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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한국 육상선수 경기기록, 왜 어린 나이에서만 달성될까?

                                                                                        글 / 박동호 (인하대 생활체육과 교수)



이제 “대구 2011세계육상대회”까지 남은 기간은 2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육상 성적은 만족과 불만족의 수준이 아니라 안타깝기까지 하다.
단거리 종목뿐만 아니라 중거리 종목(800m, 1500m)의 경우 역시 세계수준에
매우 뒤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특히, 여자 1500m종목의 경우, 이번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바레인의
Jamal선수(25세)가 4:03.74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반면 올해 9월까지의
국내에서 개최된 26개의 육상대회에서의 최고기록은 오류고 3학년의 18세 소녀
이** 선수가 세운4:29.38이며, 이에 가장 근접한 기록을 세운 기록 역시 금파중 3학년의
16세 소녀 염** 선수의4:30.26이다.

한편, 육상 경기력의 절정기라 할 수 있는 대학부와 일반부의 최고 기록은 이들
어린 중고등학교 선수에 비해 오히려 기록이 더 저조
하다. 이것은 더 이상 흥미롭고
놀라운 사실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의 여자 1500m 기록은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의
어린 선수들에게서 달성된다는 것이며, 이러한 결과는 단지 여자 1500m 경기종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계수준의 선수들과의 기록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1500m 경주에서 약 26초 차이를 보인다. 물론 한국신기록은 1992년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
대회에서 당시 유봉여고에 재학중인 이** 선수가 세운 4:14.18이란 기록이 있지만
(간석중  노**, 4:15.91) 그 다음 해인 1993년 베이징 세계육상 대회에서 중국선수인
Yunxia Ou가 3:50.46이라는 아직도 깨지지 않은 세계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의 차이 역시도 약 24초이다.



대부분의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력은 종목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체격,
체력, 기술 및 정신력에 의해 좌우된다. 중장거리 종목의 경우, 단거리 종목과는 달리
체격조건에 대한 인종적 열세는 거의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기록과
세계기록의 커다란 차이는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 것일까? 명확한 해답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변이나 이유 또한 무수히 많을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그 몇 가지 주요 원인들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볼까 한다.
<표 1>은 2009년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결승전 결과이다. 1-5위권의
평균연령은 27.6±3.44세이며, 연령범위는 25-33세이다. 물론 연령범위는 넓지만 1-3위를
차지한 선수들의 평균연령은 25-26세이다. 반면에 한국선수의 경우, 최고기록의 달성은
중3 또는 고3 학생인 15세 또는 18세이며, 평균연령은 16.5세이다.

최고 성적의 달성시기가 바로 고등학교나 대학의 진학과 맞물리며, 최고 성적이 달성되는
절정기 연령이 외국선수와 약 10년이나 차이가 난다. 아마도 이시기에 선수와 지도자의
목표가 일치하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에서 소위 말하는 선수의 조로현상이 나타난다.
선수는 고등학교 또는 대학 진학을 위해, 지도자는 성적을 내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모두 짜내고 결국 유망했던 그 어린 선수는 탈진된다. 그리고 그 어린 선수는 25-26세에나
맞볼 수 있는 절정기를 맞이하기 전에 선수의 생명을 끝낸다. 이것이 우리 육상계의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평균±표준편차 : 27.6±3.44세, 연령 범위: 25-33yrs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분명히 있다. 우선 이러한 안타까운 문제를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선수의 진학제도와
지도자의 직업불안정에 있다. 선수는 경기성적을 내야지만 고등학교나 대학에 진학
할 수 있고, 지도자 역시 당장 선수가 성적을 내야지만 현재의 직업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즉, 학생선수의 진학을 현재의 경기성적만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해당 종목에서의 발전 또는 잠재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방법을 도입
해야 한다. 지도자의 직업 유지에 대한 평가 역시 선수의 경기성적만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지도자의 자질, 선수의 훈련지도에 대한 전문지식 수준 등에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우리 사회의 조급증에 있다. 선수나 지도자에게 재정을 지원하는 단체나
정부에서는 투자에 대한 즉각적인 보답을 원한다. 훈련의 성과는 동전을 투입하면
즉각적으로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자판기와는 다르다. 즉,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훌륭한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종목지도자의 자질과 선수의 훈련지도에 대한 전문지식 수준이 그 종목의 경기력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육상종목에서의 절정기는 25-26세이다.
이들이 선수입문을 하는 시기는 일반적으로10세 전후인 초등학교 시기이며, 선수는
약 10-15년의 과학적인 훈련을 거쳐 절정기에 다다른다. 이 긴 시간 동안에 우리나라의
육상 경기력 향상을 위해 대학이나 연구소에 재직 중인 스포츠과학자, 종목지도자, 관련단체나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포츠과학자는 경기력 향상을 위하여 지속적인 연구를 통한 새로운 이론과 방법을
개발하고, 지도자는 현장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이론과 방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질과 전문지식을 함양해야 한다. 관련단체나 정부는 스포츠과학자가
새로운 이론과 방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그리고 종목지도자는 이러한 새로운 이론과
방법을 훈련현장에 도입하여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이들을 서로 연계하여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도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도대체 국내 육상대회가 왜 이렇게 많은 것인가?
이것은 학생선수의 수업결손과 관련이 없는 것인가? 그리고 이 대회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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