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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football! 여자축구 - 여왕기 여자축구대회”

스포츠둥지 2011. 4. 18. 13:38



                                                      글/ 안나영 (서울대학교 대학원 스포츠경영 석사)



◎전통을 자랑하는 여왕기 여자축구대회

국내에서 대표적인 여자축구대회로는 지소연, 김나래, 전가을, 이현영, 여민지 등 U17/20 월드컵 주역과 차연희, 박희영, 이장미 등 분데스리가 스타를 배출한 대회로 매년 3~4월경에 개최되는 ‘여왕기 여자축구대회’가 있다. 93년 1회로 개최된 이 대회는 올해 19회를 맞았는데 청룡기, 축구선수권대회, 금강대기, 대통령금배 등 전통 있는 남자축구대회가 평균 40회가 넘는 것에 비하면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아 비교적 짧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전통 있는 여자축구대회로는 6월경에 강릉에서 열리는 청학기 여자축구대회가 있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스포츠서울의 후원으로 대한축구협회가 공동주최 및 주관하고 대학부 경기까지 치러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자축구 선수로서 이 대회를 경험하지 않은 선수는 단 한명도 없으며,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줄곧 MVP를 거머쥔 선수들도 있고 연패를 달성하는 학교도 있다.
이 대회는 10~15일이라는 기간에 걸쳐 열리며 최고의 실력을 겨루는 장으로 국내 여자축구발전을 위해 시작되었으며 최고의 권위와 전통으로 빛나는 만큼 각 관련 학교와 선수, 이해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여왕기 여자축구대회의 현장

위에 보이는 사진은 2011년 제 19회 여왕기 여자축구대회가 개최된 충북 충주의 탄금구장의 모습이다. 이번 대회는 4월1일부터 10일까지 충주종합운동장을 비롯한 4개의 구장에서 개최되었고, 한국여자축구연맹과 충주시 축구협회의 주관으로 초등부 15개팀, 중등부 15개팀, 고등부 14팀, 대학부 6팀이 참가하였다. 고등부 경기에서는 여민지 선수가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의 활약을 보여주며 승승장구 하였는데, 경기 중 부상이 있었고 십자인대 재파열로 고대 구로병원에서 다시 재건술을 받았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이에 함안대산고는 여민지 선수의 공백이 큰 탓이었는지 준결승까지 행진을 이어가지 못하였다. 따라서 기대하였던 경기와 여민지 선수의 플레이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하여 아쉬웠지만 함안대산고를 승부차기로 이기고 올라간 충남인터넷고와 오산정보고의 준결승경기는 또 다른 인상을 심어주었다.

종합운동장에서는 김다혜, 이금민, 주수진과 같이 주목할 만한 선수가 뛰고 있는 현대정과고와 동부고의 준결승경기가 진행되었고 kbs n 채널에서 생중계하였다. 후반전에 다이빙헤딩으로 골을 기록한
김미숙선수는 수비수로서 골 넣는 수비 이정수선수를 떠올리게 하였고 현대정과고는 결승전에 오르며 막강한 파워를 보여주었다.


2010년 최고의 황금시대를 보여준 여자축구 선수들, 이래서 ‘한국 여자축구가 밝다’라고 공감할 수 있었는데, 10여 년 전의 선수들의 기량과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개인 기량과 축구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저절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발전하였으나 근력이 많이 약해진 탓에 십자인대, 허리 등 부상의 위험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 것은 정신력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스파르타’식의 젖어있던 학원스포츠가 점점 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것이 아닌가? 싶지만 오히려 성장기에 있는 선수들에게는 적절한 강화와 보상이 이루어지면서
피드백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력이 요구되며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 것 같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깨진 유리창은 없는지?

국내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각 단체와 대한축구협회, 한국여자축구연맹 등 열심히 분주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을 배려한 천막 시설, 경기관계자 외 외부인 출입통제 시스템, 자원 봉사 시설, 대회 일정 안내 플랜카드 설치 등 대회 외적인 마케팅
요소들까지도 신경 쓰는 모습을발견 할 수 있었고, IBK 기업은행은 WK리그의 스폰서로 2011년 튼튼한 뒷받침을 해주고 있다


2010년 이후 엄청난 조명을 받았던 한국여자축구는 선수수급문제, 팀 창단문제, WK리그 무관중 문제 등 여러 가지 안타까운 점들이 나타나게 되었고 어두운 측면을 조금씩 보완해나가는 실정이다. 쏟아지는 관심과 많은 문제제기로 인해 TV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 실업팀이 2개 창단하는 등 급진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 과연 제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체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00-1=0’이라는 법칙이 있다. 사소한 것을 소홀히 하다보면 결국 100마저 다 잃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딱 여자축구와 들어맞다. 올해 WK리그는 8개팀이 참가하면서 실업팀의 지원이 늘어났고 관심과 함께 관중도 증가하리라 예상되며, 지소연, 권은솜 선수의 일본진출 등 선수들의 경기력도 좋아졌다. 또한 선수층도 한참 2세대에서 3세대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초, 중, 고, 이 모든 어린 선수들이 갈 수 있는 상위 클래스의 학교가 없다는 것, 이것이 우리나라 여자축구의 슬픈 현실이다. 얼마 전부터 지원이 가장 강하던 영진전문대팀을 비롯하여 몇 개 대학교가 해체설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현재 우리나라 여자축구는 고등학교 팀이 16개, 이 선수들 모두 축구선수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존의 대학팀마저 휘청거리고 있어 진학이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 초등학교가 해체되면서 선수수급이 힘들다고 하지만, 결국 축구 선수로 입문하여 성장하였을 때, 갈 수 있는 대학과 선택의 폭이 좁다면 적극적으로 선수생활을 권유하는 학부모와 학교도 없을 것이며, 모래시계 형태의 구조가 될 수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서 각 대학 이해관계자와 신생팀을 위한 연맹의 노력이 절실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한국여자축구의 미래에 대하여 충주에서 김대길 해설위원을 만나 잠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는데, 김위원은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라며 중국이 쑨웬을 내세운 축구로 10년간 아시아의 정상을 지켜왔지만, 갖추어지지 않은 시스템으로 인해 하락하고 있는 것을 예를 들 수 있다고 하였다. 즉, 이러한 일이 한국여자축구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인데 지금은 축구화를 벗었지만 2003년 여자월드컵에 참가한 최연소 국가대표 박은선 선수, 현재 지소연, 여민지선수와 같은 스타플레이어에만 의존하지 않고
선수와 팀, 리그 자체가 탄탄한 파워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2011년에 있을 유니버시아드대회, U-16/19세 AFC챔피언스 리그, 올림픽 대표 예선전 등의 예상결과에서 김위원은 ‘현재 우리나라 여자축구가 가진 선수들과 경기력, 분위기 등으로 비추어 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확실한 순위를 예측하는 것에는 말을 아꼈다. 아마 현재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준비해서 좋은 경기력과 함께 초, 중, 고, 대학 그리고 실업리그가 깨지는 유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지소연 선수도 휴가차에 충주에 내려가 한양여대 본교 후배들 응원과 경기관전, 여자축구 홍보도 할 겸 경기를 보고 갔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저변확대를 위하여 선수, 학부모, 코치, 감독 등
당사자들과 이해관계자들로 붐비는 경기장이 아닌 관중과 팬이 애정을 갖고 경기장을 찾는 발걸음이 많아졌으면 한다. 본인도 팬으로서 2011년 열심히 여자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고 관전하러 다닐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