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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진정한 스포츠가 지향하는 쾌락~

글 / 서경화 (용인대학교 농구감독)




 
인간의 본능은 행복을 추구함에 있고, 스포츠를 행함은 쾌를 추구하기 위한 행위이다.
쾌는 인간의 근원적 충동에 따른 자연적 현상이며, 신체적 안정을 지키려는 원초적 욕구의 시작에서
비롯되어 개인적 성향에 따라 욕구를 성취함으로써 개인의 정서나 취미에 따라 쾌를 얻게 된다.

이러한 쾌를 통한 즐거움, 즉 쾌락은 좋은 것, 만족한 것 등으로 바로 행복함의 속성들이다.
일반적으로 운동선수들이 기술을 터득하고 발휘될 때 느끼는 심리적인 상태가 쾌일 것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신체의 동작과 정신적 의지가 일치될 때 만족하게 되는 것
이다.

스포츠는 근원적 쾌의 가장 훌륭한 도구일 수 있다.
그 이유는 신체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신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 가진 가장 강한 욕망 중에
하나이며, 그 욕망이 이루어졌을 때 진정한 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경기를 수행한다는 것은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자신의 내면의 모든 의지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다.
경기를 수행함으로써 관중을 의식하고 관중에게 자신의 기술 수준과 능력을 선보이며
평가받게 될 때 누구보다 먼저 자기 자신이 행한 즐거움인 쾌를 만끽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선수들은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만족함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고된 훈련의 계속적인 반복은 동작수행의 리듬과 타이밍을 정교하게 익히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열정이 더하게 될 때, 경기가 진행함에 따라 생동감이 흐르고
선수와 관중이 하나가 될 수 있다.


스포츠에서 미추에 관한 문제를 살펴볼 때, 승자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이기기 위해 전신의 노력을 기울이다가 쓰러지는 많은 선수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질 때,
그 모습이 아름답고 절실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다.
혹독한 훈련의 과정에서 무너지는 이들이 있고, 물리적 심리적 정신적 싸움에서
이겨내지 못하는 이들이 있기에, 그 인고의 과정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들 또한
스포츠의 소중한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공교롭게도 승리자에게는 월계관이 드리우지만 패배하는 자에게는 냉대만이 돌아올 뿐이다.
이것이 오늘날 스포츠의 현실이며, 스포츠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위축되는
한계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경기에서 거듭되는 패자의 패배가 더욱 승리를 갈망하고,
그 결과가 비록 또 다시 패배로 나타날 때에도 아름다운 생기를 엿볼 때가 있다.
패자가 승리하기를 갈망하는 과정 속에서 더욱 빛이 날 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행하는 상대로서 그 존재의 의미는 아름다운 것이 되기도 한다.
패자는 승자와 견주어 볼 때, 인간의 생리적인 잠재능력을 따라가지 못할지라도
스포츠 상황에서 성실과 근면, 하면 된다는 스포츠의 기본정신에 생명감을 불어넣어주고,
결국 쾌를 지향하는 자극제
가 된다.



스포츠에서 패자는 승자와 필연적 관계이며, 다수의 패자가 제일의 승자를 지향함으로서
승리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되는 것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패배는 승리를 향한 진정한 훈련이고, 그러므로 적극적인 패배의 결과는 승리에로의 접근을 지향한다.

미적 쾌 - 아름다운 것이 주는 쾌감은 언제나 자유로운 자기 활동의 감정을 주지만
추한 것이 주는 불쾌감은 자기 충돌의 감정
을 준다.
운동선수들의 미적 경험은 반복되는 훈련과 연습 속에서 이루어지는 세밀한 감각의 경험에서
경기 중반에 발현되는 순간적인 동작의 일체감과 상대성을 고려한 섬세한 동작이 이루어질 때
쾌가 동반되며, 이것이 미적 경험의 발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성을 지향하는 스포츠 행위는 경쟁의 결과로써 승부를 가름하지만,
승리가 유일한 쾌의 상징이 될 수는 없다.
박빙으로 경쟁하는 가운데서 즐거움의 크기가 배가 되고, 추가 미의 범위 안에 속하듯이
쾌·불쾌 또한 공존하는 아름다움의 굴레인 것이다.

윤리적 쾌 - 모든 즐거운 것이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즐거움도 있으며,
괴로움 중에는 좋은 괴로움
도 있다.
훈련할 때 느끼는 괴로움은 분명 육체적 고통을 이겨야 하는 괴로움이다.
목적의식이 분명하면 할수록 고통은 쾌의 전제조건에 불과하다.
선수들은 부단히 훈련과 연습을 통해 체력과 기술의 성장을 위해 극한의 고통을 감내하며
스스로의 목표에 도달하려는 것이 쾌의 감정일 것이다.

이러한 쾌를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다면 결코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과의 도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이며, 쾌이며, 자아를 향한
카타르시스의 발견이 된다.
훌륭한 선수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허다한 절제를 통하여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고 없음으로 인하여 그 결과를 대변한다.
현재의 고통이 미래의 즐거움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믿음이 고통을 쾌로 승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타자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는 경쟁구도가 스포츠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오늘날,
선수들은 지속되는 반복연습과 지루한 과정에서도 숨겨진 쾌를 찾아내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획득을 위한 수양이 살을 에이는 듯이 고통을 수반하고 참을 수 없는 인내를 요구한다 해도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쾌감을 스스로 발견하고, 스포츠의 행함 그 자체 속에서
쾌의 맛을 터득하는 선수가 되기를 희망한다.

스포츠의 속성이 행복을 추구하는 도구로서 쾌를 지향하게 할 필요가 있다.
분명 고통도 불쾌도 희열도 쾌 안에 존재한다.
이러한 인간의 감성을 절제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살피는 것이
진정 스포츠가 지향하는 쾌를 추구
하고자 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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