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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야구왕 요기 베라의 명언

 

글/하남길(경상대학교 교수)

 

 

끝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야 -캐처 요기 베라

 

 

야구는 살만한 집안의 미국 신사들이 조직화한 스포츠이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야구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하층계급 청소년들이 책가방을 집어던지고 야구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학식과 교양이 부족하고, 말투가 어눌한 선수도 많았다. 그러나 학력이 낮아도 위대한 인생 드라마를 쓴 위인들이 있듯이 가방끈은 짧아도 입담과 재치로 대중을 사로잡는 운동선수도 더러 있다. 미국 야구에서는 요기 베라(Lawrence Peter "Yogi" Berra)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요기 베라는 1925년 세인트루이스에서 이탈리아계 이주민 2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벽돌공장의 가난한 노동자였고, 베라도 중학교 2학년 때 공부를 접고 공장에 나갔으나 거기서 야구를 접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의 베라는 작았다. 배팅하는 모습은 요가 수행자처럼 독특했고, 시합에 지고 나면 요가 수행자 자세로 슬픈 표정을 짓기도 했다. 요기(Yogi)는 그런 베라의 모습 때문에 친구 보비 호프만(B. Hofman)이 붙여준 것이었다.


요기 베라는 1942년 카디널스의 트라이 아웃에 참가했지만 작은 신장 때문에 잘렸다. 500달러에 양키스로 간 그는 포수 훈련을 받았고, 1949년 양키서의 주전 포수, 외야수, 훗날 감독까지 거치며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야구인이 되었다. 요기베라는 17년간(1946–1963) 양키즈 선수로 아메리칸리그(AL) MVP에 세 차례나 오르는 유일한 4명 중 한명이었고, 양키스와 메츠 감독으로서 AL과 내셔널리그(NL)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끈 감독 6명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선수, 코치, 감독으로서 월드시리즈에 21차례 출전했고, 선수로서 14차례 진출하여 10개의 우승 반지를 낀 행운의 메이저리거였다.

 

요기 베라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위대한 야구선수로는 물론 흥미로운 경구로 인해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는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를 사용해 우스꽝스러움을 자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말라프로피즘(malapropism) 경향이 강했던 그는 요기즘(Yogiism)이란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화려한 언변을 자랑했다. 백악관 초청 만찬에 다녀온 그는 “스테이크 디너(steak dinner)인줄 알았더니 스테이트 디너(state dinner)더구먼. 대화가 곤란했어요. 너도 나도 이야기를 많이 해서요.”라고 불평했다. 정치인들은 손님 불러놓고 자기말만 하더라는 것이다. “피자를 어떻게 잘라드릴까요?”라는 웨이터리스의 주문에는 “8개는 배가 너무 부르니 4개로 잘라 주시오.”라고 답했다. 왜 그 유명한 루게리스의 레스토랑에 잘 가지 않느냐고 묻자 “거기는 더 이상 아무도 가지  않아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동료 가라지올라(J. Garagiola)가 그의 집에 가기 위해 뉴저지에 있는 그의 집을 찾을 때 두 갈래 길에서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도로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두 길을 다 택하면 된다.”라고 했다.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곧바로 양키서의 감독에 올랐을 때였다. 기자들이 그의 감독 경력을 문제 삼자 오랫동안 선수로 뛴 자신의 경험을 내세우며 “보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되받아쳤다. 그 외 야구 코멘트도 많다. “야구 경기의 90%는 절반이 정신적인 것이다.”라는 말로 야구가 멘탈 게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야구장을 떠나서도 그는 언제나 말로 주위에 웃음을 선사했다.


많고 많은 요기 베라의 말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는 말은 1973년에 남긴 것이다. 당시 그가 속한 뉴욕 메츠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디비전 시리즈에서 초반에 끌려가고 있다가 마지막에 역전 드라마를 썼다. 패색이 짙었던 순간에도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말을 남겼다.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야!“라는 출처 불명의 관용구와 유사한 비유이다. 야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인생도 그렇다. 인생은 희망이 있는 한 끝까지 분투해야하는 드라마 같은 것이다. 끝나기 전까지 끝난 게 아니다.

 

 


참고문헌
Berra, Yogi (1998). The Yogi Book. New York: Workman Publishing Co.
Gary Mack & David Casstevens/최의창, 마인드 스포츠. 서울: 무지개사.
Grabowski, John F.(2001). Baseball. San Diego, California : Lucent Books Inc.
Yogi Berra the Official Web Site presented by LTD Enterpri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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