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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미의 세계

스포츠둥지 2010. 8. 20. 11:58

                                                                                           글 / 이승건(서울대학교/시간강사)


현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스포츠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거의 매일 중계 방송되는 프로 스포츠는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는 우리의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고, 스포츠 관련 산업은 타 산업을 앞지르며 경제의 중심에서 우리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게다가 프로 스포츠맨은 여느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매스컴의 표적이 되어 공인으로서 대접을 받는 등 이제 스포츠는 특정 운동인의 전문영역으로서 국위를 선양하는 분야를 넘어서 선망의 인기 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현대의 스포츠에 대한 호감은 대중과 호흡하려는 현대의 대중성이 갖는 취미(趣味, taste)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사실, 현대 이전의 문화는 엘리트 중심의 고급문화였다. 예술 역시 순수예술(fine-art)이 주도하는 지성중심의 고도의 세련된 고급문화가 예술사의 주류를 형성해 왔다. 여기에서는 미가 예술의 주제였다.


                               고대 그리스의 항아리에 표현된 레슬링 장면. 생활 용기에 
                               그려질 만큼 그들의 스포츠 문화는 일상이었으며 대중적
                               인기가 있었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예술에서 추구하던 미란 무엇일까? 일상에서 우리는 ‘미인(美人)’, ‘아름다운 꽃’ 등을 언급한다. 즉 ‘사람인데 아름다운 사람’을 그리고 ‘꽃인데 미적 요소가 특질로 있는 꽃’을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위에서 말한 ‘미인’과 ‘아름다운 꽃’은 정말 ‘아름다운 것(the beautiful)’일까? 이것들에는 모든 사람이 동의할 만한 미적 특질(aesthetic quality)이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근대미학에서부터 ‘미적 특질의 결과로서 미’라는 관념에 대한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 즉 칸트는 대상에서가 아니라 ‘어떤 대상의 현존의 표상과 결합되어 있는 만족’에서 미를 찾았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서 미란 대상의 특질이 아니라 그것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주관의 판정능력으로서 ‘취미’를 의미한다. 그것도 그 규정근거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감성적(aesthetic)’인 역할로서 말이다.


스포츠맨은 자기만족에서 기쁨을 얻는다!
따라서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미학사에서는 두 가지 미가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하나는 미적 특질로서 객관적인 미와 다른 하나는 주관적인 측면으로 파악되는 주관적인 미가 그것이다.


                                           스포츠맨은 자기만족에서 기쁨을 얻는다!

 일반적으로 미는 인간의 정신활동 중 예술 속에서 추구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예술은 성스러움(聖)을 추구하는 종교, 선(善)함을 추구하는 도덕, 진실다움(眞)을 추구하는 학문과 더불어 인간의 정신활동으로서 미를 추구하는 가치 활동이라고 규정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는 이와 같은 인간의 정신활동의 영역에 스포츠를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듯이 스포츠는 인류의 오랜 동반자이다. 고대 그리스의 문화여명기에 있어서도 스포츠는 그들 문화 속에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육체적 활동을 저급한 것으로 취급했던 서양의 중세시대에도 스포츠는 여전히 인기를 누르며 행해졌으며, 사유의 세계를 인간 최고의 영역으로 간주하던 근대시대마저도 스포츠 문화의 꽃으로서 올림픽의 재정비가 있었다.        

   

                              스포츠 관람객 역시 멋진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며 즐거워한다!

 

그렇다면 스포츠 세계에서의 미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먼저, 객체적 대상으로서 스포츠에서의 미적 특질과 관계되는 미를 언급할 수 있고, 또한 그러한 대상과 나를 연결시켜 거기에서 표상되는 나의 만족이라는 주관적 판단, 즉 개인의 취미판단에서 파악할 수 있다.

결국, 현대에 이르러 대중에 의한, 대중을 위한, 대중의 눈높이와 취미에 걸 맞는 문화에로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 결과 미를 추구하던 인간의 활동으로서 예술은 더 이상 과거의 미를 추구하지 않게 되었다. 즉 진지한 것, 고상한 것 보다는 가볍고, 흥미롭고, 매력적이고, 일상적인 것이 문화의 핵심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화의 주변부로 여겨져 왔던 스포츠도 대중문화의 일부로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현대적 문화상황 속에서 스포츠의 미적 세계를 파악해 볼 수 있겠다. 즉 스포츠는 예술 못지않은 인간의 정신 영역으로서 미의 가치에 대한 흠모의 활동이며, 그 결과 스포츠를 실행하는 사람은 물론 그것을 관람하는 사람에게 ‘미적 경험(aesthetic experience)’을 환기시키는 문화 활동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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