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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고대올림픽 종목에 대한 고찰 : 3. 육상필드경기(2) - 도약경기 : 멀리뛰기(Halma, Long Jump)

 

 

 

글/ 윤동일 (국방부)

 

 

일정 거리(최소 45미터 이상)를 도움닫기 하여 발 구름판을 한 발로 밟은 후, 멀리 뛴 거리로 순위를 겨루는 경기

 

      첫 연재에서 달리기를 소개(2012.12.20.일자 연재)하면서 고대 그리스 군의 주력은 밀집 전투대형(이를 팔랑스<Phalanx>로 불리는 방진<方陣>이라 함.)을 지탱하는 중무장보병, 호프라이트(Hoplites)가 담당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군사적 관점에서 그리스의 밀집대형은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군사훈련체계가 정립되지 않았던 당시로선 매우 획기적인 전투시스템으로 평가되어, 그리스에 이어 지중해와 유라시아의 패권을 다툰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와 로마제국에 의해 계승 발전[각주:1]되었다.

 

유럽에서 기병이 전투의 주역으로 등장한 시기를 중세로 본다면 기병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보병이 주축이었던 고대 전쟁에서는 지형의 생김새와 기상의 변화는 여간 민감한 이슈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스군과 로마군의 기병운용에 대하여는 가장 마지막에 다룰 ‘승마경기’에 언급하는 내용을 참조하기 바람.) 다시 말해, 지형의 험한 정도(‘험이<險易>’라 함.)는 곧 도보(on foot)로 움직여야 하는 군사들에겐 많은 제약이 되었기 때문에 전장이동과 장애물 극복 능력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적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으로부터 결정적인 국면에서 궁극적인 승리를 쟁취하는 최종전투에 이르기까지 전승(戰勝)의 선결요건이 되었다.

 

특히, 지형의 요철(凹凸) 정도는 전투원과 부대의 전투력을 감소시키는 마찰요인으로 작용해 무기와 전투장비, 생존과 임무수행에 필요한 상당한 하중을 휴대한 채로 이동하는 전투원들의 체력을 고갈시키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휴대할 하중[각주:2]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부단한 훈련을 통해 체력단련에 힘쓰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전혀 없었다. 이런 관점에서 고대의 멀리뛰기는 전장에 산재한 얕은 물을 건너고, 적이 성 둘레에 땅을 파 물을 채운 해자(垓字, Moat)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핵심기술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당시 경기 모습을 상상해 보면 현대의 경기와는 사뭇 달랐음을 발견하게 된다. 아래 사진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한 결 같이 양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뛰는 모습을 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 사진에 보이는 이것은 청동이나 돌로 만든 것으로 무게는 2kg∼6kg 정도 나가며 생김새는 마치 전화 수화기(telephone receiver) 모양을 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를 ‘할테레스(Halteres)’라고 불렀는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균형추(weights)’ 또는 ‘도약추(jumping weights)’ 정도로 해석된다. 이 독특한 것은 당시 전쟁양상을 그대로 경기장에 옮겨 놓은 것인데 앞서 언급한 고대 방진을 구성했던 전사들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고대의 전사들은 왼손에 방패를 들고, 오른손에 창이나 칼을 들고 밀집대형의 한 구성원으로써 전투에 임했기 때문에 균형추가 곧 방패와 칼 또는 창을 대신하는 것이었다. 경기에서 구체적인 용도는 도약하기 전에 이것을 앞·뒤로 흔들어 원심력을 얻고, 착지할 때에는 추를 뒤로 내리면서 두 다리에 반발력이 생기도록 함으로써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도록 했다. 앞서 소개한 원반(Discus)과 할테레스가 같은 무게(2kg)로 진화한 것도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결코 우연은 아닌 것이다.

 

 

1. 도약을 위해 할테레스를 들고 도움닫기를 하는 장면과 착지하는 동작              2. 청동으로 만든 할테레스

 

 

아래 사진과 그림은 현대와 고대의 경기방식을 비교한 것이다. 구분 동작만 보면 고대의 경기방식은 현대의 모습처럼 도움닫기 후 마치 허공을 걷는 것처럼 동적이지 않아 보인다. 다만 여러 가지 기록들을 볼 때 경기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기에는 두 번째 그림처럼 ‘지면에 양 발을 붙인 채’로 할테레스를 흔들어 얻은 반동으로 점프를 하는 ‘제 자리 멀리뛰기’(연속으로 뛰는 경기도 있었음)가 주로 행해지다 후기에 들어서는 두 발 중에 한 발을 지면에서 떨어지는 것을 허용하여 현대 경기와 유사한 ‘도움닫기 멀리뛰기’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거운 것을 들고 도움담기를 하는 경우 먼 거리를 달렸다고 보기는 어렵고, 세 번째 그림처럼 비교적 짧은 거리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3. 현대 멀리뛰기(위)         4. 고대의 멀리뛰기 : 제 자리 멀리뛰기(중앙)와 도움닫기 멀리뛰기(아래)

 

 

 

 

ⓒ 스포츠둥지

 

 

 

  1.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의 방진을 기초로 보다 긴 창(역사상 가장 긴 4.2미터 길이의‘사리사’)을 휴대한 중장보병의 충격력을 배가하기 위해 지그재그(zigzag) 형태의 밀집대형을 개발했는데 그리스의 밀집대형과 구분하기 위해‘Macedonian Phalanx’라 부른다. 로마제국에 이르러서는 독특한 군단체계(Legion)를 발전시켜 3선 횡대 전투대형을 고안해 결속과 전투력 발휘를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본문으로]
  2. 실제 전쟁의 역사 가운데 생존과 전투에 필요한 하중의 감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만한 성과는 나폴레옹(병조림을 휴대한 채로 현지조달로 당시 보편적이었던 창고보급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였음.)의 시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그 빛을 보았을 뿐이었다. 전투원들이 실전에서 부담해야 하는 무게는 생존하중과 전투하중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작전기간 중 필요한 의식주를 포함해 탄약이나 폭발물 등이 해당되고, 후자는 이 가운데 개별 전투에 필요한 하중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적 지역에 침투한 부대는 정상 보급이 어렵기 때문에 예상 작전 기간에 필요한 식량, 탄약, 물자를 모두 가져가지만, 특정 목표를 폭파하는 경우에는 작전에 필요한 장비와 물자만 휴대하여 목표타격 후, 그 지역을 이탈하면서 나머지를 가져간다. 마치 히말라야의 눈 덮인 고봉을 등정하기 위해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해 정상을 공격하는 것과 유사하며 이 때 최종의 베이스켐프는 정상에 가장 가까울수록 정상공격에 유리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