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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그냥 노는 것만은 아니다

스포츠둥지 2018. 11. 27. 12:00

운동, 그냥 노는 것만은 아니다

 

글/ 김학수(한국체육대학교)

 

(운동을 통해야 몸과 정신이 하나가 되는 ‘체화’를 경험할 수 있다/출처 : 사진 AYA images/shutterstock)

 

   운동은 일단 열심히 노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결코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운동의 본질적인 가치나 교훈을 생각하는 이들은 별로 찾기가 쉽지 않다. 그냥 운동은 놀기만 하는 것으로만 표면적인 이해와 접근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 때 짬짬이 공을 찼던 경험들을 남자들이라면 대부분 갖고 있다.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방과후나 주말, 공휴일이 찾아오면 학교 운동장이나 공터를 찾아가 열심히 공을 찼다. 운동복도 제대로 없고 공 하나 갖기도 어렸던 가난한 시절, 축구는 최고의 놀이였다. 공을 찰 때면 집안의 어려움을 잠시 잊고 즐거움과 재미를 만끽했다. 같이 볼을 차던 초등학교 멤버 중에는 후에 한국 국가대표로 10여년간 부동의 수비수로 활약했던 친구도 있었다.

 

   사실 운동에 대해 좋지 않은 사회적 시선이 만연해 있었다. 운동은 공부가 하기 싫어 놀기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일방적인 편견과 선입관이 자리잡았다. 운동을 한다면 주변에서 곱게 보지 않았다. 운동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학생들은 ‘공부 안하는 아이’, 심지어는 ‘돌대가리’, ‘이방인’ 취급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그동안 우리 교육이 안고있던 경쟁주의적 입시교육이 낳은 대표적인 폐해에서 나왔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 선수는 운동만, 학생은 공부만’하는 것으로 구분짓고, 운동 선수는 공부에 담을 쌓고 운동만 하게 하고, 일반 학생은 운동을 못하게 하고 오로지 공부만으로 몰아넣는 ‘비정상적인’ 교육 풍토를 만들었다.

 

   지금의 50~60대들도 이처럼 ‘공부 만능, 운동 무시 시대’에 살았다. 운동장에서 공을 열심히 차고 교실에 들어오면 체육을 뺀 다른 선생님들은 한심한 눈으로 보았으며, 가정에서도 잠깐 짬을 내 공을 차기라도 하면 부모들이 적극 나서 반대를 하는 것은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이러한 인식을 갖게 하는 데는 사실 스포츠인들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 운동을 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않고 스스로 사회적 약자로 치부하고 사회적인 활동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스포츠인들이 많았다. 스포츠에서 직업을 갖거나 스포츠에 깊게 빠져있는 스포츠인들은 정작 시대의 피해자이지만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자포자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운동과 스포츠는 표면적으로는 몸을 움직이며 땀을 흘리고 승패의 결과를 다투는 것이지만 심층적으로는 사회적인 규칙과 가치를 몸소 ‘체화’하는 중요한 도구로서 그 역할이 아주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엄정한 룰을 갖춘 스포츠는 승리를 하는 것을 우선적인 덕목으로 삼고 있지만 패배를 하더라도 이를 승복해야 한다는 숭고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약육강식과 권모술수가 팽배한 현대 사회에서 사회 병리적인 여러 문제점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래 운동은 인간의 생존과 관련한 중요한 활동이다. 튼튼한 몸을 만들어 수렵과 사냥, 채집활동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먹거리를 만드는데 발판이 만들었다. ‘스포츠와 문명화’라는 책을 낸 독일의 사회학자 노르베르트 엘리어스는 운동은 스포츠라는 제도화된 형태로 발전해 서양 역사에서 산업혁명이후 대중들의 사회화, 교육화, 규범화를 도모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간혹 최고 수준에서 운동을 하는 스포츠엘리트나 무술의 고수들에게서는 깊은 영감과 정신의 세계를 접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감독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는 90%가 정신력이고, 나머지가 신체적인 것이다” 는 등의 명언을 남겼다. 칼 한 자루에 생명을 걸고 살아간 일본 사람들의 우상인 ‘영원한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는 “내 삶에 후회란 없다”라며 멋진말을 후세에게 전해줬다.

 

   몸을 통해 얻는 지혜는 지식을 통해 얻는 지혜보다 훨씬 그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 그래서 ‘체화(體化)'라는 말도 있는 가 보다. 진정 운동이란 몸과 마음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운동은 결코 노는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