지속된 샘이 되었다. 체육수업에서 운동기능이 좋은 학생들이 수업을 주도한 것처럼 게임수업에서도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구사한 학생들이 수업의 주도권을 잡았고, 소극적인 대응전략을 구사하는 학생들은 수업에서 주변에 머무르는 특이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교사들은 앞으로 체육수업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양상들이 있음을 인지하고, 학생들이 수업활동에서 무엇을 하는지 깊이 있게 탐색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좋은 체육수업은 멀리 있지 않다. 이는 교사와 학생이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 마련될 때, 구체적인 실현으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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