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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의 길, 스포츠의 길, 그리고 운동의 길

스포츠둥지 2018. 10. 29. 23:00

체육의 길, 스포츠의 길, 그리고 운동의 길

 

글/ 김학수(한국체육대학교)

 

 

   체육, 스포츠, 운동에 대한 개념적 정의는 사회, 문화적인 의식과 변화를 반영한다. 사진은 지역 육상 꿈나무 대회 경기대회 모습.

 

   1988년 9월 서울올림픽 개막을 앞두던 어느 날, 일본 요미우리 신문계열의 스포츠신문인 ‘호치신문(報知新聞)’ 기자가 필자가 근무하던 일간스포츠 편집국을 찾았다. 서울올림픽에 대비한 한국의 올림픽 준비상황과 태릉선수촌 취재 등의 협조를 받기 위해서였다. 당시 호치신문과 일간스포츠는 기사제휴관계를 맺고 양국간 기사 교류와 취재 협조를 해왔다. 마침 일본 호치신문 기자의 취재 안내를 맡게됐다.

 

   처음 인사를 나누며 건네받은 호치신문 기자의 명함이 어슴프레 기억에 남아있다. 기자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의 명함에 ‘ 운동부 ○○○ 기자’라고 쓰여 있었다. 당시 일본 언론사들은 ‘체육부’ 보다 ‘운동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 언론 사이에는 ‘체육’과 ‘운동’에 대한 개념적 인식의 차이 때문에 명칭이 달랐던 것으로 생각했다. 한국보다 엘리트 체육의 성공을 먼저 경험한 일본은 체육에 대한 이해를 교육적 차원을 넘어서 개인의 건강적 차원으로 이해하고,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의미인 ‘운동’이라는 말을 진보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면서 한국 언론사들은 체육부장을 ‘스포츠 부장’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인터넷 매체의 확산과 스포츠를 대하는 사회, 문화적 인식의 변화로 인해 체육보다는 스포츠라는 말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다. 스포츠라는 단어에는 체육과 운동 등의 의미가 두루 내포된 것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생활체육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스포츠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방송 등이 먼저 스포츠 부장이라는 직책을 사용했으며 신문 등이 뒤를 이었다.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이 스포츠 부장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일본처럼 운동부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고, 스포츠부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국내서는 체육, 스포츠, 운동의 개념에 대해 혼란을 빚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급격한 성장을 이루면서 체육 역시 빠른 커다란 확장과 변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근대스포츠가 구한말 도입된 이후 일본의 식민지를 거쳐 학교 체육이 근간을 이루던 시절에는 체육이라는 용어로 모든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급격한 엘리트 체육의 성공과 프로스포츠의 출범으로 체육 현상이 학교 체육의 범주를 넘어서면서 체육이라는 용어로만으로는 설명이 부적합한 경우가 많아졌다. 1990년대 생활스포츠의 확산으로 체육의 개념적 한계가 더욱 드러났다. 일련의 체육 활동 등에 대한 용어가 혼용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포츠’라는 용어로 통합하자는 체육학계의 제안들이 있었으나 체육, 스포츠, 운동 등을 개념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최근 모처럼 이런 용어의 혼선에 대한 개념 정리를 간결하게 하는 시도가 이뤄져 새로운 의미를 보탰다. 지난 달 한국스포츠산업협회가 주최하는 122차 스포츠 산업 비즈니스 네트워크에서 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한 '한국체육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의 특강에서였다. 조 이사장은 ‘체육은 교육이고, 스포츠는 문화이며, 운동은 과학과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동아대 체육과 교수로 활동하며 체육활동에 관한 많은 연구를 한 그에 따르면 체육은 신체와 교육의 합성어인 ‘Physical Education’으로 일반화된 개념에서 유래했듯이 신체 그 자체를 교육하거나 신체를 매개로 한 교육적 활동이라고 설명하며 교육의 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스포츠의 개념적 정의와 관련, 오늘날 스포츠는 하나의 문화적 형태로서 신체문화, 생활문화의 영역으로 자리잡아 경쟁적이든 경쟁적이 아니든 일체의 신체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현상으로 보았다. 또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행하는 체육활동이라고 운동의 개념적 정의를 내리고 운동은 신체를 단련하는 과학적인 요소와 신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예술적 요소가 두루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점점 다양화하고 있는 일체의 신체활동과 이와 관련된 제 현상을 포함하는 개념 정립을 위한 체육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언어적 개념은 사회, 문화적인 의식과 변화를 반영한다. 인간의 신체활동을 탐구하며 정리하는 개념은 과학과 기술, 인문학을 포괄하는 시대적인 변화의 추세에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