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야별 체육이야기/[ 생활체육 ]

전통종목의 세계화 가능성 진단


                                                             글 / 이병진(국민생활체육회 정보미디어부장)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생각했다. ‘별 희한한 종목도 포함되어 있구나!’ 그럴 만도 한 것이 드래곤 보트, 카바디, 세팍타크로, 우슈, 중국장기 등 이른바 각국의 전통종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우리의 전통종목도 육성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세계적인 스포츠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과, 우리나라 스포츠전략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동시에 알려주고 있다.


전통종목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고대로 우리의 전통 민속경기는 단순한 놀이문화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전승되어 왔다. 기쁠 때는 흥을 더해 주고, 힘겨울 때는 서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삶의 애환이었다. 이웃이 함께 모여 액을 막고 복을 기원했던 화합의 문화였으며, 세시풍속을 즐길 때는 윗마을 아랫마을이 따로 없는 생활체육 그 자체였다.

                                             콘텐츠출처: 오픈애즈(http://www.openas.com)
                                             사전 허가 없이 콘텐츠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우리 민족 대대로 내려오고 있는 민속놀이와 전통종목은 10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연날리기, 윷놀이, 팽이치기, 자치기, 투호, 격구, 수박, 석전, 마상재 등 가만히 손꼽아보면 각양각색이다.

지금도 세시풍속으로 유유히 전해져 오는 종목들이 있는가 하면, 생활체육으로 각광을 받는 종목도 있다. 일부종목은, 전통의 맥을 잇고자 분투노력하고 있는 소수 장인들에 의해 가까스로 전승돼 오지만, 많은 종목들은 잊혀져가고 있다.

대개의 전통종목들은 민간에서 발생하여 ‘행동’으로 전승되어 오다보니 스포츠적 요소에 대한 체계적인 정립이 부족했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현대화한다면 상당수 종목들은 생활체육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더 나아가 몇몇 종목은 육성 여하에 따라 충분히 세계적인 스포츠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종목이 소멸된다는 것은 비단 하나의 개별종목이 사라지는 것 이상의 아픔이다. 전통은 우리의 정체성이며, 민족의 미래방향을 제시해 주는 근간이며 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종목을 계승․보전하는 것은 국가와 우리사회가 마땅히 해야 할 책무다.

고무적인 것은, 우리의 전통 민속경기는 즐길수록 더 맛깔스럽고 재미가 있고 독창성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전통종목을 활성화하고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통의 맥을 잇는 차원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에 맞춰 재창조하는 온고지신의 정신이 필요하다.



줄다리기, 족구, 궁도의 세계화를 위한 전략 필요

줄다리기의 경우, 1900년부터 1920년까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존재한 종목이다. 스포츠줄다리기는 체급별로 과학화시켰다는 점에서 우리의 민속줄다리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방법은 유사하다. 국내에서도 상당히 많은 동호인들이 생활체육으로 즐기고 있다.

줄다리기는 지금도 학교운동회나 직장 단합대회 때 등장하는 단골메뉴이다. 무엇보다 우리네 정서와 딱 맞아 떨어지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면 얼마든지 저변이 넓어질 수 있다. 정책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족구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유일한 구기종목이다. 흥미성이나 운동성, 과학성을 비교해보더라도 세팍타크로에 비해 결코 뒤쳐질 것이 없는 스포츠다. 직장동아리․대학동아리 등 저변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매우 낙관적이다.

국민생활체육 전국족구연합회가 각고의 노력끝에 매뉴얼도 매우 정교하게 과학화했다. 정부에서도 족구의 시장성과 발전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여 몇 년 째 ‘족구활성화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이제는 국내보다 해외를 지향해야 한다. 보다 과감한 예산지원을 통해 해외로 적극 홍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궁도는 전국궁도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매년 ‘세계민족궁대축전’을 열만큼 세계화에 매진하고 있는 종목이다. 국궁은 양궁과는 달리 다른 인공 장치가 없으며, 단전호흡을 통해 시위를 당긴다. 세계 각국․각 민족별로 전통 활이 존재하기 때문에, 국궁을 중심으로 공동노력을 전개한다면 또 다른 국제스포츠로 성장할 수도 있다.

씨름, 택견 등 경쟁력있는 무예스포츠 적극 육성해야

우리의 전통 씨름은 2008년 부산세계생활체육대회에서 세계 각국의 관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또한, 최근 전국씨름연합회의 노력으로 인기를 점차 되찾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성씨름부 창단을 서두르고 있으며, 초등학교씨름부도 다시 생겨나고 있다.

스모, 삼보 등 세계 각국에는 우리의 씨름과 유사한 종목들이 산재해 있다. 각국의 유사씨름과 폭넓은 교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극적인 스포츠외교를 통해, 우리의 씨름 규정을 중심으로 씨름의 국제화를 시도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의 고유 무예이자 중요무형문화제로 등록된 택견은, 경기적 측면과 무예로서의 수행적 가치를 동시에 갖고 있는 종목이다. 때문에, 만약 태권도에 이어 아시안게임에 채택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무예스포츠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택견이 선택될 것이다.

세계택견본부도 설립돼 있으며, 해외 택견전수관도 14개국 이상으로 확대됐다. 재외공관 및 문화원을 통해서도 적극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지명도 높은 국제인사를 택견계의 제도권으로 흡인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국민생활체육회가 매년 치러오고 있는 ‘전통종목 전국대회’는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해는 11월 광주광역시 일원에서 대회를 개최했다. 족구, 국학기공, 궁도, 택견, 줄다리기, 씨름, 국무도 등 7개 종목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대행사로 그네뛰기, 널뛰기, 줄타기,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도 선을 보여 의미를 더했다. 시민들의 열기도 대단했을 뿐더러, 더 중요한 것은 전통종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통종목 전국대회는 지난해를 끝으로 대회자체가 사라졌다. 전통종목을 아끼는 많은 체육인들은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내년에는 전통종목 전국대회가 다시 부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