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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고대올림픽 종목 연구 : 7. 전쟁에서 유래한 군인들의 놀이(3)

 

글/ 윤동일 (국방부)

 

 

 

나. 군사적 관점에서 본 스포츠(5-3)
스포츠의 전투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점을 약간 조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전장에서 요구되는 전투 기술과 능력을 나름의 정의대로 아래와 같이 다섯 국면으로 구분했다. 먼저 개인과 집단에 필요한 전투기술로 구분하고, 일반적인 전투의 전개순서에 따라 다섯 국면별로 요구되는 전투기술을 설명하고자 한다.


<1>개인_개전∼접적전진(接敵前進) : 적과 접촉을 위해 적 방향으로 실시하는 전장이동기술
<2>개인_원거리·공성전투 : 가급적 편제무기에 의한 원거리 전투로 적의 기도를 와해시키고, 전투력을 감소시키되, 통상 방자의 성을 포함한 각종 장애물을 두고 벌이는 공방의 전투기술
※적과 접촉한 후, 직접적인 교전 이전 단계에 벌어지는 전투로 편의상 둘을 하나로 통합했음.
<3>개인_근접전투 : 원거리·공성전투에서 살아남은 양방이 최후의 승리를 위해 무기를 들고 또는 무기 없이 하는 백병전을 포함한 직접적인 교전기술
<4>개인_종합전투 : 개별적으로 연마한 각 전투기술(∼)을 종합적으로 구사하는 능력과 기술로 통상 전사나 전령의 자격조건을 구비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데 활용된다.
<5>집단_조직전투 : 전투조직을 구성했을 때 분담된 역할에 충실하고, 팀웍으로 조직화된 기술

 

<표> 전투의 진행국면별 요구되는 전투기술

구분

개인

조직

전투국면

개전접적전진

초기전투

최종전투

전 단계

전 단계

전투기술

<1>전장이동기술

<2>원거리·공성전투기술

<3>근접전투기술

<4>개인종합기술

<5>조직전투기술

비고

달리기또는교통 수단(,,스키)에 탑승이동

직사/곡사회기에

의한사거리전투

(,,)

자연/인공장애물

극복(凹凸또는 해자,성벽)

맨손의격술이나 ·등을활용 하는무술

전사/전령자격 평가,특정 상황 대처(<1>+<3>)

조직의전투수행

능력과 기술

여기서는 <2>원거리·공성전투기술과 <3>근접전투기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2> 개인_원거리·공성(攻城)전투 기술
두 번째 유형은 원거리(遠距離)전투와 공성(攻城)전투에 관련된 종목들이다. 고대의 전쟁에서 이 둘 사이의 구분은 그리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는 하나의 개념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예로부터 한 나라가 내·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유지한 가운데 번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지형을 이점을 이용해 변방으로부터 다중의 방어선을 구축하고, 공자의 예상 접근로를 통제 가능한 군사적 요충지엔 ‘성(城)’[각주:1]을 쌓아 공자에 대항하는 힘(‘대항 집중력’이라 함.)을 극대화시켜 방어 지탱점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은 군사적 목적에서 탄생한 건축물이지만 왕과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고, 국정을 돌보며 일가족이 거처하는 장소 등 다양한 개념으로 확장되면서 국경이 돌파됐다면 최종 전투는 ‘성(城)’이라는 군사구조물을 사이에 두고 피비린내 나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그리하여 전승(全勝)과 이승(易勝)을 강조한 손자의 전략은 상대의 의지를 사전 봉쇄하는 것(벌모;伐謨)이 최상이고, 적국을 동맹국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것(벌교:伐交)이 차선이며 적을 직접 공격하는 것(벌병:伐兵)을 하류로 간주했는데 가장 최악의 선택은 성을 공격하는 것(공성:攻城)이라 했을 정도로 공자의 피해가 많았다. 성은 방자가 높고 견고한 성벽의 방호력을 이용해 고지에서 저지를 내려다보며 전투하는 이점과 비교적 장기간의 농성(籠城)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공자의 입장에서 가장 졸렬한 대안이 된다. 또한 공자나 방자 모두가 직면해야만 하는 성이지만 서로의 입장은 크게 다르다. 통상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는 방자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성에 이르는 통로에 각종 장애물을 보강해 공자의 접근을 지연·방해·저지·유인하며 사정거리에 들면 멀리서부터 공자에게 많은 피해를 주려 한다. 반대로 공자는 가급적 방자의 사거리 밖에서 조직적인 방어력을 사전에 와해시켜야 성으로 접근이 가능하며 원거리전투를 통해 최후의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한 수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때문에 원거리·공성전투의 성공은 최종 승리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였으며 이 국면에서 승리의 관건은 적의 사정거리 밖에서 적을 살상하는 투사체(돌이나 활 또는 폭발물 등을 말하며 영어로는 missile이라 함.)를 성과 고지(高地)위로 보다 멀리, 보다 정확하게 날려 보내 많은 적을 살상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전쟁기물들을 쏘거나 던지는 투척경기는 전투기술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고대의 창던지기 외에도 활쏘기(양궁)나 사격 등은 말할 필요도 없고, 스코틀랜드 민속놀이에서 유래한 포환던지기나 해머던지기와 같은 종목도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적의 침입을 방지할 목적으로 만든 각종 장애물(성 주변을 파서 물을 끌어 들여 채운 해자<垓子 Moat> 등)을 극복하기 위한 도약기술 역시 전장의 필수 전투기술이다. 멀리뛰기나 세단뛰기와 같은 종목은 수평 장애물을 극복하는데 유용하고, 높이뛰기나 장대높이뛰기 등은 수직 장애물에 효과적인 종목들이다. 그러나 이런 투척·도약기술들은 무기의 사거리와 정확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축성술(築城術)의 발달로 성벽이 보다 높아지고 규모도 커지면서 동시에 공자의 공성무기와 공성술이 다양하게 진화하면서 그 중요성이 점차 감소되었다. 공성을 위해 적의 사정거리 밖에서 돌이나 폭발물을 날려 보내는 투석기(投石器, ballista) 또는 공성탑(攻城塔, battering tower)과 같은 기계의 힘을 빌거나, 장애물지대에 임시 통로나 다리를 건설하는 전문 병과(공병<工兵> ; Engineering)가 출현하여 그 역할을 대체하기도 했지만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용한 전투기술임에 틀림없다.

