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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1 = 2’일까

스포츠둥지 2018. 11. 27. 10:00

‘1 + 1 = 2’일까

 

글 / 김예은 (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 심리학)

   학창 시절 운동회에서 줄다리기를 할 때면 손만 얹었을 뿐인데 반이 이길 때도 있었고, 죽을힘을 다해 뒷걸음치며 당겼지만 반대로 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내가 준 힘이 제대로 반영이나 되었을지 의심을 하며 운동장을 빠져나간 기억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혼자 일을 수행할 때보다 집단 내에서 활동할 때, 상대적으로 개개인의 목표를 좀 더 쉽게 충족시킨다. 하지만 집단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성과에 대한 1인당 공헌도는 감소하는 현상이 같이 나타난다.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 출처 : teamstrength.com)

   이와 같은 현상을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 혹은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고 한다. 링겔만은 이러한 현상을 연구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들의 ‘1인당 개인이 당길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을 비교하는 줄다리기 실험을 하였다. 실험 참가자가 1명일 때에는 100%의 힘을 발휘하였고, 2명의 경우 93%, 3명의 경우 85%, 4명의 경우 77%, 8명의 경우에는 49% 수준으로 1인당 힘의 양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1인당 공헌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개인이 혼자서 일을 수행할 때보다 여럿이서 일을 수행을 할 때 자기의 최대치를 발휘하지 않는 현상을 보여준다. 주변의 예를 들면, 대학교 수업 때 다들 피하려는 팀 프로젝트(일명 ‘팀플’)가 있다. 매 학기 수업 때 팀플이 있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서로 긴장을 한다. 왜냐하면 팀플 인원이 많아질수록 각자 역할 분담 많아지기 때문에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커진다. 이러다보면 혼자 제출해야 되는 개인 과제를 할 때보다 최선을 다 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태만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사회적 태만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우선 개인의 수행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집단은 전체적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개인의 기여도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의 수행이 과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유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인 무임승차(Free-ride) 동기 때문이다.

 

(출처 : successsignature.co.ke)

   사회적 태만 현상을 스포츠 상황과 연관시켜 생각해본다면, 골프나 테니스 등 개인 종목 선수의 기량이 축구나 야구 등 단체 종목 선수의 기량보다 뛰어나야 될 것 같다. 하지만 팀 스포츠에서 이러한 사회적 태만 현상을 일어나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선수 개인별 통계자료이다. 팀 스포츠 경기를 보면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을 클로즈업하여 촬영을 한다. 그럴 때면 화면에 클로즈업된 선수와 해당 선수에 대한 통계적인 자료가 같이 제시되어 이를 토대로 중계가 진행된다. 축구 경기 같은 경우에는 패스 성공률, 유효슈팅 등. 야구 경기는 방어율, 타율, 승리 기여도 등. 농구 경기에서는 야투 성공률, 3점 슛 성공률, 리바운드, 자유투 성공률 등이 있다.  포지션별, 선수 개개인별로 평가되고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소속팀에게 개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역할의 기여도를 피드백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줄어드는 것이다.

 


(팀 응집력을 위한 모습/ 출처 : Jon Candy via CC License)

 

   이 때문에 스포츠심리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 중 하나가 팀 응집력(team cohesiveness)이다. 팀 응집력이란 팀 내 공통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수 전원이 일치단결하려는 경향이다. 팀을 하나로 만드는 힘인 ‘팀 응집력’은 팀의 성적과도 긍정적인 관계에 있다. 이러한 팀 응집력은 과제 응집력과 사회 응집력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과제 응집력은 팀의 훈련 스타일이나 전술을 좋아하는 정도이다. 예를 들어, 팀 훈련량에 만족을 하는 것, 실수를 하였을 때 팀 전체가 책임을 지는 것, 팀의 목표나 임무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있다. 사회 응집력은 팀원들 간의 대인관계적인 측면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러한 두 종류의 응집력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높을 때 팀의 경기력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팀 응집력이 높아지면 팀 플로우(team flow) 현상이 일어나는데 몰입을 뜻하는 플로우 현상이 팀 전체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답답했던 경기가 저절로 풀리기 시작하고 동료 선수들이 잘해줄 것 같은 믿음이 생기거나 서로 미리 어떤 동작을 할지 파악하고 이에 따라 자동적으로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흔히 ‘1+1’이 2 이상의 효과를 낼 경우 이를 시너지효과(synergy effect)라고 한다. 만약 축구 경기를 단 2명에서 해야만 한다면 두 명의 상대 선수들은 서로 죽어라 뛸 것이다. 하지만 11명의 선수들이 한 팀이 되어 나타나는 박진감 넘치는 예술적인 상황을 연출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링겔만의 줄다리기 실험에서 혼자 당길 때 사람들은 평균 63kg의 압력을 당겼다. 하지만 8명이 같이 당길 때 전체 압력이 248kg로 증가했지만 1인당 압력은 31kg라는 결과가 나왔다. 비록 혼자서 당길 때보다 1인당 압력이 절반 이하의 결과가 나왔지만, 200kg 혹은 300kg가 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이처럼 사회적 태만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알고 이를 주변인들과 같이 삶에 적용해본다면 혼자서 하는 일보다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일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