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

남북한 축구, 건강한 상호의존성이 경쟁력이다

스포츠둥지 2018. 1. 4. 09:58

남북한 축구, 건강한 상호의존성이 경쟁력이다

 

 

 

 

 

남북한 축구가 오랜만에 최근 일본 도쿄에서 맞대결을 가졌다. 2017 동아시안컵에서 남북한은 남녀 각각 경기를 가져 1승씩을 주고 받았다. 남자에서는 한국이 1-0으로 이겼고, 여자서는 북한이 1-0으로 승리했다. 남녀가 대등하게 1승씩을 나눠가진 셈이다. 이번 남북한 축구 대결은 남북한 안보 상황 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은 상황에서 벌여져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2017 동아시안컵 중국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김신욱과 이재성 - 출처 : 대한축구협회>

 

 

남북한은 해방이후 정치적,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결했다. 6· 25 전쟁에서 많은 희생자를 낳았고, 천여만명이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었다. 북한에 의한 수많은 도발로 한국은 혼란과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다. 남북한은 지난 수십년간 적대적 관계를 심화시켰다. 최근에는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며 남북대결 국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치적으로는 해로운 상호관계에 놓인 남북한이지만 스포츠, 특히 축구서는 건강한 상호의존성으로 함께 발전해와 대조를 이룬다. 남북한이 축구라는 시스템에서 모든 부분을 함께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축구에서만큼은 남북한이 상호 건강하게 경쟁하며 발전을 해왔다.

 

 

북한 축구는 세계최고 무대인 월드컵에서 한국보다 먼저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었다. 북한은 한국보다 경제력과 국력이 전반적으로 우세했던 1960년대 세계 축구의 중심에 우뚝 섰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아시아 대표로 출전해 예선에서 강호 이탈리아를 1-0으로 물리치고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북한 축구의 영웅 박두익을 중심으로 한 북한 축구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사다리 전법이라는 세계 축구사에 특이한 전형을 만들어 세계 강국들과 자웅을 겨뤄 손색없는 전력을 보여주었다. 북한 축구가 세계 8강에 오른 것은 북한 사람 전체를 하나로 묶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북한 축구의 약진에 자극받은 한국은 1960년대말 중앙정보부에서 직접 축구팀을 운영하면서 대표팀 육성에 적극 나섰다. 1970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축구는 북한과의 축구 대결에서 자신감을 갖고 정면 승부를 펼쳤다.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공동우승을 차지한 남북한 축구는 이후 대표팀, 청소년팀 등에서 여러 차례 대결을 했는데, 거의 대등한 실력을 보였다.

 

                                     <2017 동아시안컵 순위 (1차전) - 남자부,여자부 -출처 : 동아시아축구연맹><2017 동아시안컵 순위 (1차전) - 남자부,여자부 -출처 : 동아시아축구연맹>

 

 

남북한 축구가 대결만 한 것은 아니었다.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 직후 남북한 관계가 호전되면서 남북한 축구는 남북을 하나로 잇는 평화의 상징이 됐다. 1990년 말 통일축구가 평양에서 벌어졌으며, 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 8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남북한 경기를 통해 좋은 경기력을 쌓았던 한국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사상 초유인 4강 성적을 올리며 전 국민을 열광하게 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당초 16강을 목표로 했으나,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각각 꺾고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히딩크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국민적인 성원이 큰 힘이 됐던 것이다. 남북한간의 지속적인 경쟁관계도 한국축구를 강하게 만드는데 적지않은 활력소가 됐던 것이 사실이다. ·일월드컵 4강 진출은 북한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했던 것처럼 한국민들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5천만 국민이 붉은 악마로 태극기를 휘날리며 거리응원으로 하나가 됐다.

 

 

<2017 동아시안컵 북한과 일본의 경기모습 - 출처 : 동아시아축구연맹>

 

그동안 남북한 축구는 북한 국적의 재일동포 선수들이 한국 프로축구에서 활약하며 실질적인 교류를 가져왔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 대표로 출전해 개막전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던 정대세는 K리그 수원 삼성에서 뛰기도 했다. 정대세는 한국 국적 아버지와 북한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난 재일동포로 한국프로축구에서 수년간 활동하다가 은퇴, 현재는 한국 TV에서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일본 오카야마현 출신으로 북한 국적을 가진 안영학은 부산 아이파크와 수원 삼성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2017 동아시안컵에서도 북한팀에는 재일동포 3명이 포함돼 있었다. 효고현 출신의 마치다 젤비아 팀 중앙수비수 김성기(29), 로아소 구마모토의 전방 공격수 안병준(27), 오사카 태생으로 현재 가마타마레 사누키의 수비수로 활약 중인 리용직(26) 등이다.

 

 

기업철학자인 미국의 도브 사이드먼은 건강한 상호 의존성을 가진 시스템에서는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이 함께 발전하고, 해로운 상호의존성을 지닌 시스템에서는 모두가 함께 추락한다고 말했다.

남북한 관계를 살펴보면 정치에서는 남북한이 극심한 대결로 미국,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들로부터 우려와 걱정을 주지만, 축구라는 스포츠 경기를 통해서는 건강하게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작동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북한이 축구만큼만 하면 좋을텐테, 현재 돌아가는 안보상황은 결코 그렇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