 

원거리에서 적을 살상하는 기술을 겨루는 종목(활쏘기, 사격) 

스코틀랜드의 민속경기 장면

 

<3>개인_근접전투 기술
세 번째 유형은 전장에서 이동 간에 적과 조우(遭遇)하거나 또는 성을 사이에 둔 원거리·공성전투 후 살아남은 양측의 병력들이 서로 대적(對敵)하였을 때 이루어지는 최종의 전투국면에 필요한 종목들이다. 비교적 가까운 지근(至近)거리나 살상(殺傷)범위 내에서 벌어지는 근접전투(백병전이나 육박전 포함)에는 서로의 힘과 기술을 겨루어 적을 제압하거나 살상하는 기술을 요구한다. 이런 종목들은 거리와 수단에 따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되는데 대적하여 주먹이나 발 등 신체의 일부를 이용한 격술(擊術)을 통해 적을 제압하는 권투, 레슬링, 태권도, 씨름, 격투기, 유도 등의 격투종목과 편제한 무기를 사용하여 대결하는 펜싱, 검도 등의 무도가 여기에 해당되며 또한 비교적 멀리 있는 적을 편제한 무기로 살상하는 투창, 투포환, 양궁, 사격 등의 투사기술을 포함한다.

 

 전쟁의 역사 가운데 근대까지(전쟁의 역사적 관점에서는 화약이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시대를 말하며 근육전쟁<Muscle War>으로 부른다.)의 대표적인 무기체계는 클럽(clubs)과 미사일(missiles) 두 가지로 분류된다. 쉽게 말하면 곤봉과 투사체이고, 막대기와 돌인데, 전자는 적을 베고 찌르며 방패도 쪼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장검(長劍)으로 진화했다가 화약의 등장과 원거리 전투가 보편화되면서 점차 그 길이가 짧아져 오늘날에는 장검은 의식용으로 활용되고 있고, 군사적 활용은 단검(短劍, 대검이라 부른다.)의 형태로 남아 있어 그 중요도는 근육전쟁의 시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을 보호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그리고 각종 특수작전에서 활과 함께 여전히 가장 위력적인 무성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돌은 무모한 희생을 최소화하고, 근접전투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살상력과 비거리를 증대시키기 위해 돌에서 화살, 포탄, 미사일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이제 대륙을 넘어 우주를 비행하는 현대전의 주력이 되었다. 이 둘은 과거 채집과 수렵을 위해 자연으로부터 얻은 사냥도구인 동시에 자신을 보호하고, 적을 살상하는 전쟁무기로 오늘날 대부분 그 자취를 감추었지만 아직 스포츠 영역에서는 고대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전쟁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항 의지를 가진 적과의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무기를 들고 또는 맨 주먹으로 적을 살상·제압하는 기술과 능력은 전사에게 핵심 기술이었고, 이를 평시부터 연마해야 하는 것은 병역의무가 부과된 남성들에겐 일상이었을 것이며 이것이 올림픽의 경기로 승화되었음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닌 것이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주먹, 발 등 신체를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을 겨루는 종목(태권도, 유도)

전사들에게 편제된 무기를 사용해 상대를 살상하는 기술을 다투는 종목(펜싱, 사격)

 

 

 

 

ⓒ 스포츠둥지

 

 

 

 

  1. 군사적으로는 ‘대항 집중력’이라 하는데 방어선(線)에 비해 성은 특정 지점(點)에 구축된 것으로 방어선에 비해 상대적인 방어 밀도가 높다. 성 가운데 가장 방어밀도가 높아 난공불락(難攻不落)의 태세를 유지한 형태를 흔히 요새(要塞)라 한다. 요새를 포함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성인데 서로 부르는 말은 달라도(영국에서는 캐슬로 불리지만 프랑스인들은 샤토라 하며, 러시아에서는 크렘린으로 표현한다.) 나라의 방어전술과 어우러져 독특한 형태를 가진다. 재미있는 것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290여개의 세계문화유산 가운데 성이나 방벽 등 전쟁에 필요했던 군사구조물이 무려 1/3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