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페널티킥과 오프사이드에 담긴 경제 원리
축구 페널티킥과 오프사이드에 담긴 경제 원리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시즌이 돌아왔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14일부터 개막, 한달여간 32개국팀이 최종 우승컵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각 팀 11명씩, 총 22명이 푸른 잔디에서 경기를 갖는 축구에서 월드컵은 세계 최고의 타이틀이다. 월드컵에서는 최상의 경기, 최악의 경기가 펼쳐진다. 각국 팀들이 일희일비하며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다. 희망과 절망, 환호와 탄식의 파노라마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팀들은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도 하며, 또한 아무것도 갖추어져 있지도 않다. 이번 월드컵 대회만 해도 독일, 프랑스, 브라질, 스페인 등 전통적 강팀들은 우승을 노리며 화려한 입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하는 파나마, 아이슬랜드는 대회 참가하는 것 자체를 행복하게 여기고 있다.
본선에 9회 출전하는 한국은 독일, 스웨덴, 멕시코와 예선 한 조에 묶여 '지옥의 레이스'가 예상되지만 결코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공은 둥글다'는 축구의 속설이 말해주듯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축구만큼 경제 원리를 토대 만들어진 종목도 없다. 합리적 선택을 결정하는 경제 원리가 축구 규칙에 깊이 반영돼 있는 것이다. 축구 규칙은 경제적 선택의 핵심인 효율성과 형평성을 조율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현대 축구의 역사가 18~19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노동자들의 여가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축구는 자연 경제적 원리를 경기 규칙에 반영했던 것이다.
자원은 한정적이고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세상에서 자원을 잘 활용하려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해야하는데 여기서 가장 고려해야 하는게 효율성과 형평성이다. 어떻게, 얼마나 생산을 할 것인가는 효율성의 문제이며, 누구에게 나눠줄 것인가는 형평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효율성만 추구하다보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겨 합리적인 효율성을 달성할 수 없으며, 형평성만 강조하다보면 혁식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효율성과 형평성은 일반적으로 상충 관계로 적절한 균형을 찾는게 중요하다.
축구 규칙은 효율성과 형평성을 두루 섞은 대표적인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하고 모순에 찬 두 원리를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럭비,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등도 비슷하지만 축구만큼 극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 점에서 축구는 삶과 흡사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축구에서 효율성과 형평성이 가장 잘 나타나는 대표적인 규칙은 페널티킥과 오프사이드이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수비 팀 선수가 반칙을 범했을 경우, 공격 팀이 페널티마크 위에 볼을 올려놓고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차는 페널티킥은 승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승부차기는 경기가 무승부를 기록했을 때, 최종 승자를 가리기 위해 하는 경우도 있다. 역대 월드컵과 많은 국제축구대회에서 페널티킥이 중요 고비에서 승부에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 8강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마지막 킥커 홍명보가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켜 사상 처음으로 4강 신화를 이루기도 했다. 득점이 많이 나지 않는 축구에서 페널티킥은 마치 그라운드의 '러시아 룰렛'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축구 페널티킥은 스포츠에서 가장 효율성이 뛰어난 규칙일 것이다.
복잡한 룰이 많지 않고 직관적인 것이 장점인 축구에서 오프사이드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규칙이지만 기본적으로 형평성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오프사이드는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더 골대 가까운 위치에서 패스를 받았을 경우 생기는 반칙으로, 일부 공격수가 움직이지 않고 항상 골대 앞에서 버티고 있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오프사이드를 범하면 공격권을 상대에게 내주고 간접 프리킥이 주어진다. 원칙상으로는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넘어가 있으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는다. 동네 공놀이와 공식적인 축구 경기를 구별하게 하는 결정적인 차이는 오프사이드 유무에서 생긴다. 동네 공놀이에선 보통 전문적인 심판이 없으면 판정이 까다로운 오프사이드 규정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프사이드는 골만을 노리는 공격수들의 욕망을 억제하고 선수들의 자원을 골고루 나눠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는 유인효과를 낳는다. 비록 승부에는 결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지만 공격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경기의 주도권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따라서 오프사이드는 경기의 형평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축구가 세계 최고의 인기스포츠가 될 수 있었던 데는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인간의 합리적 결정을 통해 만족감을 극대화하는 종목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요소들을 판단하고 선택하면서 멋진 플레이를 연출할 수 있다. 경제 원리를 잘 반영한 축구가 단일 종목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자본 시장을 만든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경기 승부를 좌우하는 축구 페널티킥은 스포츠에서 가장 효율성이 뛰어난 규칙이다. 사진은 2002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골을 성공시키고 환호하는 홍명보 모습.
(연합뉴스 자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