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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지도자. 심재성의 생각 <1>

 

 

 

글 / 이기원 (스포츠둥지 기자)

 

 

         스포츠에서 꽃은 선수지만 그 꽃을 피워내기 위해 조련사 역할을 하며 기름진 토양을 일궈내는 것이 지도자이다. 음지에서 양지를 추구 하는 게 지도자이지만 때로는 선수 못지않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가 있다. 국가대표 펜싱코치 심재성(46). 그는 런던 올림픽 신아람(27, 계룡시청) 선수의 ‘1초 오심’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훌륭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국내 최초 프랑스 국립펜싱지도자 자격의 유학파 심재성. 그가 걸어온 스포츠 지도자의 길과 스포츠 외교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어떻게 펜싱을 시작하게 됐나요? 
  그렇게 특별하진 않아요. 체육시간에 운동을 하는데 선생님이 “펜싱을 해보지 않겠느냐” 고 물으셨어요. 그때 우리학교에 펜싱부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죠. 그렇게 펜싱을 시작했습니다.

 

▶ 펜싱 지도자가 되고자 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선수시절 올림픽에 나갈 정도로 잘 하지 못했어요. 유망주 소리는 들었지만 그게 성공은 아니었죠. 상무를 제대하고 프랑스 펜싱 국립지도자과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 ‘이왕 지도자 공부를 하는 거면 프랑스에서 한번 배워보자‘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개인사정이 있어 과정을 마치고 다시 한국에 돌아오긴 했지만 사실 그때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갔었죠.

 

▶ 외국어(프랑스, 영어) 공부는 어떻게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프랑스어를 접하게 된 것은 레슬링 때문이에요. 당시 레슬링 해설을 하시는 ‘빠떼루 아저씨’가 있었죠.  ‘빠떼루 빠떼루’ 하는데, 무슨 뜻일까 하고 궁금해 했었죠. 프랑스어의 한국식 발음이었던 거예요. ‘바흐데흐’ 인데 발음하기가 어려우니까 우리식으로 그렇게 말했던 거죠. 비슷하게, 선수시절 펜싱을 하다 시작이라는 뜻인 ‘알레’ 가 궁금했었는데 역시 프랑스어였죠. 그러면서 점점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흥미를 가지게 됐어요. 영어도 자연스레 접하게 됐고요.

 

▶ 신아람 선수의 경기 중 심판에게 영어로 항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국제 대회에서 프랑스와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유렵국가, 아시아 국가는 의사소통언어로 영어를 사용합니다.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팀의 지도자라면 외국어 능력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선수시절 꾸준히 불어와 영어를 공부했어요. 덕분에 국제 대회에서도 다른 국가선수와 지도자들과의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영어와 불어를 배우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거 같아요. 학원도 다녔고 외국어 방송 프로그램도 꼭 챙겨봤었죠. 선수촌에선 혼자 방을 쓰는데 프랑스 라디오를 계속 들었어요. 지금도 공부를 하고 있지만 ‘젊은 시절에 더 열심히 할 껄’ 하고 후회합니다.

 

▶ 런던올림픽 메달(28개) 중 펜싱에서 획득한 것이 6개(금 2, 은 1, 동 3)로 전체 메달의 21%를 차지하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어떤 노력과 비결이 있었는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펜싱 종목이 획득한 메달은 남현희 선수의 은메달 1개뿐)

성공의 비결은 훈련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 할 정도로 늘렸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전에는 그렇게 많진 않았거든요. 지도자들은 경기를 할 때 생각을 하면서 뛰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생각은 이미 경기 전에 다 해놔야 하는 거죠. 경기장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온갖 스트레스가 있거든요. 자동적으로 몸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라는 공격이 오면 B처럼 움직여야 한다.’ 는 것이죠. 그렇게 되려면 완전히 동작이 자동화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수없이 반복해야 합니다. 

   개그 프로그램은 참 재미가 있어요. 즉흥적으로 재밌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짜여진  각본을 반복해서 얻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오랜 연습을 통해 다양한 상황이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순간이 와도 태연하게 ‘애드리브’로 또 다른 웃음을 줄 수 있죠. 선수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훈련이 되어있지 않으면 경기 중에 ‘애드리브’로 상대를 제압하기 어렵죠. 때문에 힘들고  고되지만 반복 훈련이 필요합니다. 선수들이 반복훈련을 성실히 잘 소화해줬어요.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대한펜싱협회의 국제업무와 해외전지훈련 담당, 국제회의에 참석은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심판으로 활약했습니다.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의 발전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국내펜싱연맹에서 불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했었어요. 당시 저는 선수생활을 마치고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고 왔었기 때문에 해외업무를 자연스럽게 담당하게 됐었죠. 각 종목에서 선수출신이 대외적인 업무를 하면 그 나름의 장점이 있어요. 국제총회에 가면 다른 국가 담당자들도 대부분 선수생활을 했던 사람들이거든요. 자연스레 공통된 이슈가 생기죠. 그러다보면 안면이 생기고 국제 연맹에도 진출하게 될 수도 있는 거죠.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들이 곧 스포츠 외교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되는 것은 없어요.

   스포츠계는 생각보다 보수적인 측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현재 국제펜싱연맹이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와 프랑스어입니다. 과거에는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였는데, 프랑스어 대신 영어를 하면 대부분 듣질 않아요. 그냥 무관심이죠. 일부러 듣지 않고 딴청을 부리는 펜싱원로들이 있어요. 결국 보수적이라는 건데, 이런 환경에 적응하고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가려면  달갑지 않은 부분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그 사람들과 오랜 시간 지내면서 함께하는 것이 벽을 허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보이지만 생각처럼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아요. 아무리 외국어를 잘 해도 분위기를 모르면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어요. 

 

▶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선수출신 중 누가 국제 스포츠업무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두 부분이 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수출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역할은 안면이 넓다는 부분과 관련종목의 경험이죠. 거기에 외국어능력과 기본지식이 바탕이 된다면 더 말 할 것도 없죠. 학생선수시절에 그런 부분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전공자 중에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고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스포츠 외교 인력으로 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국제 스포츠 단체에는 메니지먼트, 이벤트, 법규 등 다양한 분야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곧 파워가 될 수 있어요.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만, 운동하는 사람은 운동밖에 못하는 것이 아쉬워요. 스포츠 외교 인력이 부족한 원인 중 하나는 관련 인재의 스포츠 경력과 지식수준의 불균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학교생활에서 스포츠를 등한시 하는 분위기도 문제죠. 학생선수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꿈을 가진 많은 공부하는 학생들이 스포츠와 학업에 대한 흥미를 동시에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시절 스포츠를 즐기게 되면 선수가 세계수준의 경기력에 도달하기가 얼마나 힘든가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스포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지식수준도 높아야 한다는 걸 알게 되는 거죠. 학문과 스포츠 두 분야에서 인재를  고루 양성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츠 지도자. 심재성의 생각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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